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키우는 인적 인프라 구축안된 것이 우리 농촌의 한계

■  농정이슈 인터뷰 - 농림수산식품부 하 영 제 제2차관

 

본격적인 벼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풍작에 따른 쌀값 하락을 우려한 나머지 정부의 실질적인 안정대책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쌀값 하락에 항의해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등의 반발도 거세게 일면서 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져가고 있다. 정부가 거의 매주 쌀값 안정대책을 쏟아내놓고 있지만 소요는 조금치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정부나 농민이나 풍년인데도 시름이 깊어가긴 마찬가지다. 이런 어수선함 속에서 농식품부 식량정책 전담부서의 수장인 하영제 제2차관을 만났다.

농민은 글로벌한 경쟁력 갖춰야
- 밖이 꽤 소란스럽습니다. 농민단체에서는 한가마니당 5만원을 선지급 하고 내년 3월 추곡 매상 때 정산하자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특유의 우렁한 경상도 억양으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매년 연례적으로 벌이는 일이에요. 그건 정말 곤란합니다. 언제까지고 정부에 보채듯 기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것은 억지 아닙니까? 농업도, 농민들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대외적인 경쟁력을 갖추어야 앞으로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어요. 그래야 희망도 있죠.”
- 경쟁력이라면 어떤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지금까지의 경쟁력 개념은 산업, 교육, 문화, 복지 측면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죠. 이제는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 커뮤니티 경쟁력으로 키워가야 합니다. 그리고 경제성을 제고한 농촌성을 재검토해 서비스 산업 측면도 키워가야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는 농식품부 차관 부임 전 지자체장(관선 거제군수와 민선 남해군수 연임)으로서의 현장 행정경험을 가지고 있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행정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역시 사람이에요. 인적 인프라, 즉 이렇다 할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에요. 전국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아시다시피 소신있고 의식 있는 지자체장이 있는 지역은 잘 되고 있지 않습니까? R&D를 통한 인재육성정책을 마련해 지도자를 키우는 게 급선무예요.”
화제를 농정현안으로 돌렸다.

가공용 쌀 소비 확대시킬 것
- 쌀 소비촉진책, 특히 쌀가공식품 활성화정책이 미시안적인 건 아닌가요? 떡볶이나 군대, 학교 급식용 면류·빵류만 가지고는 대체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단계적으로 가공용 쌀의 사용비중을 생산량의 10% 수준까지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고, 정부 비축미의 가격도 인하해 공급할 계획입니다.
특히 주정용 쌀을 할인 공급하게 되면 쌀 소비 공공수요도 크게 확대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들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떡볶이·국수 뿐만 아니라 막걸리, 장류(고추장), 맥주 등 주요 전략 품목의 소비확대를 위한 정책도 보다 적극적으로 펴나가기 위해 현장점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 정책이 다소 이벤트성이 강한 전시행정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금수강촌(村)’만들기의 테마마을 조성은 여태까지의 지역사회개발 정책이나 귀농·귀촌정책, 녹색체험마을 지정 등과 중복되는 느낌을 줘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는데요….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다 걸러지리라고 봅니다. 지자체에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잖습니까.”
그런 그에게 마지막 단답형 질문을 했다.-우리 농촌 희망 있습니까? 에 그는 확실하게 “예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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