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스포츠회 정현숙 회장

 

사라예보를 기억하는가?
손바닥 크기의 탁구 라켓으로
세계 정상에 우뚝섰던 그날의 영광을!

정현숙 회장은 1973년 사라예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에서 우승, 건국 이후 최초로 구기 종목에서 세계를 제패한 ‘사라예보 신화’의 주역으로 유명하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종합대회 사상 첫 대표선수단 단장으로 선임돼 국제 스포츠계에 여성 지도자로 이름을 드높였다. 또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과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이사, 단양군청 탁구팀 감독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이다.

꽃을 시샘하는 추위가 찾아온 지난 3월 9일, 하지만 올림픽공원 안의 체조경기장은 한국여성스포츠회에서 주최한 2010년 제10회 파마넥스배 한국어머니배트민턴대회에 참가한 어머니들의 열기로 가득찼다. 전 국가대표 탁구선수이며 현재 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을 맡고있는 정현숙 회장은 빨간 자켓을 입은 채 대회를 진행하며 동분서주한 모습이다. 먼 곳에서 뒷짐지고 우두커니 서있는 회장이 아니라 스스로 봉사하며 일을 찾는 지휘자형 회장의 모습이었다.
‘세월엔 장사 없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모습인 한국여성스포츠회 정현숙 회장. 1973년의 국가대표 탁구 선수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예전 모습 그대로다. 차분한 인상하며 고운 말투도 여전해서 세월이 그녀만을 혼자 빗겨간 듯했다.

사라예보 전설의 주인공…세계의 탁구여왕
한국 스포츠사에 영광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것이 ‘사라예보’다. 1973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우승. 한국 스포츠 역사상 구기 종목에서 우리나라가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더구나 높기만 한줄 알았던 ‘중국의 벽’을 깨뜨리고 얻은 영광이어서 더욱 각광을 받았다.
요즘 밴쿠버 동계올림픽 못지않은 기쁨과 즐거움을 국민에게 안겨준 사건이었고, 그 중심에 주장 정현숙 선수가 있었다. 빛나는 외모로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수비 탁구의 달인이다. 요즘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인기 못지않은 인기를 국민들에게 받았던 세계의 탁구 여왕이 정현숙 선수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체육인들도 믿기지 않을 만큼의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어요. 열심히 해준 후배들이 자랑스럽고 국민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게 돼 같은 스포츠인으로서 자부심도 느낍니다. ”
정 회장은 먼저 이번 동계올림픽 내내 행복했다고 스포츠인으로서의 소감을 밝힌다.
“일반 국민들께서는 메달을 딴 젊은 선수들의 자유분방함과 거침없는 밝은 모습을 보셨겠지만, 운동을 한 저로서는 그 선수들이 겪었을 고된 훈련과 극기의 과정을 알기에 더 박수를 보내고 장하다고 등을 두드려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저출산은 스포츠계에도 영향 미쳐
“예전과 비교하면 엘리트 선수층은 많이 줄어든 게 현실입니다. 선수층이 얇아진 거지요. 그 이유는 집집마다 자녀를 한명씩만 낳다보니 귀한 자녀에게 굳이 힘든 운동을 안시키려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처럼 자녀가 둘 셋 되면 그 중에 한 명 쯤은 운동을 시켜 볼 요량을 부모님들이 했었는데... 이런 환경 속에서도 훌륭한 선수들이 배출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고 그동안 선배 스포츠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던 것 같아 너무 기쁜 일입니다.”
얇아진 선수 층임에도 불구하고 소수 정예로 대단한 성과를 이룩한 후배들이 무척 대견하고 고맙다며 정 회장은 후배들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한국여성스포츠회에서 생활체육의 활성화에 앞장서는 것도 어찌보면 우수 선수 양성과도 연관이 있다고 들려준다. 어머니가 또는 할머니가 운동하는 것을 보고 자란 아들 딸이나 손주들이 운동을 좋아하게 되고 또 그 파급효과로 엘리트 선수로 자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국민건강 위한 생활체육에 앞장서
“한국여성스포츠회는 1980년대 초에 은퇴한 여성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 선수 시절에 국가의 도움과 국민의 성원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위선양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보답하려고 구성되었습니다.”
여성들에게 스포츠 보급 및 지도와 계몽을 통해 건강한 가정과 사회의 일원이 되는데 도움을 주며, 또한 후배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밑거름 역할을 했으면 해서 조직된 단체가 한국여성스포츠회란 설명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쟁쟁한 선수들이 여성스포츠회의 임원을 맡고있다. 탁구의 조경자, 정현숙, 현정화, 테니스의 양정순, 육상의 백옥자, 농구의 박찬숙, 수영의 최윤희, 유도의 김미정, 양궁의 김경욱, 빙상의 전이경, 핸드볼의 임오경 선수 등 스포츠의 별들이 모였다.
현재 18개 종목에 200여명의 각 종목엘리트 선수 출신의 은퇴선수가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각 종목의 생활체육에 참여하거나 관심이 있는 4천명 가량의 준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일친선어머니 탁구교류대회, 테니스교류대회,한중친선어머니배트민턴교류대회 등을 통해 스포츠 외교강화에 힘쓰고 있고, 전국어머니배트민턴대회, 전국여성체육대회, 전국어머니테니스대회,탁구대회 등을 열어 생활체육의 활성화에 이바지 하고 있다.
“어머니는 가정의 중심이며 그 힘은 무궁무진하죠. 어머니의 강인함과 앞서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한자리에서 보여줌으로써 건강한 사회, 엘리트선수 저변확대에 기여하고자 하는 전국여성체육대회를 올 9월중에 개최할 예정입니다.”

운동을 하면 무엇이 좋은가
“운동을 직업으로 한다는 것은 사실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훈련과정에서 육체적으로 힘든 점이 많습니다. 반복되는 연습과 훈련을 극복해야 하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부모님들은 안쓰럽기 그지 없죠. 이번 동계올림픽에 참여했던 김연아 선수의 훈련과정을 보면 연습과 반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있죠. 운동을 한 사람들은 도전정신을 몸에 익혔기 때문인지 새로운 일을 할 때 두려움이 적습니다. 또 대범함도 있습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닥칠 위기의 순간도 운동을 한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무난히 넘기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힘도 운동을 하면서 키워지는 것 같습니다.”
정 회장은 이밖에도 스포츠인들은 기본적으로 선후배간의 질서를 중요시하기에 예의범절도 깍듯하다며 스포츠인으로서의 장점을 늘어놓는다.
“잘해야 될텐데 속으로 되뇌이며 일을 진행하고 무엇이든 맡은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이뤄낸 결과물에 대해선 스스로 받아들일 뿐 속상해 하지도 연연하지도 않는 좋은 성격입니다.”
52년생 용띠인 정 회장이 젊게 사는 이유다. 누구나 그녀를 만나면 물어보게 되는 미용법에 대해서도 그녀는 솔직하게 비결은 없다고 얘기한다.
“크게 많이 웃는 것, 그리고 누구에게나 잘 대해주자는 결심을 매년 새해를 맞으면서 합니다. 그게 비결이 될 수 있을까요? 아! 아침마다 토마토를 갈아서 마시는 것이 건강과 미용을 위해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요즘 여성계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여성스포츠계의 대표로 정현숙 회장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한국 스포츠계에서 여성들이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대내외적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기 때문이다.
정회장은 처음부터 ‘여성리더’를 꿈꾸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녀가 그간 스포츠계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여자 선수들을 배려하는 각별함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녀의 ‘따뜻한 배려’는 자신이 겪어온 경험들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정현숙 회장은 후배들을 위해 각별히 배려하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리드하는 모든 것들은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하는 한국 스포츠계에서 여성과 관련된 고질적인 문제들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적한 스포츠계에 여성 성희롱이 만연한다는 지적은 운동을 모르는 사람들의 분석일 수가 있고 이의 대비책으로도 여성지도자 역할과 참여가 무척 중요합니다.”

정현숙 회장은 이번 동계올림픽 때의 국민들의 성숙한 반응이 참 고마웠다고 인사를 전한다.
“승부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는 국가경쟁력이란 말도 있을만큼 이기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긴 합니다. 그러나 어떤 결과든 국민들의 ‘잘했다, 수고했다’는 격려는 선수들에겐 큰 힘이자 용기를 주는 일입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