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안진곤  박사
농촌진흥청 기능성작물부장

 

우리의 고유 명절인 정월 대보름에는 한 해 동안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빌며 오곡밥을 먹는 것이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오곡밥의 다양하고 풍부한 영양을 취하여 금년에도 건강하게 일하며 살자는 속뜻도 숨어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가 지은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제7권 정조지(鼎俎志)에는 오곡밥을 짓는 방법으로 좁쌀·기장·멥쌀 각각 2되, 수수쌀 5홉, 붉은팥 7홉, 검은콩 2홉을 섞는다고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선조들은 오곡밥의 영양과 효능을 잘 알고 있었다.

건강기능성 각광받는 잡곡
찹쌀, 수수, 차조, 콩, 팥 등 오곡을 포함한 잡곡은 예로부터 가뭄과 같은 재해가 발생할 때 단기간에 메마른 땅에서 백성의 기근을 해결해 주는 구황(救荒)작물 혹은 비황(備荒)작물로 매우 중요히 여겨져 왔다. 그래서 잡곡은 1960년대까지 전체 밭 면적의 약 25% 정도 재배되었으나 1980년대 이후 농업의 상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농산물 수입이 증가됨에 따라 옥수수를 제외한 조, 수수, 기장, 메밀 등의 재배면적은 급속히 줄어 2006년도에는 재배면적이 10% 정도에 불과하여 그간 우리 잡곡의 생산은 두 배 이상 감소하여 왔다.
이와 같이 잡곡의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한 원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는 열악한 생산 환경과 기술력의 부족에 따른 외국산 잡곡과의 가격경쟁력 약화이고, 둘째는 잡곡이 가진 효능에 대한 연구의 부족과 건강기능성 식품으로의 산업화에 대한 시도가 없었다는 점을 들고 싶다.   
그래서 잡곡을 웰빙 건강시대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고부가가치의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발돋움하게 만들고 잡곡의 산업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해 본다.
첫째, 잡곡의 명칭부터 바꿔보면 어떨가 한다. 쌀, 보리 등 주곡 외의 곡식이라는 한정된 의미에서 벗어나 주곡의 영양적 기능을 더 해주는 ‘영양곡(營養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면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한결 쉬워질 수 있다.
둘째, 잡곡의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집중적인 기술개발에 힘써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농업기술은 국민의 먹을거리 해결,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 주곡에 많은 비중을 두고 개발된 반면, 잡곡에 대한 기술개발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 따라서 잡곡의 생산성은 경쟁국의 30~50% 수준으로 가격경쟁력도 약하다. 세계는 지금 FTA 등 수입개방화 물결 속에 서로 경쟁하며 살아가고 있다. 수입 잡곡과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고품질 재배안전성이 높은 품종개발과 균등한 품질의 잡곡을 생력적(省力的)으로 생산해 제품화할 수 있는 기술개발연구가 시급하다.
셋째, 잡곡의 각종 기능성을 활용한 새로운 수요창출이다. 잡곡은 곡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타 산업의 주요한 소재로서 녹색성장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다. 예를 들어 잡곡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식이섬유와 탄닌 등 천연색소를 이용한 기능성 물질 등 산업 소재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무궁하다.  

‘잡곡활성화 프로젝트’ 추진
우리 선조들은 주곡인 쌀과 보리 등을 재배하면서도 잡곡의 재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것은 잡곡이 사람에게 유익한 고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체득하였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우리 선조의 지혜를 빌어 농촌진흥청에서는 ‘잡곡활성화 프로젝트’를 몇 년 전부터 추진하여 지역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잡곡재배 농가를 지원하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이미 적정비율로 포장된 잡곡을 건강식으로 홍보하여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잡곡이 지닌 각종 기능성의 무한한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를 체계적인 연구로 밝혀내 소비자들에게 다가간다면 우리 잡곡은 웰빙시대 국민건강의 불루오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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