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박사가 청국장 전도사

청국장박사, 호서대 김 한 복  교수
-16년간 청국장 연구, 세계인명사전에 등재


 

“청국장을 재료로 신약개발 꿈꾼다”


청국장 가치, 세계에 인정받다
어머니의 구수한 손맛이 담겨있는 청국장 찌개,  두부 슴덩슴덩 넣고 보글보글 끓여내면 밥 한그릇이 뚝닥인 정감 가득한 음식이다. 하지만 젊은층 한테는 특유의 냄새로 그닥 환영 받기 어려웠다. 몇해 전 청국장은 웰빙 건강식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청국장 돌풍이 일어난 적이 있다. 그때부터인가 청국장은 일부러라도 찾아 먹어야하는 건강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 청국장 바람이 일어난 시기는 ‘청국장 건강법& 다이어트법’ 이란 책이 나오면서 부터다. 이 책의 저자로 16년간 청국장 연구를 해온 호서대 자연과학부 생명공학과 김한복 교수가 마침내 그 공로을 인정받아 세계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영광을 얻었다. 청국장도 Chungkookjang이라는 영문표기로 함께 소개됐다. 
“미국에선 청국장이란 이름 자체가 생소할텐데  인정을 해주겠다니 재미있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청국장에 대한 효능을 인정받게 되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 인더월드(Marquis Who’s Who in the World)'는 세계 215개국을 대상으로 정치. 경제. 과학. 예술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업적을 이룬 인물을 엄격한 심사를 통해 연구자들의 업적과 프로필을 등재하는 인명사전이다. 보통 이 인명사전에는 과학이나 의학, 공학 등 전통 학문분야에서 연구업적을 낸 사람들의 이름이 주로 등재된다.
따라서 청국장 연구로 인명록에 등재된 것은 꽤 이례적이란 평가다.
김한복 교수는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3년부터 16년에 걸쳐 첨단과학인 분자생물학과에 청국장을 도입해 인체 효능을 분석하는데 큰 성과를 거뒀다. 박사학위 취득 그 이후 유전공학을 연구했다.
“92년 호서대로 부임하면서 연구 테마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에 콩이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분자생물학으로 접근한 연구결과는 없었기에 청국장을 분자생물학에 접목시켜 연구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교수의 백그라운드가 바로 미생물학이어서 잘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도 있었다고 한다. 청국장을 식품학으로 접근한 경우는 꽤 있지만 자연과학자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체중 감량 효과 몸소 체험
김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93년부터 자신이 직접 청국장을 먹어보며 몸소 체험을 했다. 여기서 김 교수는 혈압이 떨어지고 변비와 설사 등 장 계통의 질환에서 탁월한 청국장 체험을 하게 됐다.
“카이스트 박사 과정 시절, 체중이 80kg까지 나갔죠. 청국장 효능을 연구하며 자연스레 청국장을 자주 먹었는데, 6개월 만에 몸무게가 65kg까지 줄었고 현미밥 위주의 식단과 가공식품을 멀리하면서부터 지금껏 58kg의 현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교수는 청국장을 즐겨 먹은 이후부터는 특히 장 계통이 아주 좋아졌다고 얘기한다.
“청국장 역할이 컸겠죠? 게다가 몸이 가벼워지면서 꾸준히 걷기 운동도 했습니다. 사실 콩단백질은 포만감을 주는 아주 유익한 음식입니다.”
김 교수의 자녀들도 어릴 때부터 청국장 식사가 습관이 되어서 청국장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집에서는 전기 방석을 이용해 김 교수가 직접 청국장을 만드는데 청국장을 만들 때는 국산 햇콩을 이용해 2시간 정도 삶아서 정성을 들여야 하지만 그 과정이 된장에 비하면 수월하다고 말한다.
“음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설탕이나 소금 등의 정제식품과 햄버거, 라면 등의 인스턴트 식품들은 열량을 내는 영양소는 넘치지만, 섬유질·비타민·미네랄과 같은 조절 영양소는 부족해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됩니다. 이러한 불균형은 결국 비만이나 변비, 각종 성인병과 연관될 수밖에 없는데 청국장, 현미, 콩 등의 자연식품과 발효식품을 즐겨 먹는다면, 이런 문제점들은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일반적인 청국장 제조법 대신 자신이 직접 우리 토양에서 찾아낸 새로운 균주를 접종시켜 재래식 청국장에 비해 생리활성물질이 더욱 풍부한 청국장을 만들어냈고, 그 새로운 균주 '바실러스 리체니포르미스B1'로 특허까지 받았다.
김 교수에 의하면 청국장의 효능은 실로 놀랍다. 청국장에는 섬유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변비에 탁월한 효과를 갖는다. 정장효과가 뛰어나 설사를 방지하고 변비를 개선한다. 게다가 피부도 고와진다.
청국장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어 신진대사를 촉진하므로 비만을 막는다. 혈전 용해 효과가 뛰어나 뇌졸중을 예방하며 항암물질도 다량으로 들어있다. 청국장은 치매를 막아주는 건뇌(建腦)식품일 뿐 아니라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병을 다스린다.
또한 혈압을 강하시켜주고 간 기능을 개선하며 골다공증과 빈혈을 막아준다.

청국장 5분 이상 끓이지 말아야
“기존의 청국장은 간이 있었습니다. 콩에 양념한 후 으깨어 청국장으로 띄었으니까요. 그래서 청국장 한 숟가락이면 하루 20g의 하루 염분 섭취량에 근접하게 됩니다. 소금을 섭취하게 되어 건강에 좋지 않았죠. 그래서 소금이 들어가지 않은 무염 청국장을 저는 권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청국장과 된장, 어느 쪽이 더 몸에 좋을까?
“청국장과 된장의 결정적 차이는 발효 기간과 염분 함유량에 있죠. 된장은 콩으로 메주를 띄워 염분 15% 정도 됩니다. 된장은 항아리에 담아 숙성시키는데 장기 보관을 위해 다시 소금이 첨가되기도 하죠. 된장의 높은 염도가 균의 증식을 막고 성인병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반해 청국장의 제조과정에서는 소금을 전혀 쓰지 않고 발효기간은 2, 3일로 짧아서 애초에 함유된 미생물 종류로만 따지면 된장이 앞서지만 결과적으로 영양분이나 바실러스균이 온전히 남은 청국장이 더 알짜배기죠.”
청국장에는 혈전용해제 역할을 하는 미생물 효소가 많이 들어있는데 이 효소는 끓이면 죽는다, 그래서 김 교수는 이를 무척 아깝게 생각해 생청국장을 먹을 것을 권한다. 하지만 현실상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새 청국장을 음식으로 먹기는 쉽지 않은 일.
“청국장 반을 덜어서 끓인 다음에 먹기 전에 나머지 절반 남긴 생청국장을 첨가해 먹으면 그나마 절반의 영양은 고스란히 파괴되지 않고  섭취할수 있죠.”
김 교수는 청국장 만드는 방법만 가르칠 뿐 자신이 직접 제품을 제조하지는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에 김 박사의 열정으로 한창 우리나라에 청국장 붐이 일었을 때 집에서 청국장을 제조하는 기구를 만들어 판 모 업체는 260억원의 청국장 제조기 매출을 달성했다는 게 김 박사의 말이다.

앞으로 청국장 시장 규모 10배 커질 것
우리나라 청국장 시장 규모는 2000년 당시 50억 정도에서 현재 500억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제품 또한 다양해졌다고 김교수는 설명했다. 일본 낫토시장이 5조에서 7조원 규모인 것을 견주어 보면 우리나라도 5000억 시장은 예상해야 한다며 청국장 시장에 대해 밝은 비전을 예상했다.
김 교수는 청국장을 생으로 먹기 위한 방편으로 청국장캡슐을 개발했던 장본이다. 청국장 캡슐은 2001년~2003년까지 생산되었으나 제품생산과 판매를 담당했던 제약회사는 아무래도 약 위주지 건강식품회사가 아니어서 3년 계약이 끝난 후 더 이상의 제품생산은 중단된 상태다.
사실 김 교수는 청국장박사라는 명성과 연구 성과로 직접제품 생산에 뛰어들면 많은 돈을 벌 기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직 연구에만 몰두하는 교수로 한우물만 파기로 작정했다고 설명한다.
“돈하고 연관된 것은 학문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복잡한 일입니다. 그러나 청국장은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전통식품입니다. 청국장의 새 가치를 발견한 2000년 중반부터 신약개발의 토대가 되는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지요. 청국장 추출물을 인간세포에 처리해서 3만개의 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는 연구입니다. 신약개발 물질을 청국장에서 뽑아내는 것이지요. 연구의 중간단계는 건강이지만 결국 신약개발이 꿈입니다. 앞으로 남은 정년까지 이 연구에 매달릴 생각입니다.”
예전처럼 청국장 붐이 과열되는 것을 오히려 경계하는 입장이다. 과열돼서 여기저기 청국장 효능이 부풀려지면 너무 장삿속이 된다는 것이다.
“청국장도 기초 연구가 튼튼하면 무한한 변신이 가능합니다.”
꾸준히 잔잔하게 청국장 바람이 지속되어 사람들이 건강해졌으면 하는 게 청국장 박사 김한복 교수의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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