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진보하지만 마음은 오히려 역행(逆行), 뒤를 살펴야 하는 게 제가 하는 사업입니다.’
라고 말하며 옛것을 살피는 사람을 만났다.
주인공은 안성에서 서일농원을 운영하는 서분례 여사이다. 그녀는 이 농원 한 쪽, 따사로운 햇볕이 스며드는 곳에 장독대를 만들었다.
그 장독대엔 2,000여개의 된장옹기를 마치 군 장병 사열대오처럼 가지런히 진열해 놓아 장관(壯觀)을 연출해 놓았다.
서 여사는 이 장독대 앞에서 아침마다 농원 직원 40여명과 함께 모여 맛 좋은 된장의 발효 숙성을 기원하며 하루 일을 시작한다.
일기예보에 따라 옹기 뚜껑 여는 시간과 닫는 시간 그리고 그날의 작업과제를 주지시킨 다음 국민체조로 몸을 푼 뒤 하루의 행보(行步)를 시작한다.
그녀는 이처럼 된장, 고추장, 간장, 김치, 젓갈 등 발효식품에 대해 아주 경건한 애착을 가지고 이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서 여사는 1년에 콩 700가마로 메주를 쑨다. 메주를 모양내는 일이 너무 고되어 기계로 메주를 성형(性形)했다고 한다.
기계 압축의 힘이 너무 세어 단단한 메주에 발효균이 잘 스며들지 못해 된장 맛을 버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때 콩 100가마 분의 메주를 소형 포크레인을 구입해 구덩이를 파서 묻었다고 한다.
이 일을 겪은 뒤 발효식품 작업은 진보된 기술로 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옛 솜씨를 복원하는 것이 자신의 소명임을 깨우쳤노라고 했다.
서 여사는 눈은 앞을 보지만 된장, 김치, 젓갈 등 발효식품 담는 일은 옛것으로 되돌리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녀의 복원작업 열정에 깊은 공감과 함께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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