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칼럼

이 영 희
충청남도생활개선회장

 

세모를 맞아 불우이웃의 눈물을 닦아주며
작으나마 따뜻한 정 베풀어 나눔의 기쁨 얻자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뒹구는 낙엽 길은 사람들 모두의 가슴에 애잔한 감상(感傷)을 주는 모양이다.
고즈넉한 역사를 지닌 덕수궁 돌담길에 널브러져 켜켜이 쌓인 선명한 노란 은행잎을 밟는 젊은 연인,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따뜻한 훈기를 내뿜는 바람을 맞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들 연인은 덕수궁 돌담길에서 사랑을 고백하고 약속했기에 그 사랑 보듬고 키우며, 확인하기 위해 그 길을 다시 더듬는다고 했다.
40을 넘긴 부부는 삶에 지쳐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지 못하다가 낙엽 길을 밟게 됐다며 손을 맞잡고 걸어 아주 멋졌다. 그들은 옛 돌담길, 아베크 길의 추억을 반추하는 길이라고도 했다.
무덤덤했지만 궁핍한 가운데 두 차례 큰 병을 군말 없이 수발해준 남편의 고마운 노고를 눈물로 보답하는 어느 아내의 모습에 가슴이 찡 아려왔다. 또 홀로 걷다 마치 10대 소녀처럼 은행잎을 줍던 70대 여인은 인생은 낙엽처럼 흔적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자식 등 후손을 두어 이어가는 것이라고 희망을 얘기하는 모습이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그뿐 아니라 지나는 행인들에게 가을날 낙엽 길의 아름다운 행로(行路)의 추억, 그 모습을 사진에 찍어 넉넉한 정으로 내주는 40대 남성의 모습을 보며 적은 것이지만 따뜻한 배려를 해주는 감동에 가슴이 뭉클했다.
이 광경들은 지난 11월 14일 KBS-1TV 저녁 9시뉴스 뒤에 방영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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