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2011년 새해도 벌써 열흘이 지났다. 온 세계가 흡사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왁자하게 들썩이며 샴페인을 터뜨렸던 21세기 밀레니엄 첫 10년의 커튼이 내려지고, 이제 두번째 밀레니엄 첫10년의 커튼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전 세계의 언론들은 21세기 첫10년을 결산하는 기사들을 쏟아내놓고 있는데, 각각의 시선들은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10년을 ‘깨어진 꿈들의 10년’이라고 불렀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신화통신은 ‘진보, 균형잡기, 판 바꾸기(game-changing)의 10년’이라고 했다. 또한 미국의 시카고 선 타임스는 ‘정치·경제·기술 모든 면에서 거대한 변화의 10년이었다’고 진단했다.
그 거대한 변화의 중심축이 되었던 것으로는, 미국의 금융위기와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이 핵이었던 세계경제의 전환 말고도 기술발전의 세계화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인터넷 사용인구는 2200만명에서 4억2000만명으로 무려 20배 늘었고, 인도의 휴대전화 보급대수는 10년 사이에 약250배 늘었다.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바탕으로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새로운 의사소통의 통로들이 그야말로 현기증 나는 가속도로 속속 개척됐다.
애플은 아이팟(2001년 10월), 아이폰(2007년 1월), 아이패드(2010년 4월)를 잇달아 내놓으며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주도했으며, 페이스북(2004년 2월), 유튜브(2005년 4월), 트위터(2006년 3월) 등은 태국과 필리핀, 이란 등의 사회변화를 이끄는 촉매역할을 했다. 유럽이 유로화 출범(2002년 1월)과 함께 세계 최대의 ‘한몸’이 된 것 또한 지난 10년에 있었던 거대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경제불황의 늪에 빠져있는 동안에도 억만장자 수는 306명에서 1011명으로 3배 넘게 늘어났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도 10년 사이에 1억명이 증가했다.
그런가 하면 사라진 것도 많다.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가 수명이 다해 2001년 3월에 태평양에 수장됐고, 초음속으로 대서양을 횡단하던 콩코드 여객기(2003년 10월), 미국의 전보(電報) 서비스(2006년 1월), 아날로그시대 사진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이스트만 코닥의 코다크롬 필름(2009년 6월) 등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이제 새롭게 막이 올라간 두번째 밀레니엄 10년에는 무엇이 새로 생겨나고 무엇이 사라질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그 벽두부터 초유의 구제역 재난으로 살처분된 소·돼지와 함께 상처받은 ‘농심(農心)’이 송두리째 흙구덩이에 묻혀 사라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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