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혜정박물관 관장 - 대영박물관 보다 몇배 많은 고지도 수집

 

“‘동해’속 독도를 찾아야 합니다”

고지도는 현재의 거울이며, 미래의 나침판
“한평생 고지도와 열애, 보통여자의 삶은 포기했죠”


남들이 차사고 집살 때 고지도만 사모았다
신록의 캠퍼스, 기말고사에 바쁜 대학생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한층 더 푸르름이 짙어간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중앙도서관 4층에 있는 고지도 박물관인 혜정 박물관에서 만난 김혜정 박물관장의 목소리는 박물관의 엄숙함을 뛰어넘은 청아함이 깃들여 있다.
김 교수는 가치있는 문화유산을 사회환원 하겠다는 마음으로 평생 모은 고지도를 비롯한 문화재를 경희대에 기증했고 경희대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혜정박물관을 설립했다. 세계에서 유일한 고지도 전문 박물관이 탄생한 것이다. 이곳엔 김교수가 30여년 수집해온 동서양의 고지도와 지도첩, 고지도 관련사료들이 3천여 점 전시 및 보관되어 있다. 이것은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보관된 고지도 보다 몇 배를 뛰어 넘는 세계최대 규모이다.
 막상 눈으로 본 박물관의 전시물은 한사람의 손으로 이뤄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서양 고지도뿐 아니라 동양지도에도 관심을 넓혀 우리나라 보물로 지정된 것도 5점 소장하고 있다. 세계 희귀지도도 소장하고  있는데 1200년전 가죽에 그려진 잉카지도,1595년 벨기에서 제작된 일본열도, 우리나라를 한반도로 표기한 1655년의 중국지도첩 등은 세계적으로도 귀중한 사료로 평가 받고 있다.

고지도를 모으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일본에서 대학 다닐 때 학교 근처에 고서점이 있었어요. 워낙 그림을 좋아했었는데 그곳에서 서양 고지도를 본 순간 마음을 빼앗겨 버렸죠. 고지도의 색채와 모양에 그림 이상의 매력을 느꼈고, 그때부터 돈이 생길 때마다 고지도를 수집하며 고지도와 연애하게 되었죠. 고지도의 학술적 가치를 알아가면서 더욱 고지도에 빠졌습니다 고지도 속에 각 나라의 영토 등 역사관계를 규명할 수 있는 다양한 학술적 가치를 발견하면서 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예술과 과학이 결합된 지도는 어떤 예술 작품보다 더 멋지죠.”  
 
고지도 수집 과정이 쉽지 않았을텐데요
“가치있는 고지도가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면 세계 어디든 날아갔습니다. 전 세계 100여개국을 다니며 발품을 많이 팔았습니다. 주로 유럽과 일본은 매년 수집여행을 다녀오고 중국도 수십 차례 왕래했죠. 세계 구석구석 안가본데가 없습니다  독일 등 유명한 고서점과 골동품점 그리고 경매장 등 수없이 발품을 팔아 오늘에 이렀습니다.”

소장하고 있는 고지도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요?
“고지도를 돈의 액수로 환산한 액수를 간혹 궁금해  하시기도 하는데, 이미 돈으로 그 가치를 따질 수없다고 봅니다. 앤틱이란 게 부르는 게 값이 되니까요. 저 역시 한 장 고지도를 사기 위해서 집 한 채 값을 들인 것도 있고요. 보통의 여자들이 돈 벌어  보석 사고 집 살 때, 전 돈만 생기면 고지도를 사모았습니다. 고지도와의 사랑에 빠져 평범한 여자로서의 행복은 모두 포기했죠. 고지도 수집에만 열중하는 절 보고  남들은 바보같다고도 하지만 저같은 사람도 있어야 세상이 균형이 잡히겠지요.”

소장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수집품은?
“고지도 어느 한 장 내 영혼이 담겨있지 않은 것이 없지요. 자식이 여러 있어도 부모는 모두 귀하고 예뻐하잖아요. 나에게 고지도는 자식같은 존재랍니다.”
특히 김 교수는 동해와 독도가 수백년 전부터 한국영토로 표기 됐음을 알 수 있는 지도 50여 점을 한꺼번에 공개하여 주목을 끌기도 했다.

제주도에 정박아동을 위한 시설을 운영하고 계신 걸로 아는데…
“혜정원이라고 지난 85년에 설립했고 지금 80여명의 아이들이 그곳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자라는 과정이 좀 더딘 아이들이지만 제에겐 너무나 소중한 천사들입니다. 사회의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제게 맡겨 주셨습니다. 전 재산을 기부한 상태이고 평생 이 아이들을 돌보며 살려고 합니다.  낳지도 않은 아이들이 수십 명씩 함께 하니 욕심꾸러기죠? 그 아이들의 어미인게 어느 일보다 행복합니다.”

동해 찾기 운동에 앞장서고 계신데…
“지도에는 지리적 정보 뿐아니라 그 당시 역사적 인식의 결과가 녹아있습니다. 서양에서 제작된 고지도에 동해는 17세기 중반부터 ’동방해‘ 또는 ’코리아해‘로 표기돼 있어요. 그러나 19세기 중반부터 국제사회에서 일본세력이 커지면서  ’일본해‘로 바뀌고 우리의 국권을 빼앗긴 20세기 초반부터 ’일본해‘로 굳어진 것이죠. 이를 증명하는 고지도가 있으니 우리의 동해를 세계에 알려야합니다. 서양 고지도는 동해와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객관적 증거물입니다. 우리가 우리것이라고 우리 자료를 들이대며 말하는 것보다 서양에서 제작된 고지도속의 동해는  일본을 꼼짝 못하게 할 객관적 역사적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독도는 우리가 점유하고 지키고 있는 우리 섬이 분명하기에 독도를 우리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보다 동해를 찾아주는 일이 우선입니다“  

잡동사니 지도도 보물이 될 수 있다
세계지도 속에  일본해를 동해로 바꾸는 것이 먼저 우선해서 해야 하는 일임을 강조한다.
김교수는 동해 이름 되찾기 운동을  평생의  남은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국민의 노력으로 처음 운동이 시작될 때 동해 표기가  세계지도 속에서 3%였던 것이 최근에는 28%까지 증가 되었다.
김교수는 요즘 나오는 지도도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도 100년 200년 지나면 그 의미가 달라질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잡동사니로 취급하기 쉬운 지도도 버리지 않고 축적하면 좋은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음을 김교수는 고지도 수집인생으로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산 증인이다.
“지도를 가만 들여다 보고 있으면 세상에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살고 있을까 호기심이 일지요. 고지도는 우리의 현재를 비춰주는 거울이자 미래의 방향까지 제시 하는 역사의 나침판입니다. 내일도 동해를 찾기 위한 여행계획이 잡혀있습니다.
김혜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어린이들이 지도에 대해 많이 공부하면 역사공부가 될 뿐 아니라  민족 자립에 대한 의지까지 생긴다며 지도와 친해질 것을 당부했다.


■경희대학교 혜정박물관에 가보세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설립된 최대 규모의 고지도 전문박물관이다. 15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서양에서 제작된 고지도와 지도첩을 비롯한 고지도 사료 및 고문헌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주변 국가까지 포함하고 있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매우 귀중한 사료이다.
제1전시실에서는 고지도의 개념과 고지도 보는 방법, 제작과정, 세계의 지도 제작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고지도에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모습과 명칭 등을 통해 당시 세계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과 인식을 알아볼 수 있다.
제2전시실에서는 우리나라의 동서남북이 서양 고지도에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서양고지도에 그려진 제주도, 울릉도나 독도,북방영토의 다양한 모습을 볼수 있다.
제3전시실에서는 동해가 고지도에는 어떻게 표기 되었는지 살펴봄으로써 동해의 정당한 명칭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 왜곡되어 오늘에 이르렀는지 생각해 볼수 있게 한다.
특별전시실은 어린이를 위한 전시 관람과 체험학습교육을 할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혜정박물관은 경희대 수원 국제캠퍼스 중앙도서관 4층에 위치해 있으며, 개관시간은 매주 월~금요일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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