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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디지털시대, 주산의 부활을 꿈꾼다주산왕…세계 유일 주산 공인 11단 이정희 씨
이명애 기자  |  love8798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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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1.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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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도 생각을 거쳐야 외워지고,
숫자와 친해야 행복해 집니다”

100여년 만의 폭설이라던가? 거리도 나무도 온통 눈의 마법에 걸린 1월의 첫 월요일, 용인 수지에 위치한 이지셈 주산학원의 전화는 학부모들의 전화로 계속 울려댄다.
“오늘 차 운행은 어렵습니다. 아이들 안전이 우선이니까요. 대신 어머님께서 데려다 주시면 수업은 합니다.”
일일이 상냥하게 응대하며 이정희 원장은 눈길에서 고생할 아이들을 걱정했다. 그 와중에 한 학원생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이렇게 말한다.
“그래? 선생님이 그렇게 대단해 보였어? 너도 열심히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어.”
그 전날 SBS ‘스타킹’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정희 씨를 봤다며 전화를 한 아이에게 용기와 격려의 말을 잊지 않는다. SBS ‘스타킹’에서는 한·중·일 암산의 최고 고수들을 모아 자웅을 겨뤘다. 물론 최고의 승자는 우리나라의 암산왕 이정희 씨. 게다가 보통사람은 읽기도 힘든 숫자를 거꾸로 돌려놓고 셈하는 진기명기를 보여줘 보는 이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든 장본인이다.
‘스타킹’이 발굴한 스타로 소개되는 이정희 주산왕 11단. 올해 호랑이띠 48세다. 하지만 그녀는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79년 이미 우리나라 최고 유일의 주산 공인 11단에 등극했고, 주산 11단은 그 후 32년간 아무도 그 기록을 깬 사람이 없는 그녀만의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물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기록이기도 하다.
“왜 11단이냐고요? 그게 최고니까요. 아마 12단이란 게 있었다면 그것도 땄을 거예요.”
이정희 씨는 당연한 듯 말한다.

주산 붐 일으킨 장본인
2001년 우리나라가 마지막으로 참가했던 제 20회 국제주산경기대회에서 이정희 씨는 우리나라 대표로 마지막으로 참가해 개인전 1위를 차지했다. 중국과 일본의 주산암산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그 명맥이 끊겨 출전 할 선수조차 없어 그 해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참가를 중단하고 있는 상태란다.
“아쉬움이 많았죠. 살면서 암산 능력으로 편리한 점이 많아서 이 좋은 것을 보급시켜야겠다는 사명감도 있었지만 개인적인 바쁜 생활로 주산보급을 향한 꿈은 마음 뿐 실행에 옮기기 못하고 지냈었죠.”
말할 때마다 항상 생글거리며 웃는 모습, 단발머리의 소녀같은 인상은 40대 후반 나이를 의심케 한다. 스타킹을 비롯해 무한도전, 그것이 알고 싶다 등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신기에 가까운 수 연산 실력을 보여주면서 새삼 40대 이후의 중장년들에게는 주산암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또 자녀들이 모든 걸 컴퓨터와 계산기에만 의지하게 될까 우려하는 부모들에게는 주산암산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붐을 조성하는 계기가  된 게 그녀에게는 퍽 반가운 일이 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처음 주산을 배웠죠. 그 당시는 지금의 영어학원처럼 주산학원도 어릴 때  몇 달은  필수로 다니던 학원이었습니다.”
그렇게 학원을 다니면서 남들보다는 좀 빠른 진도를 보였고 이미 초등학교 5학년 때 주산암산 8단을 땄다. 대학에서 중국어와 경영학을 복수전공할 정도로 향학열도 남달랐다. 금융결제원에서 근무하면서 서울 수도요금 합계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쳐야했지만 병드신 시부모 봉양 등 개인 사정으로 공백기간이 있었다.
“물론 직업적으로 잠시 공백 기간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주산을 멀리하지 않았습니다. 주산을 생활화하고 있거든요. 사실 제 입으로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살면서 어디에서나 직장, 학교 어디서든지 인정 받았고, 어디서든 승승장구하며 최고였죠.”
이정희 씨는 2008년 용인 수지에 자기의 이름을 당당하게 걸고 ‘이정희주산암산학원’을 차려 본격적으로 학생들에게 주산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자취를 감춘 주산학원이 다시 문을 연 것은 처음이다. 일부 보습학원 등에서 과목으로 주산을 가르치는 경우는 있어도 주산암산 학원이 다시 등장한 것은 순전히 이정희 씨의 명성과 개인적 노력의 결과이다.

 

 

36년 된 주판, 가보로 소중하게
“제가 쓰는 주판은 36년 된 것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국제대회에 나갔을 당시인 74년에 일본인에게서 선물 받은 것이죠. 그 당시에도 일본돈 10만 엔 정도 하는 귀한 것이었죠.”
어린 한국 학생이 주산을 잘하는 게 신통하고 예뻐보였는지 선물한 그 주판을  이정희 씨는 가보로 소중하게 여기며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정희 씨는 주산을 처음 배우는 어린 학생들에게도 주판만큼은 처음 구입할 때 좋은 주판을 구입해 평생 지니라고 학생들에게 권한다. 플라스틱으로 된 주판이나 알록달록 색깔을 넣은 주판보다 나무를 깎아 수작업으로 만든 주판이 아무래도 주판 놓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고 귀띔한다.  
“우리나라는 수작업 주판을 만드는 데가 없어 일본 것을 수입해 쓰고 있어요. 아쉬운 부분 중 하나지요.” 일본은 아직도 민간차원에서 주산이 보급되고 있다고 한다.
“간혹 주산을 구시대의 유물인 것처럼 여기거나 컴퓨터와 계산기가 있는 세상에서 뭐하러 주산을 배우냐며 고개를 젓는 분들도 계십니다. 또 주산으론 분수 소수 계산은 안된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지요. 그러나 주산은 계산력을 키워주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부수적으로 암기력 기억력도 키워주고 무엇보다도 속독력이 좋아집니다. 눈이 빨라지게 때문이죠.”
이정희 씨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여러 요인들이 주산을 통해서 배양된다고 짚어준다.
“사람은 평생 숫자를 벗어나서 살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흔한 약속 날짜와 시간에서부터 가계의 수입과 지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숫자와 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산과 암산을 일상생활에 활용하면 한결 편리합니다. 장 보는 것 같은 일상생활 뿐만아니라 요즘같은 재테크 시대에도 숫자는 아주 중요하죠.”

주산 배우면 집중력 생겨
“주산을 배우면서 아이들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때 보람을 느낍니다. 과연 저애가 잘 따라올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뒤처지는 아이가 학원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몰라 엄마가 손을 꼭 잡고 다녀야 마음이 놓일 정도로 산만한 아이였습니다. 성적도 역시 바닥을 기었지요.  2~3달 지나니까 엄마가 마음이 조급해져서 수학학원을 알아보겠다고 하는데 제가 조금 더 믿고 맡겨 달라고 설득했지요. 어머니들 입장에선 학교 성적이 더 중요 할 수가 있겠지요. 다행히 인내심을 갖고 고비를 넘겼고,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 그 아이가 지금은 두 자리 곱하기 두 자리 곱셈을 합니다. 또래들은 지금 구구단에 매달리는 시점이지요.”
첨단 시대에 주산이 쓸모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이정희 씨는 말한다. 전자계산기와 컴퓨터를 가까이 할수록 두뇌를 통한 계산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수학능력은 두뇌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이정희 씨의 주장이다. 학원을 연 것은 전공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아깝기도 했지만 주산과 암산을 통해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돕자는 뜻도 있었다고. 실제로 주산을 배운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수학실력은 놀랄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한다.

3급은 되어야 평생 써먹을 수 있어
또 주산은 3급 정도의 실력을 갖추면 그만두더라도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살면서 유용하게 잘 사용한다고 한다. 보통 평균적으로 7급이 되려면 1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어려운 고비가 바로 7급에서 6급으로 넘어가는 단계.  이때 대부분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고비를 참지 못하고 “이정도 셈을 잘하면 이젠 됐다”라고 생각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게 무엇보다 아쉬운 점이라고 이 원장은 얘기한다. 평균적으로 3급을 따는데 2년 정도가 걸린다고.
“기억력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노력도 중요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숫자를 외우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죠.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간단한 전화번호도 바로 휴대폰에 저장할 뿐 머릿속에 입력시키지 않아서 숫자를 못외우는 거지요.”
이정희 씨는 숫자를 잘 기억하는 방법으로 한 번 숫자를 들으면 머리에 한번 다시 되뇌이며 생각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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