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태 철 운영지원과장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얼마 전 2010학년도 수능시험이 끝났다. 이제 학생들은 원하는 학교,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기 위해 시험전보다 더욱 분주해 질 것이다. 사실 학생들에게 선택받는 학과에 있어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심하다. 그 중에서도 농과계 학과의 낮은 지원 현황을 보면 농업에 대한 시선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에 앞서 농업관련 학과 학생들에 대한 일반의 시선 역시 농업에 대한 뚜렷한 소신이 있었다기 보다는 점수에 맞춰 마지못해 지원했을 거라는 편견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대학 진학만을 단적으로 보더라도 여전히 저소득, 고된 노동 등과 같이 농업을 바라보는 시선에 한계가 드리워져 있다.

농업미래에 희망과 확신 줘야
세계적인 농업대국으로 꼽히는 뉴질랜드에서는 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농부라고 한다. 농부가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직업으로 자랑스럽게 인식되고 있으며 농업 부문의 연간 부가가치가 일부 재벌그룹의 연간 순이익보다 높다. 또한, 정부는 농업 연구개발과 교육에 집중하고 있고, 농업 시장을 보호하는 정책과 함께 농업경영인 자격제도 등 농업인을 육성·관리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자해 오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꿈이 농부라고 소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학생이 과연 얼마나 될까. ‘농대에 가서 훌륭한 농부가 되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이나 선생님도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를 바꿔 우리도 농업선진국과 같이 농부가 미래에 촉망 받는 직업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농업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줘야 한다. 둘째, 농부라는 직업이 보람되고 자랑스러운 직업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성공한 농업인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 농업이 항상 위기에 직면해 있는 산업이 아닌, 인류를 이끌어가는 1차 산업으로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농촌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학교·병원·여가 등 복지시설과 문화시설을 갖추고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으로 누구나 살고 싶은 곳이 돼야 한다. 넷째, 농업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절실하다. 매일 식탁에 오르는 수많은 음식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릴 적부터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

‘농부’라는 직업이 당당해지길…
최근 정부는 녹색일자리 창출을 위해 5년간 81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우수 지방대학 19곳을 녹색 교육기관으로 육성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반드시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들이 녹아 있어야 하며, 특히 지역인재 육성정책에는 농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준비된 전문인이 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얼마전 어떤 한류배우가 “무언가를 심어서 열매를 맺게 하고 건강한 음식을 누군가에게 주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농부가 되고 싶다”라고 밝혀 ‘농부’라는 직업이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렇듯 농부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게 요즘의 세태이지만 이들은 단순히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류의 생명과 환경을 위해 기여를 하는 소중한 직업인다. 이에 농업인이 전문기술과 경영능력을 갖춘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에도 농부라는 직업이 당당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그런 미래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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