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뽀빠이가 만난 최고의 농업연구인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 강창호 박사

글 싣는 순서
①꿈의 광원 LED, 농업을 바꾼다
②곤충도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동참
③이제 집에서 ‘전통주’ 간편하게 제조
④농업도 이젠 로봇시대
⑤한국, 세계5대 종자강국 꿈꾼다


<강창호 박사(사진 왼쪽)로부터 접목로봇 설명을 듣고 직접 접목을 해본 뽀빠이 이상용 씨가 신기해하고 있다.>

 

노동력 50%·비용 23% 이상 절감
가지과·박과 채소, 한 대로 접목 가능

 

그동안 농가에서 참외·고추·수박·오이·토마토 등을 생산하던 과채류의 접목 묘가 공정육묘장에서 대량생산하는 체계로 변화되면서 접목작업의 숙련자 확보에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가 개발한 것이 과채류 접목로봇이다. 이 로봇은 인력으로 접목하는 것에 비해 노동력 50% 이상, 비용 23% 이상 절감할 수 있어 과채류의 접목 묘 생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과채류 접목로봇 개발 주역인 강창호 농업공학부장으로부터 개발 과정과 보급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접목 인력 부족·고령화 문제 해결
뽀빠이 이상용= 농업공학부가 무엇을 하는 연구소인가?
강창호 박사= 조직이 개편되기 전에는 ‘농업기계화연구소’였다. 과거에는 트랙터나 경운기 같은 농기계를 개발하고 개선했지만, 최근에는 농산물과 관련되어 국민의 건강에 관련된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소금섭취량이 많은 우리 국민의 식습관 개선을 위해 음식 속의 소금 양을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포켓용 음식 짠맛 센서’를 개발했다.
뽀빠이= 음식에 들어 있는 소금의 양을 잴 수 있다는 건가?
강 박사= 그렇다.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소금섭취량은 13.4g으로 WHO 권장량보다 무려 3배나 높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고혈압, 위암, 뇌졸중,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 등을 각종 성인병에 잘 걸린다. 무엇보다도 고혈압의 경우 80%가 짜게 먹는 식습관에서 왔다고 한다. 우리가 개발한 짠맛 센서는 음식 국물에 담그면 2~3초 후 염분농도가 나타난다. 원하는 염분농도보다 높으면 빨간 등이 켜진다. 아주 간편하다. 이 밖에도 정밀하고 능률적으로 접목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뽀빠이= 로봇을 농사에 사용할 수 있다고? 자동차공장에서 용접을 하는 그런 로봇 말인가?
강 박사= 그렇다. 어쩌면 용접로봇보다 더 섬세할 지도 모른다. 가냘픈 식물을 다루는 로봇이기 때문이다.
뽀빠이= 로봇이라고 하니 논에서 경운기를 몰거나 트랙터에 타고 운전하는 로봇이 떠오르는데 강 박사가 개발한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로봇인가?
강 박사= 농장에서 사과나 토마토를 따는 로봇, 양털을 깎는 로봇, 우유를 짜는 로봇 등 세계적으로 여러 종류의 로봇이 실제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만든 로봇은 접목을 하는 로봇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접목은 사람 손에만 의존했다. 접목해서 자신이 생산하는 농가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육묘장에서 만들어 판다. 대량접목을 위해서 일손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구나 과채류의 접목은 워낙 섬세한 기술을 요구한다. 그런데 농촌인력이 점점 줄어들고 게다가 노령화가 가속화 되어서 접목기술자는커녕 보조인부조차도 확보하기 어려워지게 됐다. 그래서 접목로봇을 개발한 것이다.
뽀빠이= 접목하면 사과 배와 같은 과수만 하는 줄 알았는데 수박·오이·참외, 나아가서는 토마토와 고추까지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강 박사= 수박의 경우에는 이어짓기를 하면 덩굴쪼김병이 걸리는데 치명적인 병이다. 그러나 대목으로 박을 쓰면 이런 병들을 회피할 수 있다. 그래서 수박·오이·참외는 박이나 호박을 대목으로 쓴다. 토마토와 고추와 같은 가지과 작물은 고추에는 고추, 토마토에는 토마토를 대목으로 쓴다. 대목으로 쓰는 품종은 뿌리의 활력은 아주 강하지만 열매는 별 것이 아니고, 접순은 뿌리의 활력은 약하지만 열매가 좋은 품종이다. 이 둘을 접하면 병에 강하고 열매는 달고, 수량도 많은 묘가 만들어진다.

성공률 95%이상, 비용 30%이상 줄여
뽀빠이= 말하자면 앞은 못 보는 맹인이 다리가 불편한 사람을 엎고 길을 가는 것과 같은 게 아닌가.(웃음)
강 박사= 바로 그런 셈이다. 접목로봇은 농촌의 인력난과 이어짓기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 쾌거라 할 수 있다. 육묘장은 접목 때가 오면 전쟁이다. 보통 50만 주쯤 접목을 하는데 이 공정을 10일 안으로 끝내야 한다. 묘는 성냥개비만큼 가늘고 연약해서 자칫하면 부러지기도 쉽다. 그런 어린 식물의 뿌리를 잘라내고 거기에 접순을 붙이고 집게를 물려놓는 작업은 쉽지 않다. 로봇 접목은 인력에 비해 노동력은 50% 이상, 비용은 23%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요즘은 일하는 분들이 연세가 높아 눈이 침침하다, 어깨가 결린다고 호소한다. 
뽀빠이= 그래도 기계보다 사람 손이 더 정교하지 않은가?
강 박사= 그렇지 않다. 로봇의 눈이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하고 자르고 그 자리에 접순을 대고 집게를 끼워주는 작업은 사람의 손보다 로봇이 훨씬 정교하고 정확하다. 한 시간에 숙련공은 100주, 초보자는 50주를 접붙이지만 로봇은 600주, 최고 900주까지도 가능하다.
뽀빠이= 강 박사가 개발한 접목로봇이 세계에 최초라고 자랑하는데 무엇이 세계 최초인가? 몇 년 전에 이미 접목로봇이 만들어졌다고 보도되지 않았나?
강 박사= 그렇다. 2004년에 이미 수박·참외·오이를 접목하는 로봇은 만들었다. 그리고 2006년에 고추와 토마토를 접목하는 로봇을 만들었다. 말하자면 가지과와 박과 로봇이 각각 달랐는데, 이것을 통합해 한 로봇으로 다 접목이 가능한 종합로봇인 ‘과채류 접목로봇’을 만든 것이다. 일본에서도 아직은 따로 따로 하는 로봇을 이용하고 있다. 가격도 일본 로봇이 우리 것보다 훨씬 비싸 우리 것은 대당 2천400만 원인데 비해, 일본 것은 8천만 원이다.

작업자 능력에 따라 최고 900주 접목
뽀빠이= 로봇을 작동하는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강 박사= 그렇지 않다. 연시회에 참석한 부녀자들에게 즉석에서 조정을 해보게 해도 쉽게 적응한다. 작동하는 사람은 전기를 넣고, 접목하려는 작물을 로봇에게 지정해주고 대목과 접순을 대주면 된다. 로봇은 기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능률은 대목과 접순을 대주는 사람이 얼마나 민첩하고 정확하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뽀빠이= 현장에서 실제로 써 보았나?
강 박사= 그렇다. 충남 당진군 소재 육묘장에서 해 보았다. 2천700평 유리온실에서 수박·오이·토마토·고추를 접목했는데 “능률은 물론 묘의 품질이 좋아 인력 접목묘보다 인기가 높아서 판매량이 증가했다”며 “이제는 접목로봇 없이 육묘장 운영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알려왔다. 경남 함안육묘장 등 전국 8개 연시회에서 선을 보이고 설문조사를 한 결과 83%의 농업인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반응이 좋아서 앞으로 300여개소의 공동육묘장에 점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뽀빠이= 해외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는데 사실인가?
강 박사= 최근까지 이탈리아, 미국, 그리스 등 6개국에 19대를 수출했고 국내에는 37대가 보급됐다.
뽀빠이= 접목로봇을 시작으로 더 많은 로봇이 농가현장으로 들어가 인력난에 허덕이는 농촌을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로봇시대를 연 강 박사와 연구팀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
강 박사= 감사하다.

┃정리=이완주 본지 칼럼니스트/사진=송재선


TIP. ‘과채류 접목로봇’이란…

 

농촌진흥청은 수박·오이·참외 등 박과 과채류만을 접목하는 로봇을 2004년에 개발했다. 이어서 토마토와 고추 등 가지과 작물의 접목재배가 급증하자 2006년 다시 이를 위한 접목로봇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 두 과가 다른 작물은 묘의 크기와 생김새가 워낙 달라 하나의 기계로는 접목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2007년 수박, 오이, 참외, 토마토, 고추를 총 망라해서 스위치로 접목하려는 작물을 선택하면 로봇이 알아서 작물의 크기와 특징을 식별해 접목을 수행하는 ‘과채류 합접로봇’를 개발했다. 사람은 다만 대목과 접순을 공급해주면 된다. 접목은 시간당 600주를 표준으로 하지만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최고 900주까지도 가능하다. 이는 인력에 비해 3배 이상의 능률이고 활착률도 95%이상으로 들쭉날쭉한 인력 접목에 비해 20% 높으면서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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