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박 대 원 이사장

 

‘받던 나라’서 ‘주는 나라’로 성공적 변화
전문가 양성지원·연수사업·해외봉사사업 전개
쌀자급 경험, 개도국과 공유하고 적극 도와야

 

우리나라는 지난 60~70년대 해외원조를 바탕으로 지금의 성장을 이룩했다. 해외의 원조를 받아 이제는 강대국으로서 개도국을 지원할 수 있는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는 지원대상국에서 지원국으로 탈바꿈한 세계적인 모범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부차원의 대외무상협력사업을 전담 실시하는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이사장 박대원)이 있다. 한국국제협력단은 개도국 무상지원을 통해 개발도상국과의 우호협력관계와 상호교류로 해당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지역개발연구원장이자 본지 칼럼니스트인 홍기용 박사와 본지 채희걸 발행인이 박대원 이사장을 만나 한국국제협력단의 주요 사업과 그간의 활동상을 들어봤다.

홍기용 원장= 먼저 한국국제협력단(이하 협력단)의 활동상과 주요사업, 주요 활동사례에 대해 간단히 말해달라.
박대원 이사장= 협력단은 국민과 함께 하는 선진원조를 모토로 우리나라 정부 차원의 대외 무상원조를 전담하는 공공기관이다. 협력단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 학교, 병원, 직업훈련원 등의 건설과 관련 전문가 양성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사업이 있고 개발도상국 공무원이나 전문가를 국내에 초청해 교육을 진행하는 연수사업도 있다. 또 국내 청장년 인력을 개발도상국에 파견해 현지 개발을 돕는 해외봉사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전문가 파견사업, 해외재난 긴급복구 지원사업, NGO 지원사업 등을 벌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적 관광지인 잉카제국의 고대도시 마추픽추로 가는 길, 안데스산맥 한가운데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그곳에서 협력단에서 파견한 해외자원봉사요원이 도자기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5달러하던 도자기가 10달러에 팔리고 주민들의 소득도 두 배가 늘었다고 한다. 협력단이 그곳에 300만 달러를 지원해 도자기학교를 건설해 줬다. 마을 전체가 관광명소가 됐다.
캄보디아에서는 마을의 땅값을 7배로 뛰게 한 경우도 있었다. 수도 프놈펜에서 300km 떨어진 곳에 바테이라는 곳이 있다. 땅은 매우 비옥한데 물관리를 못 해서 1모작 밖에 하지 못하는 곳이다. 협력단에서 14km에 달하는 제방을 건설해 줘서 3모작이 가능해졌고 부자마을로 변모했다.
필리핀에서는 KOICA쌀이 최고급쌀로 인정받고 있다. 협력단이 지원해서 건설된 한국형 현대식 도정공장에서 생산된 쌀이 현지 쌀보다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현지에서 자진해서 KOICA쌀이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도정공장을 추가로 건설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기용 원장= 과거 개도국으로서 선진국의 경제적 도움을 기반으로 오늘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는 이제 거꾸로 개도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으로서 개도국 등 제3세계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며, 여기서 협력단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박대원 이사장= 우리 국민들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우리나라가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공적인 변화를 이뤘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많은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했지만 대한민국만 유일하게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우리 국민들이 가슴 벅찬 뿌듯함으로 돌아봐도 좋을 자랑스러운 역사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많은 나라들의 도움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시 그들 나라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우리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가 되돌려줘야 할 때이다. 이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리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국제협력단 박대원 이사장(사진 맨 오른쪽)이 채희걸 본지 발행인(사진 가운데)과 홍기용 국제지역개발연구원장에게
협력단의 주요 활동상을 설명하고 있다.>

 

홍기용 원장= 최근 한국의 농촌진흥청이 이들 개도국의 먹을거리 해결을 위해 기술지원과 함께 당사국의 농업기술자들을 초청해 교육을 하고 있는데, 교육을 받은 개도국 농업기술자들은 해당국에서 한류 전도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교육사업에 대한 협력단의 지원규모와 기대효과는 무엇인지? 또 이 사업에 지원을 확대할 계획은 없는지?
박대원 이사장= 협력단은 개발도상국 공무원과 전문가 등을 국내로 초청해 교육연수를 진행하는 사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가 축적한 개발경험과 기술을 전수해 개발도상국 발전에 필요한 인적자원 개발을 돕기 위해서다. 올해는 242개 과정을 개설해 3800명을 초청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농촌개발 분야는 28개 과정, 460여 명으로 전체의 약 12%에 해당한다. 농어촌개발을 담당하는 팀에서도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체적으로 관계 기관과 협력해 연수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이들은 귀국 후 우리의 앞선 기술을 응용해 자국의 농업개발을 선도하는 핵심 인력으로 일하게 된다. 또 친한(親韓)네트워크를 형성해 우리나라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현지에 알리고 있으며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과 우리 교민의 현지 생활 편의를 돕기도 한다.

홍기용 원장= 그간 협력단이 개도국 지원 등 국제사회에 모범이 되는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국민들은 그러한 활동사례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더 많은 지원을 위한 예산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협력단의 활동성과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교육사업과 언론홍보도 중요하다고 본다.
박대원 이사장= 개발도상국에서 무상원조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에서 홍보와 교육사업을 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공적개발원조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만큼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 없이는 규모를 확대하거나 사업을 꾸준히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협력단은 지난 6월 전국 17개 대학과 국제개발협력 교과과목 개설 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곧 개강하는 2학기부터 공적개발원조와 유무상협력사업 등을 전국 곳곳에서 수업시간에 배울 수 있게 됐다. 정기·비정기 견학프로그램을 통해 국제협력단을 찾는 시민과 학생들에게 무상협력사업을 알리고 있고 해외봉사 및 개발도상국 현지 근무 경험이 있는 직원을 중심으로 강사진을 편성해 여러 학교와 기업, 기관을 대상으로 강연활동도 펴고 있다. 

홍기용 원장= 국내 NGO들이 개도국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과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아울러 협력단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개도국 지원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박대원 이사장= 협력단은 매년 연말 국내 NGO들의 신청을 받아 심사한 후 일정 비율의 협력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42개 단체, 66개 사업에 대해 53억 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협력단의 지원을 받아서 진행하는 사업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CSI 등 전 세계 26개국에서 추진되며, 이들 사업은 빈곤감소를 위한 지역개발, 질병퇴치를 위한 보건의료시스템 향상,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 및 환경 분야의 개선 등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협력단은 NGO의 개발협력사업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 외에도 NGO 역량강화 및 NGO 봉사단 파견, 개발협력인지강화 프로그램, 빈곤퇴치기여금 사업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 개발NGO를 지원하고 있다.

홍기용 원장= 향후 한국국제협력단의 활동 방향과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박대원 이사장= 우리나라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공적개발원조의 비율을 2015년까지 0.25%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원조액이 급증할 경우 협력단이 담당해야 할 무상원조의 규모도 점차 확대될 것이다. 우리는 원조규모의 확대에 발맞춰 ‘선택과 집중’의 원칙 아래 보다 효과적이고 성과중심적인 원조사업을 펴나갈 계획이다. 또 2000년 세계 정상들이 모여 합의한 천년개발목표(MDGs)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단이 맡은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나라는 단시간에 경제발전을 이룬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잘 전달해 세계적으로 원조기관의 모범을 보이고 싶다. 우리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제는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어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됐다. KOICA는 도움 주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며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일에 최선을 다 하고자 한다.

홍기용 원장= 끝으로 농촌여성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박대원 이사장= 농업 없는 인간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일선에서 농업·농촌을 지키고 있는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국내 농업을 사랑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쌀 자급을 이뤄낸 우리의 경험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하고 그들 또한 식량자급을 이뤄낼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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