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여성들

■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여성들
    ① 포도흰가루병 방제용 친환경 자재 개발한 경북 상주 김 윤 정 씨

 

농진청 농업인기술개발사업 지원받아 친환경자재 개발
은행잎·산초·대황 등 산야초 이용해 포도 흰가루병 방제

 

고가의 실험 기자재나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농업인들은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제품화·상품화 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 같은 현장농업인들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농업인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다. 이 사업은 농업인들로부터 현장의 애로기술을 신청 받아 심사를 통해 선정하고, 농업인들을 책임연구원으로 참여시켜 그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본지는 농촌진흥청의 농업인기술개발사업 중 여성농업인과 여성 공무원들이 참여해 개발한 식품·가공분야의 기술들을 다섯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호에는 경북 상주시 모동면에서 친환경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며, 포도 흰가루병 방제용 친환경 자재를 개발한 김윤정 씨의 사례를 알아본다.

“모두가 어렵던 IMF시절, 우리부부도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했었죠. 하지만 남편을 설득해 남들보다 먼저 귀농을 결심했고, 이제는 웬만큼 자리도 잡아 천직이라 여기고 열심히 농사짓고 있어요.”
포도특구로 선정된 경북 상주시 모동면 금천1리에서 친환경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김윤정(39) 씨. 1996년 남편과 함께 친정마을인 이곳에 자리를 틀고 포도농사를 시작했다.
이 마을은 예전부터 포도농사를 많이 짓던 곳이었고, 농민들도 일손부족과 편리함 때문에 관행적으로 화학 제초제와 살균제를 많이 사용했다.
“서울에서 내려와 처음 포도농사를 지을 때였어요. 그동안 제초제와 화학비료를 얼마나 주었는지 땅이 맨질맨질 하더라구요. 말이 농사짓는 땅이지 작물이 제대로 자랄 수 있는 토양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친환경농업이죠.”

 

<농업인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개발한 친환경자재를 설명하고 있는 김윤정 씨.>

 


두드리면 열릴 것이요…
그녀는 6년 전 사람이 안전하고 작물도 건강한 농사를 짓기 위해 자연농법을 도입했다. 충북 괴산의 자연농업연구소에서 전문교육과 심화교육도 이수했다. 그리곤 주변의 산야초와 흙설탕, 천연미생물을 이용해 만든 친환경제제로 제초와 살균제, 영양제를 대신했다. 그 결과 땅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친환경 포농도사에서 발생하는 흰가루병은 그녀에게 늘 고민거리였다. 그러던 차에 경북도농업기술원 벤처농업대학에서 농촌진흥청의 농업인기술개발사업을 알게 됐고, 2007년 상주시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사업을 신청했다. 이 사업은 농업기술원을 거쳐 농진청에서 최종 선정돼 2008~2009년 사업을 수행하게 됐다. 그녀도 당당히 책임연구원으로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자연농업을 통해 친환경농업에는 웬만큼 자신이 있었던 그녀지만 전문적인 지식과 실험데이터 확보, 구체적인 적용 농도나 활용부분 등은 상주시농업기술센터 직원들과 영남대학교 생명공학연구소 유연수 박사의 도움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개발된 친환경제제의 조제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은행잎, 산초, 대황, 오배자, 소리쟁이, 정향 등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산야초에 유기용매(주정)를 넣어 추출하면 된다. 다만 이것을 오랫동안 숙성시키고 사용할 때 농도를 잘 맞추는 것이 관건이다.
연구를 수행하면서 관행농법과의 비교도 꾸준히 했다. 이 자재의 제조 및 사용법이 정착됐다.

생산비 절감에 소득향상까지
이 사업 2년차인 올해 그녀의 포도는 비로소 땀의 결실을 맺었다. 당도나 과실 크기, 과일 무게도 그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시중에 판매되는 친환경 살균제는 방제력이 낮고 가격도 비싸 부담이 컸지만, 친환경자제 자체 생산으로 살균제 구입비를 90%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개발된 친환경제제를 사용하니 흰가루병 외에도 다른 병해충이나 균 방제에도 효과를 보였으며, 덩달아 과실도 충실해졌다.
이 사업을 통해 친환경자재 자체생산으로 생산비는 25% 절감됐고, 소득은 30%나 늘었다. 큰 수확이었다.
“이번에 개발한 친환경자재는 포도 흰가루병 뿐만 아니라 다른 병에도 살균효과가 있고, 영양제 역할까지 해 효과만점이에요. 무엇보다 이 연구사업을 진행하면서 농업기술센터 담당선생님, 연구원 선생님들과 대학의 박사님을 알게 된 게 더 큰 재산이죠.”

지역 친환경농가와 정보 교류
김윤정 씨는 자신이 그동안 터득한 친환경농법과 이번에 새롭게 개발한 포도 흰가루병 방제 친환경자재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올해 상주지역에서 친환경농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농민 100명과 함께 천연농업연구회를 결성했다. 이 연구회는 매달 한 차례 모여 교육과 함께 각자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녀는 현재 경북대 식물자원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일찍 결혼해 배움에 늘 목말라했고, 귀농으로 뒤늦게 시작한 농사에 필요한 기술들을 습득하기 위해 농업기술센터나 농업기술원, 농촌진흥청에서 진행하는 교육은 거의 빼놓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현재 벤처농업인의 산실인 한국벤처농업대학에도 다니고 있다.
“그동안 배웠던 친환경농업 기술을 매뉴얼화해 책으로 펴낼 계획이에요. 배운 기술을 나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잖아요. 친환경농업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할렵니다.”
환한 웃음과 긍정적인 사고, 적극적인 활동으로 똘똘 뭉친 ‘똑순이’ 김정윤 씨의 희망가가 계속되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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