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조 은 기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본부장
본지 칼럼니스트

 

한국농업이 새로운 길로 들어서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귀농자가 늘고, 농산업체 경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몰리고, 농사도 경영이라는 개념으로 투자하는 등 그야말로 농업도 경쟁체제로 가고 있다. 따라서 농업도 이제는 ‘기술을 넘어 실용화’로 가야한다. 농사는 종합산업이다. 모든 기술의 종합체다. 이런 종합산업을 육성할 사람은 결국 농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며, 핵심은 사람 육성과 육성된 사람의 기술력이다. 기술력은 농사를 경영하는 사람의 기술력이지 연구기관의 기술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은 도구와 방법을 연마하는 사람들이다.
농장 경영주를 육성하는 평가지표가 농과계 대학에 있어야 한다. 농과계 대학은 농장 경영주를 얼마나 많이, 그리고 좋은 농장주를 육성했는지가 대학의 제일 지표가 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농과계 교수들의 평가지표는 현장과 거리가 있다. 즉 SCI 논문 수, 특허 수, 연구용역 과제 수주건수, 지역클러스터 활동 실적, 정책 기관의 활동 경력 등등 농산업 현장과는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본질을 외면하고 있었다.
농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육성된 인력이 얼마인가가 진정한 승부이고 평가다. 농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육성하는 방안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농업계 대학 및 전문학교와 고등학교에서의 농장 경영자 육성, 둘째, 영농 후계자의 육성, 셋째, 다른 산업에서 농산업으로 전환하려는 자의 육성 등이 그것이다. 농과계 대학에서의 농장 경영자 육성을 주요성과가 되도록 대학평가 지표를 바꿔야 한국 농업이 제대로 서게 된다.
연구자의 연구 성과 지표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연구 성과는 영농활용자료, 정책반영 자료, 품종수, 특허수, 논문수 등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는 농장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 농장에 직접 영향이 가는 연구 성과 지표로 바꿔야 농장이 산다. 그래야만 농장과 함께 연구한다. 연구 성과 지표가 공급자 중심이면 생산현장에는 의미가 없다. 네덜란드 등 선진국의 성과 지표는 ‘TOP SCIENCE for IMPACT’이다. 이 말은 현장에 영향이 미치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 지표는 이제 역사 속으로 넣고, 실용정부에 맞는 실용평가 지표로 전면 바꿔야 한국농업도 10년 이내에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의 스피드 스케이팅처럼 네덜란드를 추월할 수 있다.
농업연구의 산실인 농촌진흥청의 2009년 연구 성과를 보면 영농활용자료가 매년 1,220건, 신품종이 226건, 논문이 1,750건, 정책시책건이 370건, 특허출원 321건, 기술이전이 184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러한 과거의 연구 성과 지표는 벼 등 대단위 면적 생산영농의 활용이 비교적 전국적 단위로 간편한 기술이 대명사일 때이다. 지금의 기술은 환경과 지역, 시설, 사람, 작형, 종자 등에 따라 다르다.
이후 영농활용자료 등 연구 성과는 농장에 꼭 필요한 자료이어야 한다. 즉 농장의 주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자료인지, 아니면 아주 미세한 분야의 문제인지, 해당 작목반에서 과연 얼마나 선택할 것인가로 결정해야 한다. 선택도 농가와 같이 해야 한다. 신품종 개발 보급에 있어서도 농장의 선호도와 종자회사의 종자 유통 전문가의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 그에 대한 평가도 신품종 보급 후 보급면적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특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출원이 문제가 아니라 강한 특허가 생산돼 사용료를 얼마나 받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정책 시책건의도 법과 제도 개선으로 현장에서 얼마나 산업체에 영향을 미쳤는가가 중요하다.
즉 과학을 연구하되 영향력이 가장 높은 연구를 해야 연구의 가치와 존경을 받는다. 지난 60년간 대한민국 과학의 연구 성과 1위가 ‘통일벼’인 것처럼 ‘통일벼’는 대한민국을 배고픔에서 살려낸 품종이고 국가 존위에 영향을 미친 기술이다. 다시 한번 농학이 국민 경제, 그리고 국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연구가 되도록 평가를 위한 평가지표가 아니라 국가, 국민, 지역, 농장, 농산업체, 개도국 등 현장 파급도와 파괴력에 그 중심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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