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천과학관 이상희 관장

 

“과학은 세상을 움직이는 기본 엔진,
죽어있는 호기심을 깨워 과학 흥미도 높여야”

청계산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는 넓직한 창이 있는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실, 그곳에서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을 만났다. 회의 탁자에 직원들과 빙 둘러 앉아서 “과학관의 발전적 변화”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이 한창이었다. 기자 역시 그 속에 함께 자리잡고 앉아서 2008년 국내 최대 규모로 개관한 국립과천과학관의 발전에 대한 비전과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발전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은발이 어울리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깨끗한 피부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보다 말끔하고 윤기있는 피부를 가진 이상희 관장은 은발이 썩 잘 어울렸다. 블루 색상의 와이셔츠에 회색빛 수트를 깆춰입어 한결 젊어보이는 패션 감각과 스타일, 대화 중에 가끔 터져나오는 호탕한 웃음소리가 옆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이상희 관장의 나이는 올해로 72세다. 하지만 그의 유머스러움과 천진난만함은 나이를 저만치 거꾸로 사는 것처럼 보인다.
명함에 그 사람의 특징이 잘 드러나게 제작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관장의 명함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코가 큰 사람의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다. 바로 이 관장의 익살스런 모습이다.
“요즘 인라인스케이트로 건강관리를 합니다. 4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웬만한 사람을 등에 업고 탈 정도의 실력이죠.”
부러울 정도의 에너지가 넘친다. 어디 인라인 스케이트뿐이랴. 익살 넘치는 얼굴 표정은 순진무구 그 자체다. 그래서 젊은 직원들과의 대화도 격의 없이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파격…장관하다 2급 공무원직 수락
지난해 10월, 국립과천과학관장으로 이상희 전 장관이 취임한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4선 의원에 과학기술처(교육과학기술부의 전신)장관까지 지낸 인물이 2급 공무원인 국립과천과학관장으로 부임하는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후배들 자리를 뺏는 것 같아 주저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과학계에서 5000억원이 투입된 과천과학관을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맡아야 과학기술의 저변 확대와 국민의 과학수준을 올릴 수 있다고 끊임없이 요구해 결국 수락하게 되었죠.”
현존 인물 중 이 관장만큼 과학 분야에서 풍부한 경륜을 쌓은 인물은 찾기 어렵다는게  과학계의 중론이었다.
여기에 상식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용기가 있었고, 우리나라 과학 실용화를 위한 열정이 있었기에 그는 주위의 권유를 받아들여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직을 맡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관장에 취임하기 직전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을 비롯해 LA, 샌프란시스코, 러시아, 프랑스의 과학박물관을 둘러보며 과학관의 미래를 이미 구상해 봤다고 한다.

인간…최첨단기술의 과학작품
“조물주가 최첨단의 기술로 만든 작품이 바로 인간입니다. 인간의 몸은 가장 뛰어난 과학관인 셈이고, 이 속에 첨단 과학이 내재되어 있으므로 잘 읽어서 사용해야 합니다.”
이상희 관장은 누구에게나 항상 얘기하는 인간과 과학의 역학관계에 대한 설명이다. 중추신경을 지배하는 머리는 중앙정부이고, 자율신경이 퍼져있는 몸은 지방자치에 해당하며 말초신경은 치안국방을 담당하는 역할이라는 것. 중앙정부인 머리에는 정보를 얻는데 필요한 눈이 두개, 귀가 두 개씩인데 그것은 항상 양면을 보고 양면을 듣고, 하나인 입으로 일관되게 표현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인간을 과학적으로 풀이하며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또한 최첨단 과학의 산물이 바로 인간이기에 과학적 사고를 길러 실생활에 이용해야 더 윤택하고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은 이 시대의 기초이고 필수과목입니다. 이제 과학 먼저 하고 나서 법, 경영, 마케팅, 영업을 배워야 하는 시대입니다. 경제정책 수립도 환율, 금리, 총 통화량만 볼 게 아니라 과학기술을 알아야 합니다. 경제학 전공자들만 경제정책을 만들 게 아니라 첨단기술이 경제의 알맹이가 되고 그걸 살리기 위해 금융이 뒷받침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합니다.”

목표…과학대중화와 생활화
 이 관장은 규모 면에서 세계 5대 과학관으로 꼽히는 규모로  7만평에 이르는 금싸라기 땅에 지은 국립과천과학관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전 국민의 과학대중화와 생활화를 위한 묘안을 짜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역구 의원으로 지역구를 관리하면서 얻은 지혜가 있죠. 아무리 좋은 얘기도 재미가 없으면 듣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과학을 주제로 얘기 할 때도 여성에게는 영재교육이나 피부미용과 연결시켜 얘기를 해야 효과가 큽니다.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게끔 재미있게 만들어야하지요.”
과학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가 과학을 어렵게, 차갑게만 느끼기 때문인데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느낄수 있게 하는 역할을 과학관이 하려고 계획 중이다.
또한 실험만이 과학이 아니라 그런 사고 자체가 과학이고 그것은 예술 등 모든 분야에 통하는 것이란 생각도 가지고 있다. 과학 흥미도를 키우려면 문화, 예술 등과 접목돼야 한다는 것.
“과학관은 미래를 지향하는 창의적 사고를 길러주는 역할을 해야합니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신제품을 개발하듯이, 과학관에서 과학적인 미래를 위해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사고를 심어주는 것이지요.”
죽어있는 호기심과 감각기관을 깨우기 위해서는 과학관의 일부라도 24시간 개방해서 호기심이 왕성할 때는 과학관에 와서 캠프라도 할 수 있게 ‘깨어있는 과학관’을 만들어야한다고 이 관장은 말한다.
“OECD 국제학생평가의 과학흥미도 조사에서 한국은 전체 57개국 중 55위로 사실상 꼴지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과학 성취도는 높으나 흥미도는 꼴찌인데 과학관의 역할은 ‘죽어있는 호기심과 감각기관을 깨울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여성과 과학…화장품도 과학적으로 이용해야
여성의 피부 미용 역시 과학을 알아야 더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며 과학의 실제 쉬운 예를 소개한다.
“무엇이든 과식하면 소화불량에 걸리죠. 우리나라 여성들도 화장품 과식상태가 많아요. 화장품도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사용하면 효율적이고 적절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낮 동안에는 피부가 숨을 쉴 수 있게 선크림 정도 가볍게 발라 혈액순환이 잘되게 하고 영양크림은 저녁에 사용하는 등 시간과 장소에 맞게 사용해야죠. 이것이 생활과학입니다.”
이 관장은 어린이와 함께 과학관을 찾는 어머니들 대상으로 피부 테스트를 해주는 아이디어도 갖고 있다. 먼저 과학관이 재미있고 쓸모있는 곳이란 걸 널리 알려서 많이 찾도록 만들 아이디어다.
“우리나라는 머리로 세계에 우뚝 서야 합니다. 부존자원도 없고, 땅덩어리도 좁습니다. 창조적 두뇌를 가진 인재육성만이 살길입니다. 창조적 두뇌개발의 밑거름이 되는 게 국립과천과학관의 역할이고 미래비전입니다. 자녀양육을 책임지는 어머니들을 위한 생활과학 프로그램도 적극 개발하고 있습니다.”
늘 깨어있는 ‘살아있는 과학관, 숨 쉬는 과학관’으로 놀러가 보자.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은
국내 최고의 과학전문가다.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했고, 11,12,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과학기술처 장관을 역임했다. 대한변리사회 회장이기도 하다. 2002년 대선 때 ‘과학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부경대 석좌교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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