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칼럼

윤 성 호
농학박사
본지 칼럼니스트

 

기후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기상전문가가 아니라, 기후에 순응해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일 것이다. 어떤 고장에서 해마다 재배하는 농작물의 종류와 품종, 그리고 재배방법은 그 고장의 기후를 몸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면 선택할 수 없다. 이러한 기후에 대한 이해는 해마다 그맘때가 되면 그러한 날씨가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맘때 그 날씨가 아니라 아주 엉뚱한 날씨가 찾아오는, 이른바 ‘기후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에 뚜렷하게 나타난 기후변화는 온도의 상승과 흐리고 비오는 날의 증가다. 온도의 상승은 이른 봄과 늦가을에 작물재배 가능기간을 늘여주는 이점이 있지만, 이에 반해 흐리고 비오는 날의 증가는 일조시간을 줄여 농사 전반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뿐만 아니라 종잡을 수 없는 태풍, 국지적 집중호우, 가뭄, 여름철 이상 저온현상 등의 날씨 변화는 그 규모가 커져 당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있다고 못을 박았다. 지구온난화는 대기에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온실가스가 증가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불화가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가 56.6%로 가장 많고, 메탄은 14.3%, 아산화질소는 7.9%, 그리고 불화가스가 1.1%를 차지한다. 이들 온실가스의 지구온난화 작용은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하면 메탄은 25배, 아산화질소는 298배나 된다. 따라서 배출되는 양이 적다고 해 얕잡아볼 수 없다.

온실가스의 배출에 따른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전보다 37%나 증가해 2007년 현재 384ppm이다. 이어서 지구의 평균온도는 1906년부터 2005년 사이에 0.74℃나 올라갔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에서는 이와 같은 추세라면 21세기가 가기 전에 1.8~4.0℃가 더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만약 이 예측에서 가장 낮은 1.8℃ 상승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넘어설 것이다. 1880년부터 2008년까지 128년 동안 지구가 가장 더웠던 10년이 모두 1997년부터 2008년 사이에 들어 있다고 하는 사실은 위의 예측을 뒷받침하고도 남는다.
미국 ‘이산화탄소정보분석센터(CDIAC)’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순위에서 중국·미국·유럽연합·러시아·인도·일본·캐나다에 이어 우리나라는 8위였고, 1인당 배출량은 이보다 높은 4위에 올라 있다. 국토의 크기와 인구에 비추어보면 실로 엄청난 양을 배출하고 있다. 물론 그에 상당하는 산업 활동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의 개발과 그 이용에 소홀했고, 에너지 절약에 게을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세계 농수산 부문에 끼칠 영향으로 농업생산의 감소, 농작물의 재배적지 이동, 굶주림과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인구의 증가, 수산업의 저조 등을 들고 있다. 아시아 지역만 놓고 보아도 약 10억 인구가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고, 2050년까지 식량 생산이 30% 감소할 것이며, 산불 등 화재 위험이 따를 것이라고 ‘월드워치연구소’는 내다봤다.

농업과 축산 부문에서 배출되는 메탄은 소와 같이 되새김질을 하는 가축이 트림을 할 때 제1위에서 나온다. 그리고 벼논에서도 상당한 양이 나온다. 벼 그루터기며 유기질 거름이 산소가 없는 논흙에서 분해할 때 메탄이 발생한다. 이 메탄은 흙 속에 그대로 남아 있지 않고 벼 뿌리로 들어가 벼의 통기조직을 마치 굴뚝처럼 이용해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그리고 아산화질소도 작물재배에 사용하는 질소질 비료에서 배출된다.
1990년대에 농촌진흥청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로서 우선 별도로 비용을 더 들이지 않으면서 농산물의 수량과 품질을 높이는 재배기술을 찾아내기로 했다. 그 가운데는 논에서는 물걸러대기를 철저히 해 메탄을 줄이는 방법과, 질소비료를 줄 때 논에서는 전층시비를 하며, 밭에서는 비료를 준 다음에 흙으로 덮어주어 비효를 높임과 동시에 아산화질소의 배출을 줄이는 방법 등이 들어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비용이 더 들어가는 기술이라도 채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왜냐하면 ‘기후변화’는 인류의 재앙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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