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 정
전라남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

 

지금 농촌 들녘에는 모를 내는 기계소리와 자연이 살아 숨쉬는 생명의 소리로 가득하다. 올해도 농업인들은 풍년농사를 일궈 내고자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필자는 최근 농촌전통테마마을 사업을 유치해 미래에 잘 살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광양시 옥룡면 추산리 양산마을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이 마을은 북쪽으로는 구례군, 동쪽으로는 경남 하동군, 남쪽으로는 광양만과 접하고 있다. 1,218m의 백운산이 감싸고 있고, 통일신라시대 명승 도선국사께서 창건해 35년간 입적하실 때까지 기거하셨던 옥룡사(寺)가 있는 전형적인 산촌 오지마을이다.
2000년까지 58가구 147명의 주민이 벼농사와 밤농사를 지으며 별다른 소득원이 없이 가난하게 살아온 이 마을이 2002년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한 농촌전통테마마을 사업을 유치하면서부터 활기찬 마을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농촌에메니티 브랜드화·소득화
요즘 농업·농촌은 농산물시장 개방과 원자재값 상승, 그리고 노령화 등으로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가 숙명적으로 가꾸고 지켜야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농업은 깨끗하고 건강한 먹을거리 생산 공급을 통해 우리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큰 공익적 기능이 있고, 농촌은 고향의 정취를 느끼고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소중한 공간을 제공해 주는 국민정서 함양 기능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들은 식량안보를 포함해 산술적으로 100조원이 넘는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농촌에 깔려 있는 문화적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한다. 잘 보존된 농촌 생활문화와 전통 양식을 발굴하고 잠재적인 자원을 녹색성장과 미래 전략사업으로 연계해 농가소득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농촌전통테마마을이다.
농촌전통테마마을 육성 목적은 농촌마을에 깔려있는 잠재자원을 발굴하고 끄집어내 이를 농가소득과 연계시키고, 나아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있다. 전국에는 170여개의 농촌전통테마마을이 있고 전남도에는 22개소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광양 옥룡 추산리 양산마을은 사또샘과 옥룡사(도선국사), 백운산을 테마로 브랜드화해 전국의 테마마을 중 성공한 마을로 평가받고 있고, 저탄소 녹색성장의 정부정책을 뒷받침한 사업 모델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장·고객중심의 사업추진 성과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철철 흐르는 사또샘에는 인근 순천 여수 등지에 사는 도시민들이 물을 떠가기 위해 발길이 끊이지 않고, 백운산 자락의 비옥한 토양에서 친환경농업으로 재배한 고사리, 취, 두릅, 더덕, 엄나무, 도라지 등 각종 산야채는 향이 뛰어나고 맛이 좋아 관람객과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또 도자기, 천연염색, 도선선차 체험실 등은 학생과 관람객들의 교육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농촌테마를 체험하기 위해 매년 2만 여명에 가까운 도시민과 관람객들이 찾고 있고, 집집마다 특색있는 민박, 농산물 판매 등을 통해 1억3천여만의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광양시에서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3억3천만원의 예산을 투자할 방침이라고 한다.
양산마을 주민들은 농업기술센터의 테마사업 지원과 추진 지도가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발전되고 풍요로운 양산마을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모두 현장중심, 고객중심의 농촌지도사업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농업문제는 현장에 있고, 문제해결도 현장에서 해야 한다는 명언을 다시한번 되새겨본다.
농촌을 가꾸는 것은 농업인과 마을주민들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양산 전통테마마을은 사또샘물과 도선국사와 관련된 전통문화, 친환경으로 재배한 약선 야채, 그리고 백운산 계곡에서 흘러내린 시원한 물, 깨끗한 공기는 어진 소비자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올 여름은 고향처럼 훈훈한 정과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양산 전통테마마을의 민박집에서 가족과 함께 머무르면서 각박한 도시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농업·농촌의 중요성과 다양성 다원적 기능을 체험해 보시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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