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기고

윤 순 강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기획조정과장 

 

얼마 전 농촌진흥청과 자매결연을 맺은 ‘해실리마을’을 다녀왔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이곳에서 고추 따기 일손에 기획조정과 직원들이 힘을 보탰다. 손놀림이 빠른 농업인들이 금세 마무리했을 면적을 서툰 인력 20여 명이 매달렸으니 작업이 그렇게 능률적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붉게 윤이 나는 고추를 바구니 한가득 채우면서 조금이나마 농업인의 마음, 즉 수확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마을 정자에서 먹는 고구마며 막걸리 맛은 고급 레스토랑의 요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농업기술과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문서 몇 장이 아닌 땀으로 얻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최근 농촌진흥청이 실시하고 있는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농업·농촌이 열쇠를 쥐고 있다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신뢰받는 농업, 찾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깨끗한 농촌만들기, 안전한 농축산물 생산, 농업인의 공동체적 자립심 함양에 대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농촌을 방문하는 이들이 품는 공통적인 기대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 본 농촌의 모습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예상치 못하게 마주하게 된 폐비닐, 농약병과 같은 농자재 때문이다. 이에 ‘푸른농촌 희망찾기’의 우선적 추진과제는 ‘깨끗한 농촌만들기’이다. 다음으로 농촌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부분은 바로 ‘안전한 농축산물’이다. 멀리 식량위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당장 오늘 밥상에 오른 음식에 대한 불안함이 항시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에 대한 열쇠는 농업·농촌이 쥐고 있다. 우리 모두가 농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농업은 과거 경제성장의 기반으로 여겨지다 산업화로 인해 경제의 중심에서는 다소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즉각적인 이득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여전히 가난한 산업으로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의 주요 산업으로 부각되면서 고소득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 농업 역시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농업인의 자립심을 길러주는 것이 ‘푸른농촌 희망찾기’의 마지막 과제다.    

‘푸른농촌 희망찾기’는 해피엔딩
해실리마을에서 고추따기돕기를 마무리하고 새참을 먹고 있을 때 동네 마실을 다니던 마을의 한 어른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농진청에서 왔다 하니 무척 반가운 기색을 보이며 다가와 농을 몇 차례 주고받으며 즐거워했다. 태어나 여든이 가까운 한평생을 그곳에서 살아왔을 그 노인에게서 농촌의 쓸쓸함 보다는 삶의 여유를 읽었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그래서였는지 돌아오는 길에는 고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대신 농업·농촌을 단 한 순간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이는 행사에 참여했던 모든 직원들 더 나아가 우리 국민 모두가 품어야할 마음가짐일 것이다. 이로써 ‘푸른농촌 희망찾기’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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