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조기를 담뿍잡아 기폭을 올리고/온다던 그 배는 어이하여 아니오나/수평선 바라보며 그 이름 부르면/갈매기도 우는구나 눈물의 연평도//태풍이 원수드냐 한 많은 사라호/황천간 그 얼굴 언제 다시 만나보리/해저문 백사장에 그 모습 그리면/등대불도 깜박이네 눈물의 연평도’
1960년대 중반에 최숙자라는 가수가 불러 히트했던 가요 <눈물의 연평도> 노랫말 전문이다. 진남풍 작사, 김부해 작곡의 이 노래는 노랫말도 노랫말이지만 이 노래를 부른 여가수의 애조띤 목소리가 듣는 이의 심금을 짠하게 울렸었다. 해저문 백사장에서 조기잡이 뱃일을 나갔다 영영 돌아오지 않는 지아비를 그리며 망부석이 되어 눈물짓는 섬 아낙의 이 애절한 사부곡(思夫曲)은, 흡사 행상나간 남편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빌며 읊은 저 백제가요 <정읍사(井邑詞)>를 연상케 한다.
연평도는 그렇듯 그저 조기잡이가 성한 서해의 먼 외돌토리 섬으로만 우리 뭍사람들의 뇌리에 자리잡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면에 속한 서해 최북단의 작은 섬으로 먼 신석기시대부터 이곳에 사람이 살아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1700여명의 주민이 주로 고기잡이 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데, 조기, 그중에서도 황조기와 꽃게잡이가 전국 으뜸이고, ‘연평도 황조기젓’은 이웃 백령도의 까나리젓과 함께 나랏님 수라상에 올랐을 만큼 최고 별미로 친다.
조기가 풍어를 이루는 5월 초순에서 6월 중순에 담가 10월부터 먹는데, 먹을 때는 꼬들꼬들하게 된 조기젓을 살을 크게 손으로 찢어서 다진 파, 다진 마늘, 고춧가루, 식초를 넣어 양념을 한다.
그 연평도가 지난 23일 북한군 해안포의 무차별 포격을 받아 섬주민 둘과 해병대 병사 둘이 죽고 아비규환 같은 불바다가 되었다. 해 저문 백사장과 등대불, 만선으로 기폭을 올린 조기잡이 배, 한가로이 뱃전을 오가던 갈매기는 그 어디에도 없고, 시커먼 포연에 뒤덮인 채로 화약냄새가 진동을 하는 전쟁터로 순식간에 돌변했다.
손을 뻗으면 덥석 손아귀에 잡힐 듯 빤히 바라다 보이는 북녘 땅에서 날아온 건 작은 섬의 평화를 한순간에 박살낸 곡사포탄이었다.
금빛 기름진 햇살이 내려와 은비늘처럼 반짝이는 꿈결같은 바다와, 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하, 그리고 아무런 차림새 없이도 향기로운 사람과 맨발로 내디딜 때마다 자국자국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일 것만 같은 이 애틋한 땅에 진정 평화는 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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