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홍 종 운
토양학박사
농촌진흥청 국제농업기술협력 자문위원
본지 객원대기자

 

나이가 들어야 철이 든다는 말이 헛말이 아님을 깨닫는다. 나라가 가난하던 시절에 시골에 살았던 터라, 어려서부터 건강이란 것에 대해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고 건강에 대한 적절한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그때는 모두 가난했으니 무엇으로든 배를 채우는 게 우선이었다. 그러니 무엇은 몸에 어떻게 좋다든가, 무엇은 몸에 어떻게 좋지 않은지를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냈던 터라 청장년 시절에도 나는 무엇이 몸에 좋다, 무엇은 몸에 덜 좋다는 것에 대해 유념(留念)하지 않았다. 나는 70대에 들어서서도 그런 것에 대해 괘념(掛念)하지 않아왔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혈압에 대해서 주의하기 시작했다. 또 한 5년 전부터는 혈당에 대해 조심하고 있다. 혈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우연이었다. 버스 안에서 친구를 만났다.  어딜 가는 건지, 어딜 다녀오는 길인지 물었다. 혈압 때문에 병원에 가는 길이라면서 나더러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라 했다. 누구는 언제 쓰러졌고 누구는 중풍으로 고생하고 있다면서 말이다. 그 말 듣지 않으니만 못했다. 며칠 뒤에 병원에 갔다. 혈압이 다소 높은 편이라면서 조심하는 편이 좋을 거라 했다. 조심하는 게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약도 좀 먹고 음식을 짜게 먹지 않는 거라 했다. 음식을 짜게 먹지만 않으면 약은 안 먹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책을 보기 시작했다. 책에 소금과 혈압과의 관계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들이 실려 있음을 알게 됐다. 소금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지나치게 많이 먹는 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소금 자체에 독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금에 들어 있는 소듐이온(Na+)을 너무 많이 먹으면 몸 안에서 소듐이온, 칼륨이온, 칼슘이온, 마그네슘이온 사이의 균형이 깨져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자연에서 나는 먹을거리에는 소듐이온이 다른 이온(특히 칼륨이온)들보다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가공된 식품에는 소듐이온이 다른 이온들보다 훨씬 많다. 이 연구결과는 우리나라 음식이 아닌, 미국 음식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다(사람고혈압학술지. 2005년 판). 미국 음식에는 김치, 여러가지 장들(된장, 고추장, 간장), 장아찌 같은 소금이 많이 든 음식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 음식에는 우리나라 음식보다 소금이 훨씬 덜 들어 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가톨릭대학교 손미숙 교수가 2005년에 우리나라 성인들의 하루 소금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3.7g(남자 14.9g, 여자 12.2g)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양은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5g보다 2.7배나 되는 양이다. 소금이 다소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더라도 신장이 튼튼하면 신장에서 소금을 오줌을 통해 몸 밖으로 내보내지만 신장의 기능이 원만하지 않은 경우는 특히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물냉면은 되도록 사양한다. 냉면 국물에 소금이 0.5% 들어 있을 경우(보통 그 정도는 들어 있다), 그 국물 1리터에는 5g의 소금이 들어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하루 소금섭취량이 거기에 다 들어 있는 셈이다.
어떤 음식이 짜다면서 물을 부어 간을 조절한 다음 그 음식을 다 먹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싱거워졌을 뿐 소금의 양이 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는 음식의 소금농도를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짠맛 센서를 개발했다. 건강을 지키는 것도 과학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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