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문화원 안 종 운 이사장

 

슬로푸드운동…음식과 전통을 넘어 지구환경까지 생각한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는 남양주시 조안면의 물과 들판, 이 길을 따라  남양주시 삼봉리에 위치한 슬로푸드 문화원에 도착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주황색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이 맑아서 기분좋은 날, 달팽이 모양으로 꾸불꾸불 올라가는 층계를 한칸씩 조심스레 디디며 올라가 슬로푸드 문화원 안종운 이사장을 만났다.
보통 사람들은 슬로푸드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정성을 들여 오랜 시간을 가지고 만든 음식을 잘 먹는다는 것 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슬로푸드문화원을 찾으면 진정한 의미의 슬로푸드에 대해서 알게 된다. 왜 우리가 슬로푸드를 먹어야 하고 슬로푸드 운동을 지속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철학을 배울 수도 있다. 슬로푸드 문화원 안종운 이사장에게서 슬로푸드에 대한 이모저모를 직접 들어 봤다.

“요즘 집에서 된장, 고추장을 직접 담가먹는 주부들이 있을까요? 흔치 않겠죠? 시판되는 공장의 된장 고추장에 입맛이 들여 지다 보면 전통의 그 구수한 진짜배기 장맛은 잊혀지게 되고, 그 맛을 모르는 사람들은 전통의 된장 고추장을 찾지도 않겠죠. 문제는 그뿐 아닙니다. 집에서 손수 장 만들 때 쓰던 우리 콩과 천일염 등 참 재료들도 공장의 장 제품엔 단가가 맞지 않아 쓰임이 줄게 되고, 그러면 그 콩 종류 역시 점차 사라지게 될 위기에 당면합니다. 그래서 전통음식을 활성화하고, 전통적인 생산방법을 보호하는 활동(프레지디아)이 중요한 것입니다. 점차 사라져가는 종을 보존하는 것(맛의 방주)도 슬로푸드운동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슬로푸드문화원 설립 만 2년, 안종운 이사장은 이렇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슬로푸드의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슬로푸드운동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운동입니까?
슬로푸드 운동은 1986년 이탈리아 로마의 유서 깊은 스페인 광장 한복판에 맥도날드가 생기는 것을 본 몇몇의 사람들에 의해 시작됐죠.  패스트푸드가 우리의 미각과 전통음식을 사라지게 한다는 위기의식으로 식사와 입맛의 즐거움을 되찾고자하는 운동이 슬로푸드운동입니다. 현재 132개 국가에 10만명 가량의 회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음식, 미식의 즐거움, 그렇게 사는 삶을 보호하고 지지하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음식 및 전통뿐 아니라 지구 환경까지 생각하는 넓은 의미의 운동으로 발전되었습니다.

슬로푸드 운동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슬로푸드는 모든 사람들이 식탁에서의 즐거움을 가지는 권리와 이런 즐거움을 주는 음식 유산, 전통, 그리고 문화를 보호하는 사명을 가지며 친환경 미식법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개념은 먹을거리와 환경의 밀접한 관계를 인식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슬로푸드의 슬로건은 Good, Clean, Fair입니다. 즉 좋고 깨끗하며 공정한 먹을거리란 의미죠. 사람이 먹는 음식은 즐거움을 주어야 하며, 반드시 환경과 동물의 행복, 그리고 우리의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  깨끗한 방법으로 생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먹을거리는 생산자들의 노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 음식이어야 합니다. 슬로푸드는 음식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공동생산자로 생각합니다. 어떻게 먹을거리가 생산되었는지를 알고 적극적으로 생산자들을 지원하여 단순히 소비자가 아닌 생산과정의 일부분이자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슬로푸드문화원 설립 만 2년이 지났습니다. 설립당시의 목적과 취지, 그동안의 성과를 말씀해 주신다면....
지난 2년간 슬로푸드문화원은  차근히 기초를 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0년은 이제 슬로푸드 문화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도약의 단계라 하겠습니다.
 슬로푸드문화원은 깨끗하고, 맛있고, 정직한 음식을 함께 나누기 위해 교육사업, 연구사업, 문화사업 등을 펼쳐 농업인들은 자부심을 갖고, 영농에 전념할 수 있게 농업발전을 도모하고, 소비자들은 자부심을 갖고 단순한 음식소비자가 아니라 푸드시티즌, 즉 공동생산자가 되는데 기여함으로서 궁극적으로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슬로푸드 아카데미, 슬로푸드체험관과 푸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사람들의 안전하고 정직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어 큰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슬로푸드문화원이 있는 남양주시 조안면은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발원지인데 2011년 세계유기농대회와 관련한 계획은 어떠신지요?
세계유기농대회는 별도의 조직이 구성되어 잘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 세계적 행사를 보면 행사 후에 이미 개발된 콘텐츠나 노하우가 사장되는 경우가 있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슬로푸드문화원에서는 세계유기농대회를 전후해 2010년에는 한국슬로푸드 테라마드레를 개최하려합니다. 또한 2012년에는 세계유기농대회의 노하우를 활용해 2012년 아시아 오세아니아 리저널 테라마드레를 개최하려합니다. 이같이 축적된 경험들을 바탕으로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 확산은 물론 삶의 스타일이나 생활철학의 건전화에 슬로푸드문화원의 역할이 있습니다.
(주:테라마드레는 “땅,곧 어머니”란 뜻의 이태리어로 건강한 땅에서 건강한 정신을 기른 음식을 먹어야 건강한 인간이 살 수 있다는 ‘슬로푸드지구촌 식품공동체’ 운동을 의미한다. 테라마드레는  생산자, 공급자, 요리사, 학자 등 관련 먹을거리와 관련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생산을 위한 여러 가지 사항을 모색하고자 마련하는 축제의 한마당이다. 또한 소규모의 생산자들의 권익향상에 주목하는 진정한 농업운동이다.)

슬로푸드운동은 여성들의 역할과 참여가 특히 강조되는 운동으로 압니다. 어떤 마인드의 접근이 필요하며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아무래도 여성이 더 많을 것입니다. 먹을거리를 고르고 요리할 때 그 재료가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왔는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가족의 건강을 지킬 뿐아니라 지구 환경과 나아가서는 식물의 종 보존까지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기 때문이죠. 슬로푸드는 맛있고, 깨끗하고, 공정한 음식을 대표할뿐 아니라 삶의 스타일을 바꾸는 철학입니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부르게 하는 차원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면 좋겠습니다.
또한 전통조리법의 계승보존에도 여성들의 힘이 꼭 필요합니다. 점차 잊혀지는 전통 향토 음식의 보존에 우리 농촌여성들의 힘을 모아 맛을 지키고, 조리법을 지켜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로컬푸드가 제대로 살아야 그 지방 생산물이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고, 그 농산물로 인해 그 지역의 농민들이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안전하고 정직한 로컬푸드를 제대로 평가해 제값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강조하고 싶습니다.

안종운이사장은
1949년 전라남도 장흥 출생이며, 웨스턴일리노이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이다. 제43대 농림부 차관을 지냈으며,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심각성과 소비자 요구에 부응해 창립된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전 국민이 음식문맹에서 벗어나 진정한 푸드 시티즌으로 거듭나도록 하는데 역할을 하고있다.


슬로푸드문화원은

슬로푸드아카데미에서는 음식관련 종사자나 학교급식 담당자, 관련공무원, 학생과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10주 동안 주1회 강의와 토론 실습 등을 통해 좋은 먹을거리를 선택할 줄 알고 또한 건전한 생활 방식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슬로푸드체험관에서는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해 알수 있도록 체험활동을 한다. 농장체험과 조리체험을 통해 생산자와 조리하는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알게 하고 전시, 관람을 통해 슬로푸드에 대한 이해를 높여 건강한 생활리듬을 갖도록 한다.

슬로푸드문화연구소에서는 슬로푸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 전국민이 슬로푸드를 실천할 수 있을지 이론과 기술개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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