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칼럼

나 승 렬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
본지 칼럼니스트

6월1일부터 2일간 제주도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이번 정상회의의 슬로건은 ‘따뜻한 이웃, 번영의 동반자’이며,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등이 주요 의제였다. 많은 아세안 국가들이 개발도상국들이기 때문에 농업·식량문제가 활발히 논의됐다. 2000년 UN에서 세계빈곤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자는 목표(밀레니엄개발목표)를 세우고 추진하고 있지만,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지구촌 주민들이 10억이나 되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60년대 초 케네디 대통령과 후루시초프의 정상회담시 소련지도자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케네디의 질문에 후르시초프가 “국민에게 식량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 일화도 실감난다.

5월30일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에서는 필리핀 농업부와 농촌진흥청간에 농업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필리핀의 주재배작물인 열대과일의 유통기한 연장을 위한 수확 후 관리기술에 대한 협력요청이 있어, 이를 포함한 농업과학기술전반에 관한 지원 및 자원 공동개발과 이용에 관한 협력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6월2일에는 미얀마 농업관개부와 농업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이번 양해각서가 체결되면 금년에 중점을 두고 있는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미얀마에 설치되는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에서는 콩과 녹두 등 두류작물의 품종개발 등에 관한 기술지원을 할 계획이다.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란 우리의 농업기술을 개발도상국에 맞춤형식으로 공여하는 중심역할을 하는 곳이다. 금년에는 브라질, 파라과이, 베트남, 미얀마, 우즈벡과 케냐 등 6개국에, 중장기적으로는 30개국에 설치할 계획이다.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에 대한 개도국의 높은 관심은 캄보디아에도 반영돼, 6월4일 캄보디아와 정상회담 시에 캄보디아 농림수산부와 농업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핵심은 2010년에 캄보디아에 해외농업기술센터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해외농업기술센터를 설치하면, 우선 농업기술전문가를 파견해 해당국가가 원하는 기술을 공동을 개발하고, 농민들에 대한 기술훈련도 실시한다. 자원이 풍부한 개도국의 풍부한 유전자원도 공동으로 개발·이용하는 협력사업도 함께 이루어진다. 이 때 우리나라 농대생들을 인턴으로 파견해 글로벌 청년으로 양성하는 계획도 병행 추진된다.
지난해 11월 브라질과의 정상회담 시에도 브라질 농업연구청과 농업기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이 있었다.  브라질과의 양해각서 체결이후 상호 해외협력연구센터를 설치하고, 금년 5월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후속조치도 하고 있다. 브라질에 설치되는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에서는 버섯에 대한 기술지원을 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에는 파라과이 루고 대통령이 당선자시절 농촌진흥청을 직접 방문해 자국의 영세농들의 소득증대와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해 우리나라의 농업기술 공여와 새마을운동에 대한 전수를 요청했다. 루고 대통령의 요청에 부응해 파라과이에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를 금년에 설치하고, 약용작물과 특용작물 등에 대한 공동자원개발과 양파 등의 병해충에 대한 기술지원을 할 계획이다.
이러한 농업기술협력은 국가브랜드가치를 높이기 위한 국가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KOTRA는 국가브랜드 인지도 3% 상승으로 36조원의 이미지 상승효과를 얻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농업과학기술협력을 강화해 개도국의 식량문제 해결을 돕는 한편, 대한민국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바야흐로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정신과 ‘먹는 것은 백성에게 으뜸이다’고 한 세종대왕의 가르침을 이제 개발도상국과의 외교정책에도 적용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