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마다 서는 5일장에 가지 못하면 병이 나는 사람이 있다.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픈 병고(病苦)가 아니라 장에 못가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하루종일 장 못나간 분통을 터트리며 신경질을 내는 병을 앓는다.
이처럼 장에 가려는 열망을 못이기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그 첫째 좀체 보기 힘든 다양한 물건을 한꺼번에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손님을 모으는 장사꾼의 구성진 장타령, 북타령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굳은살 박힌 손으로 돌을 깨는 차력사(借力士)의 괴력을 보며 그가 자랑하는 신통방통하다는 약을 사는 재미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짙은 화장으로 짧은 치마 살짝살짝 올리며 교태의 웃음으로 술을 건네주는 주모(酒母)와 눈을 마주치는 재미 못잊어 장에 가려 안달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시어머니 모르게 꼼친 돈으로 입맛 도는 삶은 돼지목살고기 주어먹는 맛 재미있어 장에 가려 했던 것이다.
게다가 늘상 나오는 푸근한 할머니가 주는 인심좋은 덤을 받는 재미에 장을 나서려 했다. 이런 풍취와 광경 보였던 5일장이 쇠락해가고 있다.
이젠 번듯한 대형 건물에 ‘마트’라는 이름의 현대식 시장이 서더니 요사인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장터도 들어섰다. 안방에 앉아서 컴퓨터를 조작해 장을 보게 된 것이다.
5일장을 오고가며 흥취있는 광경보고 이물건 저물건 만져보고 맛보고, 입어보며 떼쓰며 가격 흥정의 스릴도 실종되고 있다.
이제 농업인들 컴퓨터 통한 물건사야 할 뿐 아니라 파는데도 예민한 신경을 많이 써야 할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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