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인공고막 감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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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12.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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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칼럼

이 완 주  박사
본지 칼럼니스트

 

최근 농촌진흥청과 한림대 의료원이 공동연구로 만들어 낸 실크인공고막에 대한 보도(본보 12월 14일자 참조)를 보고 새삼 느낀 점이 많다. 지난 30년 이상 사양길을 걸어오면서 죽지 않고 세계적인 업적을 쌓아온 양잠산업의 비결이 무엇인지 참고할 만 하기 때문이다.
실크는 누에고치를 풀어 만든 실로 우리말은 ‘명주’이다. 명주는 워낙 인체 친화성이 뛰어나 봉합사로 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명주실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실크가루는 소화가 매우 잘 돼 일본에서는 노인과 환자들을 위한 고단백 ‘실크죽’이 인기다. 또한 실크는 화장품, 낙하산과 스포츠 웨어 등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다. 그런데 인공고막은 세계에 유래가 없는 참신한 아이디어이다. 1976년부터 사양화가 시작된 양잠산업을 살린 비결은 이런 획기적인 아이디어에 있다.

화려하게 부활하는 잠업
1960년대, 달러가 없어서 공업화를 못하던 시절에 실크는 달러박스였다. 그 당시 실크 수출은 수출 총액의 10%, 농산물 수출액의 50%를 담당했다. 그러던 잠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것은 아이로니컬하게 자신이 만들어 놓은 공업화로 농촌인구가 도시로 빠져 나간 데다, 1/4에 불과한 값싼 중국 고치 때문이었다.
그 난관을 최초로 돌파한 것이 누에분말이었다. 1995년 농촌진흥청은 세계최초로 누에분말의 당뇨병 효과를 발표했다. 본초강목이나 동의보감에 이미 뽕잎이 소갈증(현대의 당뇨병)에 좋다는 기록은 있지만 누에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옛날에는 고치가 워낙 귀해서 누에를 먹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치를 따서 1천원을 벌던 농가가 누에분말로 2천2백 원을 벌었다. 무엇보다도 누에분말 생산은 노력과 뽕잎을 절약할 수 있어서 큰 매력이었다. 누에가루가 비싼 가격에 팔리자 문제가 생겼다. 콩가루 등을 섞은 가짜가 나돌았다.
그러자 1998년 농촌진흥청은 누에동충하초를 개발해 내놓았다. 누에가루로 2천2백 원을 벌던 농가가 6천6백 원을 벌게 되었다. 그 만큼 귀한 약재이지만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없었다. 동충하초는 일종의 버섯으로 학자들은 균을 누에에 접종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것을 성공시킨 사람은 누에병리학자였다. 조세연 박사는 누에병이 언제 가장 잘 걸리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 때 동충하초균을 접종하면 될 것이라고 뒤집어 생각했다. 그의 가설은 적중했다. 누에가 허물을 벗고 난 직후 연약한 피부에 접종한 결과 접종률이 90%를 넘었다. 누에동충하초도 몇 년이 지나자 가짜가 나돌아 다시금 시련이 닥쳤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그러자 2001년, 농촌진흥청은 ‘누에그라’를 내놓았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 ‘원잠아(숫누에나방)’가 정력에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나방은 혐오식품으로 분류되어 식품화 할 수 없다는데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누에생리학자인 류강선 박사였다. 그는 번데기가 누에고치 속에서 나방이 되어 나오는 시각을 잘 알고 있었다. 새벽 4시가 되면 고치를 뚫고 나오는 나방은 전날 밤 9시경이면 모양만 번데기일 뿐 내용은 이미 나방이 되어 있다. 그 때 누에그라 원료를 만드는 것이다.
누에가루-동충하초-누에그라-인공고막으로 이어지는 양잠산업의 변신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있다.’는 우리네 속담에 놀랄 뿐이다. 그렇다. 지금 우리 앞에 버티고 있는 난관에는 분명 ‘구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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