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칼럼

홍 종 운
토양학박사
농촌진흥청 국제농업기술협력 자문위원

 

말만 들어도 시원해지는 냉국은, 땀을 많이 흘린 이들을 위해 장만한 마실거리였다

추석연휴 때 우리 가족의 큰 연중행사를 하나 치렀다. 평소에는 집에서 차로 한 시간 반 남짓하게 걸리는 곳에 있는 밭 100평 정도에 심은 고구마를 캐는 일이었다. 일거리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되어 집에서 점심을 먹고 떠났다. 연휴라 그랬던지 길이 많이 막혀 밭에까지 가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일을 시작해보니 일 또한 쉽지 않았다.
부랴부랴 서둘러 고구마를 캤다. 온몸이 땀투성이가 됐다. 입으로 흘러들어오는 땀 맛이 짰다. 얼굴에 소금 적이 생기기까지 했다. 피로가 쌓였지만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사이사이 물을 마셨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땀은 왜 나는 것일까? 땀에는 왜 소금이 들어 있을까?
건강한 사람의 경우, 몸무게의 약 70% 정도는 물이라고 한다. 왜 그렇게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 것일까? 우리 몸에서 물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피에 들어 있으면서 양분과 산소와 탄산가스의 이동을 돕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체온을 조절하는 일이다.
일을 할 때 땀이 나오는 것은 바로 체온을 조절하기 위함이다. 힘든 일을 할 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세포에서 더 많은 양의 포도당이 산화된다(탄다). 그러면 체온이 올라간다. 체온이 너무 올라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 때 몸에 들어 있는 더워진 물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그게 땀이다. 몸 밖으로 나온 땀은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 그 때 열도 함께 날아간다. 그 결과 우리 몸의 온도는 알맞게 조절된다.
땀이 날 때 다른 중요한 일도 일어난다. 땀은 물로만 되어 있지 않다. 땀에는 소금이 들어 있다. 왜 그럴까? 우리 몸에 들어 있는 물에는 알맞은 양의 소금이 들어 있다. 그래야 우리 몸속에서 전기가 잘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에 들어 있는 물에 소금이 너무 많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우리가 많은 일을 할 때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많은 양의 물을 몸 밖으로 내보낼 때 물만 내보내면 몸에 남아 있는 물에 소금이 너무 많아질 것이다.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물을 몸 밖으로 내보낼 때 일정량의 소금도 함께 내보낸다. 물과 소금이 섞인 것, 그게 땀이다.
힘든 일을 많이 할 때 물과 소금이 함께 땀으로 빠져나간다. 따라서 그 때 우리 몸을 원상으로 회복시키려면 물만 마시면 물만 보충되고 소금은 보충 되지 않아 우리 몸속에 들어 있는 물이 싱거워질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우리는 일이나 운동을 열심히 한 뒤에 물만 마시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많은 땀을 흘리면 소금도 많이 몸 밖으로 빠져나왔으니 알맞은 양의 소금도 함께 보충해주는 게 옳다.
옛날 시골에서 마시던 냉국이란 게 있다. 땀을 많이 흘린 이들을 위해 장만한 마실거리였다. 그걸 어떻게 장만했는가? 시원한 우물물에 알맞은 양의 진간장을 넣은 게 냉국의 바탕이다. 거기에 싱싱한 오이를 채로 썬 것을 조금 넣고 볶은 참깨를 몇 개 띄우고 잘 익은 식초를 조금 넣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이렇게 장만한 냉국의 맛과 기능은 요즘 흔히 마시는 여러 가지 이름의 음료수들이 따를 수 없다. 땀을 통해 잃은 물과 소금을 함께 보충해주니 기능면에서 탁월하고, 싱싱한 오이와 볶은 참깨, 식초 등이 어울려 내는 맛 또한 독특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노라니 시골에 살던 때 마시던 그 냉국의 맛이 입에 가득해진다. 엊그제 고구마 캐던 때 쌓였던 피로가 싸악 가시는 것 같다. 우리 선인들의 슬기가 듬뿍 담긴 냉국을 되살릴 수는 없을까? 여름에 열리는 시골 축제 때 한번 시험 삼아 되살려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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