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도로 맛 담백, 주로 선물용으로 인기

■  식품대장정 - 한식의 계승과 세계화 Ⅳ 
    전통주 - 민속주 안동소주

<소주고리에서 소주를 내리는 조옥화 명인과 며느리 배경화씨.>

 

 

‘소주는 원(元)나라 때에 생긴 술인데, 오직 이것은 약으로만 쓸 뿐이지 함부로 먹지는 않았다. 그런 때문에 풍속에 작은 잔을 가지고 소주잔이라고 했다.
근세에 와서는 사대부들이 호사스러워 마음대로 마신다. 여름이면 소주를 큰 잔으로 많이 마신다. 그리하여 잔뜩 취해야만 그만 두니 그래서 갑자기 죽는 자들도 많다. 명묘조 때 김치운은 교리로서 홍문관에서 숙직을 하다가 임금이 내린 자소주(紫燒酒)를 지나치게 마시어 그 자리에서 죽었으니, 소주의 해독은 참혹한 것이다.’
조선조 중기의 명신 이수광의 <지봉유설>이란 책에 있는 소주에 대한 기록이다. 이 기록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원나라 때 소주가 전래된 것으로 얘기돼 왔다. 특히 몽고가 일본침략을 위해 전초기지로 삼았던 안동이 소주증제법에 의한 소주생산이 가장 성했던 지역이었다. 오늘날 안동소주가 유명해진 연유를 뒷받침해 주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경북 무형문화재 제12호 민속주 안동소주 기능보유자 조옥화(趙玉花·88) 명인의 며느리이자 안동소주 기능보유자 후보인 배경화(裴京華·59)씨는 그의 석사논문 <안동소주의 전래과정에 관한 문헌적 고찰>에서 안동소주가 신라시대부터 안동지방에서 가양주로 빚어져 그 제조비법이 전승돼 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실 현대에 와서 전통민속주로 탄탄하게 자리를 굳히고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호평 속에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게 되었지만, 그 이전에야 가가호호 가양주로 소량 빚어내려 먹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안동지방에는 버젓이 안동소주를 내건 소규모 주류생산업체가 몇 있다.

 

<누룩디디기>

 

가양주에서 시작한 기법 재현
민속주안동소주가 이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성가를 얻기 시작한 것은 1987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되면서부터다. 기능보유자이자 전통식품명인(제20호·농림부)으로 지정된 조옥화 여사가 어려서부터 친정집과 시집에서 소주 내리는 것을 보고 자라 안동소주의 전통적인 제조기법을 그대로 재현해 냈던 것. 외국에서는 유례가 없는 멥쌀과 누룩, 물만으로 알코올 도수 45도의 증류식 순곡소주를 빚어냈는데, 담백하고 은은한 향취와 더불어 마시고 난 뒤에도 숙취하나 없이 뒤끝이 깨끗해 많은 애주가들의 인기를 모았다.
안동문화원 김준식 원장의 회고담에 따르면, 한때는 이 술 한병을 사기 위해 제조장 앞에서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전통의 맛을 되살린 민속주 안동소주는 대학(이화여대)과 대학원(안동대)에서 화학과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기능보유자 후보로 지정돼 시어머니의 제조기법을 그대로 전수받고 있는 며느리 배경화씨와, 기능이수생이자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장을 맡고 있는 외아들 김연박(金然博·64)씨에 의해 튼실한 보존 전승의 꽃을 피워가고 있다.

외국에 유례없는 단촐한 재료
민속주 안동소주의 재료는 멥쌀과 생밀로 띄운 누룩, 그리고 물이다. 실제적인 원재료는 단촐하지만 거기에 장인의 혼신을 다하는 정성이 꽃술처럼 부어진다.
먼저 생밀을 깨끗이 씻어 말린 다음 적당히 빻아 가루로 만들어 물을 부어가며 손으로 골고루 버무린다. 찰지지도 되지도 않게 반죽해 원형의 누룩틀에 모시보자기를 깔고 버무린 밀반죽을 넣어 보를 덮고 발로 밟아 성형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누룩은 20일 정도 띄우는데, 술을 담글 때에는 이렇게 숙성된 누룩을 콩알 크기로 빻아 건조시키고 곡자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루밤 이슬바라기를 한다.
그 다음은 술밥인 고두밥 만들기다.
멤쌀을 잘 씻어 물에 불린 후 시루에 찐다. 이렇게 쪄낸 고두밥은 매끌매끌 하면서도 끈끈한 윤기가 흐르는데, 이 밥을 멍석에 고루 넓게 펴서 그늘에서 말린다.
누룩가루와 고두밥이 준비되면 그것에 적당량의 물을 부어 고루 섞은 뒤 술독에 넣고 약 15일 이상 자연숙성 시킨다. 숙성이 끝난 술독을 열면 노르스름하고 감칠 맛 나게 발효된 전술이 괴어오른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전술이 만들어 지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소주내리기 작업에 들어간다.
먼저 발효된 전술을 솥에 넣고 소주고리와 냉각기를 전술을 넣은 솥위에 얹은 후 증기가 새어나가지 않게 솥과 소주고리, 소주고리와 냉각기 사이에 밀가루로 반죽한 시루뻔을 바른다. 그런 다음에 장작불을 지펴 열을 가하는데, 이때 전술이 증발하고 소주고리에 얹은 냉각기의 찬물에 의해 냉각된 소주가 소주고리 관을 통해 흘러내려 온다. 이때 처음에는 알코올 도수 70도 가량의 소주가 나오는데, 계속 불을 지피며 냉각시키기를 반복해 알코올 도수 45도가 될때 증류작업을 마친다. 이때가 혀끝의 맛으로 감지해서 가장 좋은 맛과 향이 날 때다.

보존 전승위해 박물관도 설립 운영
안동소주 외에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북부지역 향토·전통음식 발굴·보급에도 앞장 서온 조명인은 안동식혜로 전통음식 기능을 공식적으로 지정받은 전통음식전문가이기도 한데, 지난 1999년 4월 영국의 엘리자베스2세가 안동을 방문했을 때 여왕생일상을 우리 전통방식으로 차려 올려 대단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2001년에는 대한주부클럽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신사임당(제33대)으로도 추대돼 명인으로서의 진면목을 대내외에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조명인의 평생에 걸친 성과물을 한눈에 보여주고 체험장까지 갖춰 명실상부한 보존 전승의 터전으로 삼는다는 취지로 2000년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을 제조공장 내에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조명인의 외아들로 박물관 운영을 맡고 있는 김연박 관장은, “다른데 눈돌리지 않고 어머니의 기법 그대로를 지켜 변함없는 민속주 안동소주를 만드는 것만이 어제, 오늘이 그렇듯이 내일의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  클로즈업 -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

안동소주·우리음식 보존전승의 표본

전통주·전통음식 관련 유물 660여점 소장
안동소주 빚기 체험장, 시음장도 함께 갖춰

민속주 안동소주와 경북지방 일대 전통음식의 보존 전승을 위해 지난 2000년 11월에 문을 열었다.
안동소주 제조공장(경북 안동시 수상동 280번지) 내에 자리한 박물관의 시설규모는 안동소주 박물관 224.5㎡, 전통음식박물관 154.4㎡ 등 총 378.9㎡다.
이 박물관은 국내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기능보유자 23명 중 최초로 건립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전문박물관으로 조명인의 평생의 업적과 숨결을 그대로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안동소주박물관은 우리 술과 민속주의 역사는 물론 안동소주 제조에 필요한 모든 도구와 생산과정, 의례, 접대까지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전시돼 있다.

 


또한 전통음식박물관은 각종 전통음식과 술과 관련된 음식, 주안상, 각종 전과 과자·떡, 관혼상제·차례상과 수라상이 입체적으로 재현되어 있다. 이곳에는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안동 방문때 차려 올린 생일상이 그대로 재현돼 전시되어 있다.
그외에 직접 누룩을 디디고 소주고리를 얹은 솥에 장작불을 지펴 안동소주를 내리는 체험장과 시음장이 갖춰져 있다. 일반인들도 수시로 관람하고 실제 술제조를 체험하면서 시음도 할 수 있게 활짝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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