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대응 한국농업희망탐색시리즈 (25)-양봉산업 현황과 활성화 방안

국립농업과학원-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FTA대응 한국농업희망탐색시리즈 (25)-양봉산업 현황과 활성화 방안

 

밀원식물 빈약…단위생산량도 세계하위권
봉독·프로폴리스 등 농가소득원 다양화해야


꿀 값 국제단가 대비 최고 2.9배 비싸, 고급꿀로 승부 걸어야

벌꿀은 우리 국민들에게 ‘귀하고 비싼 보약이지만 가짜가 많다’는 인식이 박혀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꿀 값은 국제 평균단가의 최고 2.9배, 수입단가에 비해 최고 6.4배까지 비싸다. 우리 꿀 값은 잡화꿀이 kg당 3천800원, 아카시아 꿀 6천300원인데 비해 가장 싼 베트남 꿀은 990원, 미국 꿀은 2천800원에 불과하다.
벌꿀의 수입은 매년 늘어나 2005년에는 최고 1천162톤을 수입했는데 2007년에는 523톤으로 떨어졌다. 주 수입국은 미국으로 전 수입량의 60%를 차지하고 중국-베트남-뉴질랜드 순이다. 정부는 벌꿀에 대해 243%라는 고관세로 수입을 억제하고 있다. 

양봉농가 감소·사육규모는 증가 
우리나라 양봉 관련 경제규모는 연간 4천억 원에 이르고 있다. 1990년 이후 사육농가 수는 계속 줄고 있지만, 봉군 수는 현저히 증가했다. 농가의 양봉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1990년 양봉농가 수 4만5천500호에서 2007년에는 3만6천200호로 20% 줄었지만, 봉군 수는 52만7천 군에서 188만9천 군으로 3배 이상, 호당 군수도 꾸준히 증가해서 1만1천600 군에서 5만2천200 군으로 약 5배나 커졌다. 300통 이상 대규모 사육농가도 크게 늘어서 2000년 450농가가 2006년에는 3배나 증가한 1천390농가가 됐다.
꿀 생산량은 1990년 6천560톤, 560억원을 생산했는데, 2007년에는 4배나 많은 2만6천488톤, 2천334억 원을 생산했다. 2004년부터 내리 3년 동안 아까시나무에 병이 발생해서 2003년 대비 30~50%나 감산하는 대흉작을 겪었으나 2007년에는 2000년 수준을 회복했다. 대흉작은 봉군수를 2003년으로 후퇴시켰다. 현재 벌꿀 자급률은 93%이다.
벌꿀의 최대 생산국은 30만 톤을 생산하는 중국이며, 뒤를 이어 미국(8.2만 톤)-아르헨티나(8만 톤)-멕시코(6만 톤) 순이다. 미국은 최대 벌꿀 소비국으로 연 15만 톤을 소비하는데, 이 중 8만 톤을 중국, 캐나다, 아르헨티나에서 수입하는 한편, 자국산 4만 톤은 수출하고 있다. 값싼 중국산 벌꿀은 2004년 항생제가 검출돼 유럽으로의 수출이 금지된 상태이다.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최저가인 베트남 벌꿀(933원/kg)의 국제 거래 물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능성이 세계 최고로 인정된 뉴질랜드 마누카꿀은 세계 최고가격을 형성해서 1만 원/kg이상을 받고 있다.

꿀 생산능력 베트남의 1/3수준
벌통 당 꿀을 생산하는 능력을 나라별로 비교하면 캐나다와 베트남이 50~60kg, 호주·중국·쿠바가 40~50kg, 뉴질랜드·미국이 30~40kg, 한국은 스페인·일본·독일과 함께 15~20kg으로 하위에 속한다. 이는 밀원식물에 따라 달려 있다.
우리나라는 밀원자원에 비해 사육꿀벌 밀도가 높아서 생산성이 낮다. 벌꿀의 생산성이 높은 중국은 유채와 피나무, 호주는 유칼립투스가, 미국은 클로버가 밀원식물로 풍부하지만 우리나라는 아까시나무와 밤나무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취약점이다. 게다가 양봉 전문인력도 미국과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소수에 불과하다. 전문인력의 부족은 농가의 질병관리나 꿀벌 품종의 개발, 인공교배 등 기술개발이 양봉 선진국에 비해 항상 뒤지게 만든다.
우리나라 양봉농가는 대부분 벌꿀 생산 위주로 양봉을 하고 있어서 밀원이나 기상에 이상이 생길 경우에 타격이 크다. 또한 표준화된 양봉기술이 보급되지 못해서 농가 간 기술이 개별화 되고, 격차가 심한 편이다.
매년 상당량의 봉군이 수입돼 와서 품종이 일정하지 않은데다 꿀벌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제멋대로 교미를 하기 때문에 잡종화·열성화가 심해, 그 결과 생산성이 낮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응애와 병 등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농약으로 벌이 중독되거나 환경오염에 의한 피해가 안정생산성을 위협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미 2006년 표준양봉기술과 양봉관리시설을 개발해 영농자료로 보급한 바가 있다. 이와 함께 국립농업과학원은 여왕벌의 인공수정법과 계통육성기술을 보급하는 워크숍을 개최해 상당수의 양봉농가가 인공수정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한국양봉협회와 함께 여왕벌 보급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규모 전업농육성을 위해 보다 적극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한 꿀벌을 꿀 생산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로열젤리와 봉독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농가 교육을 지속적으로 시켜야 한다. 선진국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과채류 농가에 화분매개 꿀벌을 임대할 수 있게 하는 임대양봉법을 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꿀벌을 이용해 딸기 참외 고추 수박 멜론 사과 배 복숭아 등을 생산할 경우 인공수정보다 당도가 높고 고품질 상품생산이 현저히 많다. 양봉농가가 안정화되고 수입이 증가한다면 바로 우리의 자연환경이 많이 복원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중국·베트남 저가 꿀 경계해야
우리나라는 꿀벌 전문가가 매우 적은 나라 중에 하나다. 따라서 꿀벌이 병이 나도 진단능력이 없어서 약제의 오남용이 높은 편이다. 그 결과, 꿀벌 병해충은 내성이 생겨 약제의 남용을 부추기고 있다. 2006년 시중에 유통되는 벌꿀에 항생제가 기준이상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나와 소비에 타격을 주었다.
농촌진흥청은 벌꿀의 항생제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하는 한편, 농가의 병해충 발생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핵산을 분석해서 꿀벌의 노제마병 등 3대 질병을 동시에 진단이 가능한 정밀진단법을 개발했다.
미국과의 FTA협정이 이행될 경우 당장은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관세로 들여오는 의무량 200톤은 국내생산량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행 관세 243%가 40%까지 떨어지면 예상 수입가격은 kg당 6천594원인데 비해 국내가격은 6천958원으로 364원이나 국산이 비싸다. 다만 앞으로 다른 국가와 체결되는 FTA에서 할당되는 무관세 양의 증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처럼 저가 꿀이 관세율인하 내지는 철폐될 경우 국내 벌꿀 시장을 크게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국내산의 고품질화로 국내는 물론 고급 꿀을 선호하는 일본, 유럽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시급하다. 또한 봉독, 프로폴리스 등 천연의학 소재 생산으로 농가소득원을 창출해 주어야 한다.


■ 미니인터뷰 - 농진청 잠사양봉소재과장 이 광 길 박사

 

“꿀벌 봉군붕괴현상 해결 주력”

양봉산업은 각종 미생물, 바이러스 및 꿀벌 응애와 같은 병해충에 노출돼 있다.
게다가 최근 미국과 같은 선진 양봉 국가에서는 꿀벌봉군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 CCD)이 발생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농진청 잠사양봉소재과에서는 꿀벌의 CCD는 물론 밀원식물에 대해서 각종 병해충에 대한 종합적인 방제법 개발과 함께 맞춤형 우리벌 육성 및 양봉산물 다원화 및 고품질 브랜드 개발에 전력투구 하고 있다.

 

■ 밀원식물을 확대하려면…농진청 이 명 열 꿀벌박사


“밀원수 확보는 국가가 힘써야”

최근 국내 꿀 생산 비중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아까시나무가 혹파리 해충발생, 황화현상, 기후변화 등에 의해 꿀의 분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에 가세해 국토개발로 밀원식물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도 양봉농가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국가의 조림정책이 산림녹화와 목재생산 위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점점 밀원식물이 감소하고 있다.
유럽의 양봉국가 헝가리 등은 목재로도 좋으면서 밀원식물인 아카시나무 식재를 장려하고 있다. 동구의 여러 나라와 독일, 우크라이나 등도 밀원식물을 장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에서 적당한 것으로 알려진 밀원식물은 헛개나무, 음나무, 피나무, 튜립나무 등으로 이 중에 튜립나무와 헛개나무는 농식품부에서 양봉농가에게 무상으로 분양하고 있다. 칠곡군과 함양군에서는 밀원단지를 조성하면서 기술과 함께 일부 조성비를 지원하고 있다. 함평군도 아까시나무 밀원포를 조성하고 자운영 들을 가꿔서 벌꿀을 지역 이미지 농산물로 키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가로수, 공원수, 푸른들가꾸기, 꽃길 조성에 관상가치도 높고 밀원이 풍부한 식물 식재를 장려해야 한다. 이는 ‘임도 보고 뽕도 따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자운영은 친환경 녹비의 대표적인 콩과작물이면서 밀원식물이다. 유채 또한 관광과 바이오디젤유의 원료로 가치가 높으면서 밀원식물인 만큼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농민들에게 권장해 벌꿀 생산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 양봉산업은 벌꿀 생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농산물의 생산량과 질을 높이는 효과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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