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박 평 식 박사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본지 전문기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상최대의 풍작이다. 쌀 수량이 10a당 534kg으로 연속으로 ‘사상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만약에 우리 주식인 쌀이 자급되지 않았다면, 대단히 기뻐하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일이다. 사상 유래 없는 대풍으로 풍년가를 구가해야 할 농촌이 쌀값폭락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농민들의 안타까운 한숨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의 쌀 생산량은 491만6천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84만3천톤에 비해 7만3천톤(1.5%), 평년작(456만5천톤)보다는 35만1천톤(7.7%) 많은 양이다. 벼 재배면적은 92만4천ha로 작년보다 1.2% 줄었는데도 수확량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통계청은 기상호조 등에 힘입어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품종과 재배기술의 발전이 뒷받침된 결과이다.
작년에 세계 식량위기 상황에서 사상최고 수량을 기록했을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때는 국제 쌀 가격이 사상최고로 유지되고 있어 다행히 수확기 쌀 가격이 괜찮았다. 최근 자료를 보면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작년 수확기 이후 산지 쌀값이 계속 떨어져 80kg 가마당 16만원선에서 13만원대까지 떨어지고, 미곡처리장(RPC)의 벼 매입가격은 40kg에 5만3천원에서 4만2천원 수준으로 20% 가량 떨어졌다고 한다.
지난 1970년대 국민이 배고파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경제성장에 온힘을 쏟고 있을 때, 농촌진흥청의 ‘통일벼’ 개발로 1977년 드디어 쌀 수량 세계최고를 기록해 ‘녹색혁명’을 달성하고 얼마나 감격스러워 했는가? 1997년 외환위기로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인도네시아에서는 정권이 무너지기도 했는데 우리는 쌀 수량 518kg으로 기록을 세워 국민경제의 안정과 국가위기 극복에 원동력이 됐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국민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79년 136kg에서 75kg 수준으로 떨어지고, 연속적인 풍작으로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다. 최소시장접근(MMA)으로 어쩔 수 없이 들어오는 외국쌀은 연간 30만톤 수준으로 늘어나고,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연간 30만톤 내외 지원되던 대북지원도 중단되는 등 쌀 공급량 초과로 재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수급구조가 됐다.
정부는 식량안보를 위한 공공비축 이외에도 쌀값 안정을 위해 34만톤을 추가로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시키고, 쌀 가공식품 개발과 학교급식 지원, 쌀 수출 지원방안 등 여러 가지 대책을 수립하고 있으나 단기간에 해결이 쉽지 않은 과제다. 비용이 들더라도 쌀 생산량을 줄이는 생산조정과 밀, 콩, 사료작물 등 쌀 이외의 수입곡물을 대체하기 위한 대체작목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풍년이 들면 가격이 떨어져 더 손해가 나는 ‘풍년기근(豊年飢饉)’은 언제나 해소될 것인가? 농사를 잘 지어 풍년이 되면 칭찬받을 일인데 오히려 농촌에 한숨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니, 이번에는 소비자인 도시민이 나서서 도울 때이다. 농민들도 한탄만 하지 말고 생산한 쌀을 제값 받고 잘 팔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겠지만, 소비자가 함께 힘을 보태야겠다.
소비자인 국민이 우리 쌀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기 건강을 위해 밥 잘 챙겨먹기, 속속 개발되고 있는 쌀 가공식품 찾아먹기, 늘상 배고픔에 시달리는 사회복지 시설 등에 쌀 보내기, 미래의 소비계층인 아이들에게 쌀의 중요성을 알리고 식습관을 바로잡는 일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찾아서 실천하자. 현재 어려움에 처한 쌀 농가도 살리고, 가족의 건강도 챙기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식량위기에도 대비하는 ‘일석3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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