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자 칼럼

동 열 모
미국주재 대기자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에서 기술훈련을 받은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의 연수생들이 제 나라에 돌아가 한국에서 배운 기술로 ‘녹색 한류’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농촌여성신문의 기사를 이곳 미국에서 접하고 필자는 크게 고무됐다. 이들 연수생은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발전돼 동남아 7개국의 연수생 대표 70명이 지난 5월에 태국 방콕에 모여 연합체를 구성하고, 초대 회장에 한국에서 이미 연수를 받은 태국의 농업청장을 선출했다는 것이다.
농진청은 이미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개도국에 ‘농업기술개발센터’를 설치하고 그 나라에  필요한 맞춤형 기술을 개발해서 보급함으로써 그들이 항구적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기술원조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대륙별로 거점 센터를 설치하고자 아시아 지역은 베트남에, 아프리카 지역은 케냐, 중앙아시아는 우즈베키스탄, 남미 지역은 브라질에 각각 설치키로 해당 국가와 이미 합의를 이뤘다고 한다.
농진청이 현재 추진 중인 이 원대한 프로젝트가 최근에 세계 주요 선진국이 계획하고 있는 ‘빈곤국 식량난 해결책’과 일치되고 있어 농진청의 이 프로젝트는 한국의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세계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7월10일에 폐막된 세계 주요 8개국회의(G8)에 참석한 정상들은 빈곤국의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종래와 같이 당장 먹을 것을 지원하는 미봉책을 지양하고, 그들에게 농업기술을 가르치고 필요한 농기구를 지원함으로써 그들이 항구적으로 식량을 자급자족 하도록 지원키로 의결했다니 농진청의 이 프로젝트가 바로 때를 만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 G8회의에 가는 도중 그의 아버지가 태어난 나라 케냐에 기착해서 그곳에서 행한 연설이 우리를 더욱 고무시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 국민들에게 “케냐는 50년대에 한국보다 앞섰으나 60년이 지난 오늘에 케냐는 옛 그대로인데 한국은 경제 대국을 이루었다”며 한국의 개발모델을 예로 들었다. 이러한 고무적인 일들이 농진청의 위상을 한결 돋보이게 하며 이곳에서 땀 흘린 연구·지도 공무원의 일원으로 30여년간 함께 일한 필자도 보람을 느낀다.
농진청은 6.25 전란으로 피폐된 농촌을 복구할 목적으로 미국의 원조를 얻어 1957년에 ‘농사원’이라는 이름으로 발족됐고, 1962년에 ‘농촌진흥청’으로 확대 개편됐다. 이곳 농진청에서 근무한 ‘연구·지도공무원’은 이제까지 나름대로 사명의식을 가지고 국가공무원이라는 권위도 몽땅 벗어던지고 오직 농민의 편에 서서 ‘죽을 똥 살 똥’ 일한 결과 녹색혁명을 성공시킴으로써 5000년 내려오던 한 맺힌 보릿고개를 허물어 우리는 비로소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됐다. 이리하여 미국의 원조로 탄생한 농진청은 ‘녹색혁명‘을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축적한 노하우로 이제 개도국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농진청의 해외기술지원 프로젝트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성공의 열쇠는 해외기술개발센터에 파송할 기술요원들의 성숙한 ‘자세’에 달렸다고 필자는 감히 단언하고자 한다. 만의 하나라도 이들이 주재국에 가서 그곳의 전통이나 문화를 얕보며 거만을 부리거나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면 우리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특히 대학 재학생들을 인턴으로 보낼 계획도 있다니 이 문제에 더욱 유념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파송할 요원에게는 출발에 앞서 철저한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해서 이들이 스스로 민간 외교관이라는 사명감으로 현지의 풍습이 설사 보잘 것 없더라도 이를 존중하며 이에 순응하려는 자세가 몸에 배이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거듭 바라거니와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현지에서 일하는 우리 요원들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전적으로 달렸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명심하고 이들이 혼신의 힘을 내도록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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