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 한규섭 청양군생활개선회장

 

농작업보조구 자체개발, 시범녹색체험마을 지정 큰 보람

3년째 장수마을사업 시행…큰 호응
농업인 건강관리실 운영비 지원 절실

 

“한 회장님 만나시면 손 좀 보여 달라고 해 보세요. 진짜 농사꾼의 손이 어떤지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청양의 한 면 생활개선회장이 기자에게 귀뜀한 말이다. 태풍 보라꼿의 간접영향으로 지루하게 비가 쏟아지는데도 한 회장은 오전 충남농업기술원 교육행사에 참여하고 나서 곧바로 숨이 턱에 찬 모습으로 오후에 청양군 농협 회의실에서 개최되는 군내 여성단체 임원회의에 참석했다.
이날의 회의는 청양군 여성농업인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를 놓고, 제정 전에 의견을 모으는 자리. 이 자리에서 올해 2년 임기의 청양군생활개선회 550명 회원의 수장을 맡은 한규섭 회장(53)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예의 손을 보여 달라고 했다. 기자의 주문에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쭈뼛거리며 두 손을 내보이고는 화들짝 등 뒤로 감췄다. 마디마디 옹이지고 거칠어진 손, 발레리나 강수진의 ‘아름다운 발’이 문득 떠올랐다.

- 논·밭농사며 가축까지 일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예.(그제서야 손을 보여달라는 뜻을 이해한 듯 했다. 어이없다는 듯이 깔깔 웃었다.)
논 스물세마지기에 복분자 농사짓고 있어요. 가축도 좀 기르고…. 손 내밀기 쑥스럽네요.”
남편이 공무원이어서 안양에서 이곳 청양으로 생활터전을 옮긴 뒤 줄 곳 혼자 농사일 하며, 청양읍생활개선회장일도 10년간 맡아봤다고 했다.

- 청양군생활개선회의 역점사업을 소개해 주십시오.
“일감갖기는 기본적인 계속사업이고, 향토음식을 10종 개발했지요. 그리고 파라솔과 깔개방석에 바퀴가 달린 농작업보조구를 480개 가량 고안해 회원농가에 보급한 건 획기적인 일이었어요. 그리고 올해로 3년째 시행해오고 있는 장수마을 사업도 지역민들의 전폭적인 호응을 얻고 있어요. 건강전문 강사를 초빙해 건강체조도 보급하고 있는데, 어찌나 반응이 좋은지 정말 행복합니다.”
그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7년에는 관내 장수노인들을 위한 회혼례행사도 가져 갈채를 받았다고도 했다.

- 보람이 크셨겠습니다. 혹 아쉬움은 없으십니까?
“생활개선회원만이 아니라 이런 생활개선회 사업이나 활동을 일반주부들에게도 고루 혜택 받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이어서 마냥 달뜬 표정으로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청양읍 정자리가 농촌진흥청 녹색체험마을 사업의 시범마을로 지정됐어요. 정말 기분 좋고 행복합니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것이 있어요. 농업인 건강관리실 운영비를 지자체건 정부에서건 지원해주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합니다. 사실 제대로 운영한다는 것이 욕심일 뿐이지 만만한 게 아니더라구요.”

- 그 외 여성농업인으로서의 바람이 있다면…
“이제 우리 농촌의 영농인력 거의 절반 이상이 여성농업인 아닙니까. 여성에게 맞는 농기구가 하루 속히 개발됐으면 합니다. 그래야 효율도 높일 수 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고, 건강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부농의 꿈도 이룰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말을 마치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맑게 웃는 한회장의 모습에서 청양군생활개선회의 밝고 희망찬 미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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