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박사의 날씨이야기-35

절기로 보아 겨울철은 입동절기(11월7일경)부터 입춘절기(2월4일경)까지 90일 동안이다. 그 겨울의 한 가운데 동지절기(12월22일경)가 있다. 북반구에서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밤과 낮의 시간은 지평선에 해가 떠오르는 시각과 해가 지는 시각으로 결정한다. 이 시각은 위도에 따라 다르다. 올해 서울의 동짓날 밤의 길이는 14시간 26분 4초다.
낮의 길이가 입추절기부터 입동절기까지는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다가 입동절기부터 동지절기까지는 조금씩 짧아지고, 동지를 지나면 입춘절기까지 다시 조금씩 길어진다. 낮의 길이는 올 겨울의 경우 입동절기에는 10시간 25분 23초, 동지절기에는 9시간 33분 56초이고, 입춘절기에는 10시간 24분 54초다. 그러니까 동지섣달 긴긴 밤의 길이는 석 달 동안 동지절기를 꼭짓점으로 13시간 반부터 14시간 반으로 약 51분의 차이를 두고 길어졌다가 짧아진다.
전래로 농사철은 해토머리부터 땅이 얼기 전까지다. 절기로 보면 경칩절기(3월5일)부터 입동절기(11월7일)까지 248일이다. 이 기간의 낮의 길이는 경칩절기에 11시간 30분, 하지절기 14시간 45분, 그리고 입동절기 10시간 25분이다. 이 농사철에는 해가 뜨면 들에 나가고 해가 지고 어두워져야 집으로 돌아온다.
우리나라는 기후가 뚜렷해 농작물의 생육기간도 그에 꼭 맞게 짜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라도 농사일을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놓친다는 생각이 몸에 배어 있어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봄부터 가을까지 오뉴월 긴긴 해를 거치며 농사일에 지칠 대로 지친 몸을 무엇이 편안히 쉬게 해줄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 답은 겨울이다. 자연은 겨울잠을 자는 식물이나 동물처럼 사람도 잠을 청하라고 일러준다. 밤은 낮 동안 일에 지친 몸을 쉬게 하기 위해 어두워지듯이, 겨울은 여름에 지친 몸을 쉬게 하기 위해 해가 짧다.
사람은 누구나 조상 대대로 태어나 사는 곳에 익숙해진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의 이치는 밤과 낮의 길이에 있다. 이 이치를 따르는 생활은 자연이 베푸는 건강 비결을 터득하는 것이다.
그런데 도시생활은 밤과 낮의 길이에 상관없이 시계의 절대 명령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농촌에서는 예전과 달리 겨울에도 쉬지 않고 농사일에 매달린다. 그 때문에 건강의 상당 부분을 의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동지절기는 낮이 짧아질 대로 짧아진 날이다. 이제부터 다시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니 새해임에 틀림없다. 새알심 팥죽으로 액운을 막고 이웃과 나누면서 새해 농사계획을 짤 때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