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박사의 날씨이야기-32

햇빛 속으로 비를 뿌릴 때나, 맑은 날 폭포수 주위에서 하늘에 뜨는 무지개를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무지개의 신비를 떨쳐 버리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도 똑 떨어지는 설명을 들을 수 없다. 19세기 초에 짧게 살다가 간 영국의 2세대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는 '무지개는 빛의 가닥을 풀어 놓은 것'이라는 뜻의 과학적 설명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긴 것으로 유명하다.
무지개를 자세히 관찰하면 단순히 '일곱 빛깔의 활'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무지개 활의 바깥쪽 하늘은 안쪽보다 더 어둡고, 조금 빛깔이 옅은 보조 무지개의 빛깔 배치는 본 무지개의 순서하고는 반대로 되어 있다. 본 무지개의 가운데 부분은 초록과 보랏빛 활로 돼 있는데, 그 안에 여분으로 여러 개의  빛깔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무지개의 길이와 폭에 따라 밝기가 각각 다르고, 무지개의 정점 가까이서 활은 여러 개로 쪼개지기도 한다. 편광렌즈로 된 선글라스를 쓰고 무지개를 바라보면 무지개가 늘어지거나 이지러져 있기도 하다.
무지개에 대한 연구는 13-14세기에 걸친 페르시아의 긴 이름을 가진 한 무슬림 물리학자와 14세기 독일의 물리학자 프라이버그를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이어 오지만, 지금까지 교과서에 밝힌 무지개에 대한 설명은 모두 옳지 않거나 부족하다고 한다. 따라서 무지개는 간단한 설명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임에 틀림없다.
무지개의 중심이 되는 이론은 공기 중에 햇빛을 받으며 떠 있는 수많은 물방울의 행동이 거울, 렌즈, 프리즘을 통하여 한꺼번에 나타나는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물방울이 햇빛을 받으면 '하얀 햇빛'이 색깔마다 다른 각도로 꺾이어 흩어진다. 꺾이는 각도는 적색이 가장 작고, 자색이 가장 크다. 그 때문에 빛이 가닥으로 나누어져 여러 가지 빛깔로 나타난다. 이때 초점은 빛이 비치는 각도로부터 138도의 방향에 맺히는 경향이 있어, 무지개는 둥근 고리 모양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윗부분인 반만 볼 수 있다. 나머지 반은 땅 아래에 있는 것으로 되기 때문에 볼 수 없다. 138도라는 각도는 무지개를 바라보는 사람의 뒤쪽에 해가 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빛은 파동이기도 하고 입자이기도 한 신비 그 자체로 밝다. 무지개 또한 빛의 신비에 속하여 설명이 어렵다. 그 때문에 시인 키츠는 무지개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을 것이다. 손에 잡히지도 않고, 그 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가가면 사라지는 무지개는 영원한 우리의 아름다운 꿈이다. 누구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어린이가 되는 이치가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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