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 미 생활지도관
농촌진흥청 농식품자원부

 

이상저온 때문에 농산물 값이 치솟는 것을 걱정하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남해 다랭이 마을에서 봄 냄새 물씬 풍기는 봄나물을 한 무더기 받았다.
시금치와 하루나, 그리고 바다 냄새가 확 풍기는 싱싱한 톳이다. 나물들을 다듬으며 처음으로 마을을 방문했던 오래 전의 봄날을 떠올려 본다.
처음 마을을 방문했던 날은 2002년의 봄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봄 햇살아래 펼쳐진 계단식 논 사이로 바다를 향해 옹기종기 자리 잡은 그림 같은 마을 전경이 눈부시게 황홀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산 중턱에서부터 마을아래까지 푸른 바다를 향해 층층이 아름다운 등고선을 그리며 이어진 계단식 논들이 보여주는 정경은 감동 그 자체였다.

 


하지만 산비탈을 맨손으로 일궈 논을 만들고 그 논을 지키며 살았던 조상들의 고생이 있었기에 이 땅에 사는 후손들이 아름다운 경관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더 나아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명승지가 된 것이라 생각하면 단순히 아름답다는 느낌으로만 감상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정부로부터 명승으로 지정은 받았지만 주민의 고령화로 인해 논밭이 묵혀져 경관이 훼손되고 급경사지의 논두렁이 무너지는 등 보존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다행히 몇 년 전부터 마을의 소중한 자원인 계단식 논을 자손대대로 유지보존하기 위해 마을주민들이 의미 있는 일을 시작했다. 다랭이논 지키기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일종의 트러스트 운동인데 참가자는 다락논의 영농활동에 소요되는 일정금액의 비용을 미리 마을운영위원회에 지불하고 그 대가로 수확한 쌀과 채소 등 일정한 농산물을 제공받는다. 마을은 휴경이 예상되는 다락논에 대해 농기계나 노동력을 확보하여 경작을 대행하고 수확한 농산물을 참여자에게 배송하는 것이다.
가을에 쌀, 여름에 마늘, 봄엔 나물이 오는데 계절마다 마을의 특산물을 받으면서 다랭이 마을을 살리는데 동참을 했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해 주니 마음이 뿌듯하다.
올해도 나는 다랭이 마을 회원이 되어 아름다운 다락논 지키는 일에 동참하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회원신청을 할 계획이고, 또 지인 몇 사람에겐 ‘회원권’을 선물할 계획이다. 단, 한번쯤은 마을을 방문해서 다랭이 논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계획이 있는 사람, 그래서 다랭이 논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몸소 체험할 사람들에게만 동참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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