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나 승 렬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
본지 칼럼니스트

 

최근 톰 빌색 미국 농무장관의 2010 농업전망(2010.2.18) 연설문, 힐러리 벤 영국환경식품농촌부장관의 옥스퍼드 농업회(2010.1.5) 연설문을 읽었다. 이와 함께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의 최근 농정방향을 종합해 보니 우리 농업농촌 발전을 위해 도움 되는 몇 가지 특이사항이 눈에 띤다.
우선, 자국의 농업농촌발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반영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즉, 미국은 강하고 활력 넘치고 창조적인 미국 농촌을 위한 6가지 전략, 영국은 식품 2030, 독일은 농촌진흥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 일본은 일본 농림수산업의 부활을 위한 재정비 전략을 내놓고 있다. 식품안전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의 농무장관들이 국민의 건강을 위한 공통적 관심 사항이다.
식량안보와 함께 국제협력이 부각되고 있다. 영국은 ‘식품 2030’이라는 새로운 식품전략을 발표하면서 더 많은 농산물 생산, 지속가능한 생산, 농산물 안전이라는 세 과제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10억 인구가 굶주리고 있는 반면, 동일한 수의 선진국의 국민들은 비만으로 고생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식량안보를 부각시키고 있다. 독일은 기후변화, 에너지와 식품공급의 안전성에 대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지구촌의 식량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개도국 농촌 발전 지원을 밝히고 있다. 일본은 식료자급률 향상 등 새로운 식료농업농촌기본계획을 준비한다.
또한, 선진국들은 농업 R&D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미국은 농업생산성 향상 외에 동식물을 병해충으로부터 보호하는 R&D를 강조하고, 이를 통해 농가소득 증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영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농업 R&D 투자 확대와 농업식품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과학과 기술의 진보로 농산물 증산,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농산물 생산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독일은 농촌경제의 대내외 경쟁력 향상과 지구촌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개발 분야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녹색성장시대에 부응해서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도 강조되고 있다. 영국은 식품생산과 소비에서 발생하는 음식쓰레기의 효율적 처리를 언급했다. 특히, 경제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방안으로 남은 음식의 자선단체 제공을 통해 2만9천명의 빈민을 구제한 사례와 물 절약 딸기 생산을 통해 물을 절약하고 딸기 맛을 좋게 만든 사례가 와 닿았다. 농촌 활력화도 선진국의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은 농산어촌의 6차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로컬푸드를 강조하면서 농가의 소규모 비즈니스, 농촌에서의 사냥, 낚시, 레크리에이션 등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세계 일류 농식품강국을 목표로 하는 ‘농식품 비전 2020’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농식품 수출 300억불로 세계 10위권의 수출국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선진국의 농정방향에서 보듯이, 농업 R&D 확대는 생산성 향상과 지속가능 발전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유용한 정책수단이다. 이런 R&D의 중요성을 반영해 농촌진흥청에서는 올 2월 녹색성장위원회 보고에서 에너지 절감 및 기후변화대응 기술 개발, 생물자원 활용 기능성 소재 개발 등 녹색기술개발로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농촌의 활력화를 도모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와 함께 개도국과의 협력 강화방안은 원대한 국격 제고는 물론, 미래 수출시장 확대를 위한 장기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해외농업 기술개발센터(KOPIA)의 설치 확대, 농식품기술협력 협의체의 아프리카로의 확대 등 해외 농업기술협력 강화방안도 밝혔다.
끝으로, 곡물수출국가인 영국이 비전 식품 2030을 통해 강조하는 식량안보의 국가경영전략으로서의 의미를 국민들이 깊이 이해했으면 한다. 빌 게이츠가 지난해 10월 세계식량상 심포지엄에서 밝힌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추구하는 미래 녹색혁명의 비전도 가슴에 새기고, 식량안보를 한국 농업계만의 주장으로 치부하는 비농업계의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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