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와 꿀벌에 관한 놀랍고도 재미있는 이야기… ⑮ 누에그라

■  국민공감 녹색기술 시리즈 1-잠사·양봉편
    누에와 꿀벌에 관한 놀랍고도 재미있는 이야기… ⑮ 누에그라

 

류 강 선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잠사양봉소재과

 

 우리나라의 양잠 산물 중에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바로 누에그라가 아닐까 한다. 아마도 비아그라의 덕이 컸을 것이다.
 누에그라가 개발된 2001년 5월에는 참여예정 업체의 주가가  솟구 치고 술집마다 이 이야기가  화제로 술안주에 올랐다고 한다. 이렇게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온 누에그라의 원료는 동의보감의 원잠아이다.
 원잠아는 누에씨를 받기위해 암수나방이를 각각 분리하여 두었다가  원하는 품종끼리 교미 시킨다. 이 원잠아 중에서 교미를 시키지 않은 수나방이가 바로 “남성력을 강하게 하고 교접을 하여도 피로가 오지 않는다”고  동의보감에 되어 있다. 이처럼 좋은 효과가 있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수나방이 먹고 효험 보다
대학의 잠사학과를 졸업하고 취직한 곳이 바로 현재 연구소의 전신인 잠업시험장이었다.  실험을 마친 어느날, 남은 수나방이만을 모아 요리를 했다면서 선배들이 맛보기를 권했다.
누에의 번데기는 가끔 먹었지만 나방이를 먹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당황스런 경험이었다. 그런데 몇 개를 먹고 나자 번데기 쪽으로는 손이 가지 않았다. 결국 번데기보다 나방이가 훨씬 맛이 있었고 지금도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 이후로  예비시험을 하나하나 시작하였다. 물론 다른 연구자들 역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소재였다고 본다. 당시에는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어두워질 때까지 지치지 않고 테니스를 치는게 큰 바램이였다. 그래서 점심에는 몰래 보신탕을 먹고 와서 동료들과 시합을 하곤 하였다. 어찌되든 지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썼다. 중국의 마군단이 동충하초 먹고 우승을 하였듯이 나는 몰래 보신탕을 먹고도 해보고 누에 수나방이도 혼자서 먹고 힘의 차이를 나름대로 측정해 보기도 하였다. 그 당시에도 보신탕보다 더 좋다는 느낌은  분명이 있었다. 이 원잠아의 비밀을 연구해보자고 생각한 것이 바로 90년 초반 이였다. 제일 먼저 해결해야 될 문제는 암수구분이 쉬워야 한다. 그래서 육성한 누에품종이 황원잠이라고 하여 암컷은 노란 고치를 짓고 수컷은 흰 고치를 짓도록 하였다.    물론 모든 품종은 흰 고치만을 짓는다. 이것도 하고 보니 누에고치를 지어야 구분이 가능해지는 불편함이 있어 무늬로 구분이 가능한 양원잠이라고 하는 품종은 누에 몸의 무늬가 있고 없는 것으로 감별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즉 무늬누에는 암컷이고 무늬가 없는 누에는 수컷이 되는 것이다.
이제는 동의보감에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시험을 하였다. 물론 동물시험에서 남성호르몬이 33%, 정자수가 41%, 지구력이 60% 증가하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제 거의 모든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복병이 있었다. 바로 나방이는 혐오스럽다고 하여 식품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부터 거의 일년 반 이상 갖은 고민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였지만 모두가 ‘나방이를 써야 하는데 그것을 쓰지 못하면 끝장이지 뭐 다른 방법이 없는 것 아니야 포기하라’고들 하였다. 모두가 약간 비야냥 거리는 투였다.
 그런데 2001년 어느날 이른 새벽에 속옷을 갈아입다가 문득 누에가 허물 벗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것이다 누에 번데기가 허물을 벗어야 나방이가 되는데 허물벗기 직전의 번데기를 이용하면 된다’는 기가 찬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혐오식품이란 판정이 아쉬워
나방이는 이른 아침에만 나오고 나방이가 될 쯤이면 눈도 보이고 날개도 보여 언제쯤 나방이가 될 거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것이 바로 혐오식품의 논란 없애줄 핵심 아이디어였다. 이 아이디어 덕분에 우리 곁에 누에그라가 선을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제품이 시판되기 전에 마지막 점검차원에서 개발에 참여하였던 약 30명에게 시제품을 나누어주고 마지막 탈이 없는지 효과는 있는지에 대해서 점검 표와 함께 나누어 주었다. 무의식 특히 잠을 자고 있을 때 이른 새벽에 어떤 느낌이 오는지에 집중 체크를 하라고 하여 약 70%가 효과에 자신을 하고 출시하였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초기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름에 대한 제소와 건강기능식품법에 의한 효능표시와 제형 등에 대한 규제가 심하여 결코 산업이 중단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어 추가 연구를 실시하여 새로운 상품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누에그라가 새롭게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그라만의 의미가 아닌 보다 폭 넓은 의미의 파워가 솟아나는 원잠아의 비밀이 선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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