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농업인경기도연합회 한영순 회장 (경기도안성시 천수농원)

 

화려하지 않아도 은은한 향기를 오래 풍겨주는 국화 마냥 한국여성농업인경기도 연합회 한영순 회장도 자신이 돌보는 국화꽃을 닮은 모습이었다.
“넓디 넓은 철원평야에서 안성으로 시집 올 때  저 나름으론 농사는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이란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친정인 철원에서 안성으로 시집 온지 28년째. 19년 전 기르던 소를 정리하는 등 얼마간의 재산을 처분해 국화 화훼농사를 시작했다. 그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오늘날, 한숨 돌릴 수 있는  2500평 농원의 기반을 다졌다.
 “심훈의 상록수에 나오는 주인공 채영신 선생을 동경 했습니다. 젊은 날 4H 활동을 하며 농사일을 배웠고, 안성도 내 고향 철원과 엇비슷한 환경이라 목사님 소개로 애들 아버지를 만나 시집올 때 별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슬하의 두 딸은 반듯하게 자라 큰딸은 단위 농협에 근무하며 같은 직장에 다니는 사위와 짝 지었고, 둘째 역시 시청에 근무하는 등 주위에서 부러움을 들을 만큼 키워냈다.
“농사가 나눠먹고 베푸는 거라 생각하면 농사처럼 좋은 게 없는데....”
한 회장은 예전과 달리 요즘 농촌생활은 도시처럼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많아 농촌도 수중에 현금이 있어야 살 수 있는 환경이어서  농촌사람들이 빚을  지고 살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전화료, 전기세, 경조사비, 교육비 등 어쩔 수 없는 고정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예전처럼 이웃과 나눠먹던 농촌 인심이 사라지게  된 게 그 무엇보다 아쉽다고.

 

 

19년간의 영농일지는 통계청 자료로 쓰여
“19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써온 영농일지가 큰 보물입니다.” 국화 화훼 연구회에서 탐낼 만하게 착실히 국화에 대한 농원일지를 써온 한회장이다.
 2500평 국화농원을 돌보며 하루하루 기후변화. 병충해 관리 등을 빠짐 없이 메모하는 습관을 들인지 19년, 이젠 국화 잎 한 장만 보아도 국화 품종 뿐아니라 국화 상태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국화꽃 전문가 경지에 올랐다.  한회장이 그동안 써온 영농일지는 화훼부분 통계청 자료로 이용될 정도다.
“19년 전 하루 농원 일당이 7천원이었는데 지금은 5만원입니다. 농병충해 방지를 위한 농약 등 약품도 3배 이상 뛰었고, 모종도 이젠 로열티를 주고 구입해야하는 등  실제 경비는 크게 뛰었는데도  국화 값은 오히려 내렸으니 화훼농가의 시름이 깊을 수 밖에 없지요.”
특히 경매에서 유찰돼 멀쩡한 국화를 폐기 처분 해야 할 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속이 탄다고 말했다.
한회장이 알려주는 재사용 화환에 대한 구별법이다.

여성농업인 활동에 자부심 가져
한영순 회장은 올해 2월  한국여성농업인 경기도 연합회 회장에 당선됐다.
“가정 살림 먼저 반듯하게 하며 여성농업인 활동에 임하는 본을 보이라고 회원들에게 당부합니다. 다문화가족을 보듬어 안아 주는 일, 노인 분들 말벗 해드리고 도와 드리는 일 등 우리 회원들은 자부심을 갖고 아름다운 농촌을 가꾸기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회장으로서 힘들어도 열정을 가지고 뒤돌아 봤을 때 후회 없이 일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내보였다.
“사실 농촌에 살면서 누리는 특권도 솔솔 하죠.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이 많은 요즘, 퇴비만으로 가꾼 탐스럽고 맛있는 농산물을 직접 재배해 먹으니 얼마나 좋아요. 더 나이 들어 힘든 농원 일을 벗어나게 되면 내 가족 내 친척을 상대로 가꾼 농산물로 밑반찬을 만들어 나눠주고 된장 고추장을 담가 나누며 살렵니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미래의 농촌생활을 그려보는 한영순 회장은 올해 역시 ‘내년은 좀 더 나아지겠지’하는 맘으로 속아 사는 게 농촌생활이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나눠 먹고 베푸는 거다 생각하면 농사처럼 좋은 게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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