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 칼럼

동 열 모
미국주재 대기자

 

지난날 어렵게 살던 시절에 비하면 현재의 우리 생활은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그런데 웬 일인지 우리의 마음은 그 때보다 오히려 허전하고 항상 초조하기만 하다. 가난하게 살던 보릿고개 시절엔 비록 배는 고프더라도 마음은 항상 편하고 넉넉했다. 그러나 풍요를 구가하는 현대사회는 배는 부른데 마음은 배고픈 듯이 텅 비고 불안하니 그 까닭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해 한국 문단의 원로였던 노산(鷺山) 이은상(李殷相) 선생은 “농사짓는 사람은 어려운 농사일을 하면서 보리밥에 된장국과 김치만 먹는데도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만족을 느끼는 반면, 부자 동네의 거지는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갖가지 좋은 음식을 얻어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차지 않은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비유하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옛날 서당에서는 근엄한 훈장의 가르침으로 고작 동몽선습이나 명심보감 정도만 배우고서도, 마치 득도라도 한 듯이 만족과 기쁨이 충만했는데, 현대의 학교 교육에서는 수없이 많은 과목을 배우면서도 불만스럽고 불안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묘사했다.

배불러도 마음 허전한 현대인
그 까닭에 대해 노산 선생은 “옛날의 서당 훈장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한 것만이 아니고 따뜻하고 깊이 있는 가슴으로 제자들을 감화시켰고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오늘의 학교교육은 단순히 지식과 기술의 전달에만 치중하고 인간성의 함양은 소홀히 하고 있다. 즉 머리는 명석하게 만들고 있는데 가슴속은 채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옛날의 농경사회에서는 대자연의 품안에서 밭 갈고 씨 뿌리며 오묘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면서 소박하게 살았으니 오만이나 탐욕이 있을 수 없었고, 따라서 넉넉하지 못한 삶에서도 만족과 감사와 행복이 충만했던 것이다. 그런데 현대의 산업사회에서는 과학문명이 날로 발달해서 우리는 한없는 탐욕으로 자연의 법칙에 도전하며 오만해지고, 스스로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해서 인간성을 상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날로 치열해지는 생존경쟁에서 인정은 메말라가며 불안과 스트레스만 쌓이게 된다.  이 때문에 현대인의 생활은 비록 편리한 과학문명 속에 넉넉하게 사는 것 같이  보이지만  속은 텅텅 비어 있는 것이다. 
싫든 좋든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그것은 한 마디로 허전한 마음의 ‘공허감’을 채우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이 공허감을 채우는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독서를 위해 시간을 배려하자
‘책’은 메말라가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을 윤택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인격과 품위를 높여준다.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일수록 부드럽고 인간미가 넘치며 사리가 분명하고 남에게 호감을 준다. 책은 많이 읽을수록 좋다. 그러나 흥미 위주의 책보다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책을 골라 읽을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신간 서적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고 지난날 감동 주던 책이나 옛 명작을 다시 읽어보는 것도 매우 유익할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진짜 신사 숙녀이다. 농사일에 쫓기면서도 틈틈이 책을 읽는 당신이 가장 아름답고, 돋보기 끼고 독서 삼매경에 빠진 노인이 우러러 보인다. 이제 가을걷이도 끝나가고 농한기를 맞이했으니 독서를 통한 내면의 성숙을 위해 시간을 내어보자. 독서는 우리 생활을 한결 윤택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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