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박 평 식 박사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본지 전문기자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식량위기 속에서도 연속 풍작으로 단위당 쌀 생산량이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그런데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70년대 후반부터 점점 줄어 1년에 한가마도 안되는 74kg으로 줄었다. 더구나 수입쌀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재고가 문제다. 쌀 재고 해소방안은 소비확대와 대북지원, 해외원조와 수출이다. 그 중에도 가장 확실하고 미래지향적인 것이 해외시장 개척이다. 다행히 몇몇 업체들이 노력을 기울여 점차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WTO 협상에서 쌀 관세화를 2014년까지 10년간 더 유예하고 관세상당 수입량(TRQ)을 점차 늘리고, 밥쌀용 쌀도 일부 수입하게 됐다. 중국, 미국, 태국, 호주 쌀을 의무수입하게 되었는데, 중국과 미국의 중립종 쌀과 태국의 장립종 쌀이 약정된 범위 내에서 꾸준히 수입되고 있다. 호주는 극심한 가뭄으로 생산량이 급감하는 사정으로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세계 40여개국으로 쌀을 수출하던 호주에 역으로 우리 쌀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였던 일본은 쌀 재고가 늘어나자 1999년 조기관세화를 단행했다. 당시 1000%가 넘는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수입은 최소시장접근(MMA) 예정량보다 오히려 적은 양으로 방어하고 있다. 2003년 일본쌀이 대만으로 수출되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보고 시마네현까지 찾아가 ‘헬시미(healthy rice)’ 수출사실을 확인하고 왔다. 우리보다 비싼 일본쌀도 민관의 노력으로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량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
대만은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2003년 갑자기 관세화를 단행하자 초기에 국내 쌀 가격이 폭락하고, 수출은 줄고 수입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별세이프가드(SSG) 등 긴급구제조치를 통해 시장의 안정을 기하고, 생산조정과 ‘쌀 경진대회’ 등 품질향상 노력을 기울였다. 아울러 쌀 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눈물겨운 노력으로 화련현 부리향에서 2004년 가을 ‘스시용 쌀’ 108톤을 일본으로 수출하기 시작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 관세화를 유예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을 드러내놓고 권장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수출허가를 하지 않다가, 2007년 5월 쌀 수입물량 범위 내에서 수출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해 6월 군산의 ‘제희RPC’가 미국으로 쌀 53톤을 선적한 것이 해방 후 첫 쌀 수출이다. 그 후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유럽, 중동지역 등 수출시장은 점차 확대돼 지난해에 20여개 국가에 4,195톤(746만$)의 쌀이 수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제는 시장여건 변화에 대응해 쌀 수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쌀 수출국들의 전략과 시장개척 과정도 참고하고, 쌀 주요 수입국들의 시장동향과 소비자 선호도 조사, 초밥용 등 수출용 쌀 품종선발, 운송과정의 품질유지 문제, 수출용 쌀 생산단지 조성과 기술지원 등이 필요하다. 시장조사를 통해 고품질 쌀은 고급시장에 품질경쟁력으로, 일반 쌀은 수량성이 높은 ‘드래찬’, ‘보람찬’ 등 신품종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여 우리 쌀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 생산자와 정부, 연구지도 관련자가 지혜를 모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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