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2세대 (주)동성제약 이양구 사장

 

치매 앓던 아버지 뜻 따라 질병치료제 개발

동성제약보다는 ‘아름다운 갈색 머리’로 더 유명한 회사가 동성제약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두발미용을 책임져 왔고 집집마다의 배탈설사 약인 정로환을 만드는 회사다. ‘한번 나온 제품은 그대로 계속 간다’는 기업 철칙처럼 40~50년 된 상표의 제품들을 포장조차 바뀌지 않고 만들어 내는 심지 깊은 회사다. 북한산의 인수봉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도봉구 동성제약 본사에서 만난 이양구 사장은 53년 역사의 동성제약이 질병치료제로 거듭나서 국민들이 행복한 노후를 보내게 할 포부를 펼쳐보였다.

선친 뜻따라 치료약 시장 개척
동성제약 이양구 사장은 해마다 작고한 선친의 기일에 맞춰 건강관련 서적을 내고 있어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 3월에는 고 송음 이선규 회장의 2주기에 맞춰 ‘당뇨, 알아야 산다’라는 책을 냈으며, 지난해 1주기 때는 ‘치매, 알아야 산다’라는 책을 직접 집필했다. 게다가 동성제약의 홈페이지에는 아직까지 고 이선규 회장의 CEO 인사말이 그대로 바뀌지 않고 올라와 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아직 아버지를 뛰어 넘을 수 없고, 돌아가신 분이지만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계시고 제가 의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양구 사장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주위에서는 부친 살아 생전의 집무실까지 고스란히 보존할 정도로 부친에 대한 효심이 깊다고 말한다.
“1957년 동성제약을 창업하신 선친은 경영하시는 동안 질병 치료를 위한 전문 의약품 개발에는 크게 힘을 기울이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다른 제약회사들보다 의약품 분야가 약한 편이었죠. 그런데 90년대 말,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가 회복하신 아버지는 ‘일반 의약품보다는 치료제를 만들어야겠다’며 의욕을 보이셨습니다. 특히 노인성 질환인 치매, 당뇨, 뇌졸중 치료제 개발에 큰 관심을 가지셨는데, 살아계실 때는 별 진전을 보지 못했지요.”
선친의 국민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을 기리며 부친의 기일에 맞춰 책을 펴낸다는 것이다. 3주기에는 암에 대한 책을 낼 계획도 이미 세워놓았단다. 이 책들은 고인의 뜻대로 질병 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겠다는, 부자지간의 약속과 같은 것이라고.

노인정 염색 봉사 기쁨 느껴
“세계 어디 내놔도 우리 염모제가 뒤지지 않을 겁니다. 염모제 분야에서 우리 회사가 특허를 제일 많이 가지고 있고요. 한때 염모제 시장의 90%까지 차지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염모제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우후죽순으로 제약회사와 화장품회사들이 염모제 시장에 뛰어들어 예전만 못하지만 그 노하우에 있어선 자신 있습니다.”
이 사장은 특히 보통의 염모제들은 염모제 특유의 냄새를 상쇄시키기 위해 향을 첨가하나 동성제약은 냄새가 전혀 없는 무향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만드는 것은 자신 있었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못해 시장을 많이 잠식당한 것이지요.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상황에 안주하다보니 후발주자인 화장품회사 등에 시장을 많이 빼앗겼습니다.”
이양구 사장은 시대적 흐름을 읽어내는 폭 넓은 시야를 갖는 게 기업경영자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인 것 같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동성제약은 동양사람 머리에 대한 40년 이상의 집적된 독특한 기술적 노하우에서 생산되는 독보적인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중동 시장에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세계시장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
“도봉구에 있는 노인정에서 우리가 만든 염모제로 어르신들 염색과 이발을 해주는 봉사 활동을 직원들과 함께 펼치고 있습니다. 어찌나 좋아하시는지요. 본사가 있는 도봉구 뿐만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봉사하고픈 계획도 세웠지만 근처 미용실에서 항의가 들어올 것 같아 접어야 했지요.”

선친으로부터의 가정교육은 근검절약
“부친은 자수성가하신 분이라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하신 분입니다.  큰 돈은 못벌었지만 그나마 일하느라 돈쓸 시간이 없어서 돈을 벌었다는 소리를 할만큼 아버지는 솔선수범하시며 말보다는 행동으로, 당신께서 열심히 사는 모습으로 자식들을 가르쳤던 분이셨습니다.”
이양구 사장이 기억하는 선친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의 도매상에서 배달 일부터 시작하며 자수성가한 분이라 본인을 위한 의식주에는 늘 인색했고, 은행돈 쓰는 것을 무척 싫어해 동성제약은 대출 없는 회사로도 유명했다고 들려준다.
이양구 사장 역시 30세 무렵, 공장 근무부터 시작해 차근히 경력을 다지며 오늘의 자리에 올라 선친의 가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후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선친이 밤낮을 제품연구와 판매전략에 몰두하는 것을 보며 아버지 옆으로 들어왔다.
“선친이 정로환과 머리 염색약으로 동성을 일궜다면, 저는 앞으로 신약으로 승부를 걸겠습니다. 특히 구강분무형 인슐린제제는 그동안 인슐린 주사를 꺼려 치료시기를 놓쳤던 당뇨환자들이 간편하게 혈당조정을 할 수 있게 희망이 될 것입니다.”
이 사장은 구강분무형 인슐린제제 독점판매권을 2008년에 이미 따낸 상태라 미국에서 임상이 끝나는 2012년쯤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란다.

누에분말 신제품 출시 임박
게다가 동성제약에서는 5월 중에 누에분말이 들어간 혈당강화 식품도 출시 할 예정이다. 누에분말이 혈당강하에 좋다는 것은 여러 논문과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이름있는 제약회사에서 누에가루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에 나선다는 것은 잠업농가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동성제약은 이미 지난해 대한잠사회와 혈당조절이 가능한 동결건조누에분말 건강기능식품 원료공급 및 제품생산에 대한 협약식을 가지면서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고 곧 제품을 선보인다.
“그동안 동성제약은 10여년 전부터 농촌진흥청과 기술제휴를 맺고 실크단백질을 이용해 화장품 염모제, 치약 비누 등 다양한 제품을 공동연구, 생산을 하고 있는데 특히 치약은 잇몸 재생효과가 있고, 비누는 보습효과가 좋아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습니다. 연구 파트너인 농진청의 여러 연구관들에게 감사의 뜻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동성제약은 수십년 전에 나온 염모제 양귀비를 아직까지 생산해낼 정도로 한번 생산된 제품은 찾는 소비자가 있으면 단가가 낮아도 계속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특색이 있단다. 소비자와의 신뢰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케팅이 제품보다 앞서는 세상이라지만 저는 제품 하나하나의 품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동성제약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기업으로 남고 싶습니다.”
이양구 사장은 선친의 다져 놓은 튼튼한 반석 위에 더 높은 탑을 쌓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