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윤  금
전북농업기술원 전통식품실장

 

“한식이 세계적 음식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스스로 한식에 대한 지식과 자신감을 품어야 한다.”

‘파스타’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서구 음식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주 타깃으로 삼은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드라마 속 씨줄 날줄로 교차하는 초보 요리사의 성장 이야기와 사랑 이야기가 호응을 받은 까닭도 있겠지만 알록달록 오감을 자극하며 화면을 채워주는 파스타 같은 서양요리의 성찬이 긴장감 있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저 화면을 우리의 산적이나 떡, 전통주가 채운다면 과연 젊은 세대의 높은 반응을 이렇게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전북농업기술원은 작년부터 전통음식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도시주부들을 비롯해 유치원생 등 어린 세대한테 전통음식 만드는 법을 전수하고 떡 만드는 체험의 장을 연 것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위기감의 발로였다.
어릴 때부터 피자나 햄버거, 케이크, 과자 등에 익숙한 아이들 중 열에 아홉은 떡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떡을 밀쳐내는 우리 아이들의 입맛을 까탈스럽다고 탓하기 전에 우리 어른들이 그들에게 전통음식을 얼마나 접하게 해 주었나를 반성한다면 부끄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떡 만들기 체험을 끝낸 아이들의 밝고 신이 난 표정에서 전통음식교육이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쌀가루를 관찰하고 원하는 틀로 떡 모양을 찍어낸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떡을 너무도 소중히 여기고 가족에게 선물하고 싶어 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한과나 떡을 패스트푸드보다 더 좋아하게 될 것은 당연지사다.

한식, 세계인의 문화와 조화 이뤄야
스스로 알지 못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음식으로 세계인들의 입맛을 공략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식에 대한 올바른 교육토대와 소비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그 첫 번째 과제고, 우리 전통 먹을거리와 한식당에 대한 전략적인 홍보를 하는 것이 두 번째 과제일 것이다. 
한식에 녹아 든 민족의 혼과 역사의 숨결을 후대에 물려주는 것은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무다. 보쌈이나 비빔밥, 탕평채, 김치 등 우리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발굴해 스토리텔링 홍보를 펼친다면 인스턴트 음식의 간편함과 대중성에 필적할 만한 한식의 특장점을 더 폭넓게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세계를 공략하려면 세계인의 문화와 조화를 이루는 한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지화에 성공한 해외 우수식당을 선발하여 홍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한식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한다는 그 ‘한식당’ 일부가 특색 없고, 변화 없는 레시피로 정작 한식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지 않은지 면밀히 점검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세계라는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식의 ‘고유성’은 지키되 반드시 ‘변화’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식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세계인의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규격화, 표준화 된 레시피가 필요하고, 외국인들이 싫어하는 식감개선에 대한 창의적인 연구도 지속돼야 한다. 떡으로 만든 케이크, 고추장 파스타, 치즈 낚지 볶음, 과일 막걸리… 이런 퓨전 한식은 인문과 기술, 변화와 전통이 공존하는 요즘 같은 통섭의 시대와 잘 어울리는 쌈박한 음식이 될 것이다.
무궁무진한 조상의 지혜가 잘 발효되고, 사람냄새 나는 이야깃거리가 폴폴 담긴 우리 한식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한식이여! 변화를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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