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뽀빠이가 만난 최고의 농업연구인

■  기획특집 - 뽀빠이가 만난 최고의 농업연구인
     농진청 곤충산업과장 최 영 철 박사

 

글 싣는 순서
①꿈의 광원 LED, 농업을 바꾼다
②곤충도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동참
③이제 집에서 ‘전통주’ 간편하게 제조
④농업도 이젠 로봇시대
⑤한국, 세계5대 종자강국 꿈꾼다

 

동애등에, 5일만에 쓰레기를 퇴비화 해
영양가 높은 구더기, 가축사료에 이용

 

농촌여성신문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과 공동으로 기획한 ‘뽀빠이가 만난 최고의 농업연구인’ 시리즈. 이번 호에는 음식물쓰레기나 축산분뇨를 처리해 퇴비로 만드는 유용한 곤충인 ‘동애등에’ 대량 사육기술을 개발한 곤충산업과 최영철 박사를 만나봤다. 뽀빠이 이상용 씨는 일반인이 느끼기에 약간 역한 냄새가 나는 연구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에게“당신들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뽀빠이 이상용= 음식물 쓰레기가 얼마나 심각한가? 땅에 묻거나, 가축을 주면 안 되나?
최영철 박사= 안 된다. 연간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음식쓰레기는 469만 톤에 처리예산은 약 10조 원으로 우리 전체 예산의 3%정도가 지출된다. 전에는 가축 먹이로 활용했지만, 지금은 배로 실어다 바다에 버리고 있다. 이것도 2012년부터는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땅에 묻으면 흘러내리는 침출수가 지하수를 썩힌다. 해양투기를 못하면 음식물쓰레기 대란이 올 수도 있다.
뽀빠이= 종전에 파리로 음식물과 가축분뇨를 처리한다고 들었다. 파리보다 동애등에(이하 ‘등에’로 표기)가 더 좋은 이유는 뭔가?
최 박사= 농업과학원에서는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몇 년간 파리를 가지고 연구했다. 파리는 집안으로 날아 들어오기 때문에 위생에 문제가 심각하다. 그리고 알에서 구더기가 나오는데 하루 밖에 안 걸려 공급이 어려운데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구더기는 1주일 밖에 일을 못 한다. 이에 비해 등에는 알 상태로 있는 기간이 5일이나 돼 공급하기가 좋고, 구더기 기간이 보름 동안이라 쓰레기 처리를 많이 하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성충이 쏘거나 자연에 살면서 집으로 날아들어 오지 않고 전염병과도 전혀 무관하다는 점이다.

미국산이지만 토착화…인체에 무해
뽀빠이= 등에가 우리나라 토종이 아니고 미국에서 들어왔다고 하는데 황소개구리처럼 위험한 곤충은 아닌가?
최 박사= 아니다. 우리가 지금 활용하는 등에는 미국에서 자생하는 종이다. 등에는 세계적으로 1천200 종이나 있고, 국내에도 자생종이 15종이나 있다. 우리나라에는 90년대 초에 수입곡물에 묻어 들어온 것으로 보고돼 있다. 벌써 20년이나 흘렀다. 우리 눈에도 잘 띄지만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아주 양순한 곤충이다. 미국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이미 이 종을 쓰고 있다.
뽀빠이= 어떻게 그 작은 곤충이 대량으로 나오는 음식물을 다 분해할 수 있나?
최 박사= 눈곱만 한 구더기가 크면서 3g의 쓰레기를 먹어치운다. 어미 한 마리가 한 번에 알을 1천 개나 낳는데 여기서 등에의 위력이 나온다. 먹이가 있는 곳에 알을 슬면 삽시간에 쓰레기 더미인지, 구더기 더미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번식이 빠르다. 말하자면 등에는 쓰레기 제거에 인해전술, 아니 충해전술을 쓴다.(웃음)

5일 만에 쓰레기를 퇴비로 바꿔
뽀빠이= 거기서 나오는 구더기와 파리는 사람이나 환경에 해롭지는 않는가?
최 박사= 음식물 쓰레기에 구더기를 넣으면 불과 5일 만에 먹어치워 쓰레기 무게는 30%로 줄고, 부피는 60%나 준다. 등에 구더기가 못 먹는 것은 딱딱한 나무와 돌뿐이다. 구더기 때는 동식물의 사체, 가축분뇨, 음식물 등을 먹지만 파리가 되면 더러운 데는 전혀 안 간다. 다만 알을 슬기 위해 갈뿐이다. 성충은 물만 마시고 꽃과 풀잎에서 살다 죽는다. 등에의 구더기가 사는 곳에는 파리가 안 간다. 등에 구더기가 배설하는 시노몬이라는 호르몬이 파리 구더기를 해치기 때문이다. 익충이지 해충이 아니다.
뽀빠이= 지렁이의 분변토는 농사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등에가 만든 퇴비는 질이 어떤가?
최 박사= 음식물 쓰레기의 문제점은 염분이 많다는 점이다. 그대로 밭에 주면 작물이 몸살을 앓는다. 그런데 등에가 먹은 분변토는 염분 기준치인 1%이하로 떨어진다. 유기물 함량도 40%이상으로 합격이다. 느타리버섯을 기르는데 50%를 섞어 썼더니 기존의 배지로만 하면 버섯을 5번 따지만 등에 퇴비는 7번까지 수확했다.
뽀빠이= 동애등에의 구더기는 어떻게 쓰나?
최 박사= 쓰이는 곳이 많다. 단백질 40%와 지방 30%이상 들어 있어서 누에번데기만큼 영양가가 높다. 동물사료, 특히 닭 사료나 양어에 이용된다. 산 채로 주거나 말려서 주어도 다 좋다. 외국에서는 낚시에 파리 구더기보다 등에 구더기를 더 선호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물고기가 더 잘 문다고 한다. 구더기 추출물은 항균성이 강해서 의약용으로 개발하기 위해 경희대 의대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아직은 구더기가 많이 생산되지 않아서 연구만 진행하고 있지만 지방을 정제해서 화장품 원료로 쓰일 것이다.
뽀빠이= 등에를 기르는 농가가 있나?
최 박사= 아직은 시험 단계이지만 농가에서도 길러 보고 좋다는 반응을 보여 연구진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축산농가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돼지똥에 구더기를 접종한 결과 매우 높은 분해능력을 보였다. 전북 순창, 강원 화천, 그리고 충남 부여에서는 식용개구리와 가축에게 섞어 먹여 보았다. 개구리 사육농가에게 인기가 높다. 양계농가에서는 구더기를 닭에 먹이고 그 똥을 등에에게 먹이고 다시 그 구더기를 닭에 먹이고… 하는 순환농법이 가능하다면서 매우 흡족해 했다.
뽀빠이= 다른 나라에서도 등에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나?
최 박사= 미국의 경우 상당 수 가정에서 음식물 처리를 우리가 쓰는 동애등에에게 맡긴다. 아예 동애등에가 자연에서 날아와 알을 슬도록 플라스틱 통을 만들어 부엌 문 앞에 놓아둔다. 이 용기는 하루에 30kg까지 처리할 수 있다. 주부는 통을 열고 위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부어놓고 얼마 후 퇴비를 텃밭에 버리면 된다. 이 기구는 발명특허까지 획득했다.

애벌레는 미끼·사료·의약품에 활용
뽀빠이= 주로 음식물 쓰레기를 위주로 연구를 했는데, 그보다 가축분뇨가 더 심각하지 않는가?
최 박사= 그렇다. 그래서 예비시험을 해 본 결과, 계분을 특히 좋아해 분해능력이 뛰어났다. 우분이나 돈분도 상당한 분해능력을 보인다. 앞으로 계속 시험을 반복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본다.
뽀빠이= 이 만큼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
최 박사= 교미 번식이 가장 어려웠다. 자연에서 제멋대로 살던 놈들이라 좁은 공간에 가둬놓으니 영 교미도 않고 알도 낳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이제는 최적조건을 모두 구명해 놓아 얼마든지 요구하는 만큼 알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뽀빠이= 음식쓰레기는 도시에서, 가축분뇨는 농촌에서 애를 먹는 폐자원인데 이것을 동애등에를 활용해 공해도 줄이고 자원화도 할 수 있다니 정말 유익한 연구다. 축하한다.
최 박사= 지자체와 음식물처리회사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칭찬해주어 고맙다.


TIP. 동애등에란…


동애등에(Hermetia illucens, Black Soldier Fly)는 파리목 동애등에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미국에서는 ‘검은병정파리’라고 부를 만큼 힘 있어 보이는 곤충이다.
속이 비치는 투명한 갈색의 날개를 가지며, 물지 않는다. 벌레 모양의 애벌레는 육식이나 초식을 가리지 않고 먹고 주로 음식물쓰레기, 썩은 유기물질, 야채, 가축분뇨 등을 먹고 산다. 알에서 성충까지 기간은 약 37~41일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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