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   월요칼럼

홍 종 운 박사
농촌진흥청 자문위원
농촌여성신문 대기자

 

나는 김치에 대해 특별히 공부를 한 사람은 아니다. 따라서 내가 김치에 대해 하는 이야기는 상식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2003연 초봄에 사스(SARS)라는 일종의 인플루엔자가 세상을 시끄럽게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인터넷에 올라와 있던 여러 가지 정보들로부터 날 마늘이 많이 들어간 우리나라 김치가 사스에 대한 면역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을 하고 그 생각을 인터넷에 올렸다. 언론이 내 이야기를 국외에까지 퍼트렸다. 나로서는 뜻밖이었고 민망스럽기도 했다. 사스라는 병과 김치에 대해 깊이 아는 것도 없으면서 분에 넘치는 눈길을 받았기 때문이다.

면역성 높여주는 김치
최근에 식품연구원과 전북대학의 연구자들이 김칫국물을  먹인 닭들이 조류인플루엔자에 훨씬 덜 걸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한다. 이건 중요한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이미 알려진 여러 가지 사실들로부터 김치가 사스 같은 인플루엔자에 대한 면역성을 높이리라는 추측을 했는데 이번에 조류인플루엔자 연구팀이 실험을 통하여 내 추측이 황당한 것이 아닌 것으로 들어난 셈이다. 나로서는 다행인 셈이다. 황당한 추측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들어났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김치가 인플루엔자에 대한 면역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내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치는 다른 여러 가지 중요한 장점들을 갖기 때문이다. 우리가 조상 때부터 오래 동안 김치를 즐겨 먹어온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따라서 설령 김치를 먹는 것이 독감 같은 병에 대한 면역성을 높이는 효과가 없다 해도 우리는 김치를 계속 즐겨 먹을 것이다.
김치는 이런 미덕(美德)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김치에는 여러 가지 좋은 것들이 들어 있다. 배추와 무 말고도, 마늘, 고추, 파, 생강, 새우젓으로 대표되는 여러 가지 해산물 등, 풍미를 풍부하게 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고루 들어 있다. 한 가지 먹을거리에 이처럼 여러 가지 좋은 것이 들어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둘째, 김치는 만들어지는 과정이 매우 위생적이다. 김치는 대개 김칫국물 속에서 익는다(발효된다). 바싹 말리거나 소금을 사람이 먹을 수 없을 만큼 소금을 많이 넣고 절이지 않은 배추나 무를 공기 중에 놔두면 이내 썩는다. 그런데 알맞게 간을 하고 만든 김치를 김칫국물 속에서 익게 하면 김치는 썩지 않고 맛과 향기가 좋도록 발효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김치 재료들에 묻어 있던 사람에게 해로운 여러 가지 미생물들은 맥을 못 추고 죽게 된다.  왜냐하면 그런 미생물들은 살아가는 데에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는데 김칫국물에는 산소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해마다 식중독 사고 나지만 김치 때문에 식중독을 일으킨 경우는 없다. 김치를 만드는 과정이 자연적으로 매우 위생적이기 때문이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김치
셋째,  우리나라에서 김치는 큰 흉년을 제외하고는 가난한 사람도 큰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만큼 그 값이 싸다. 심는 때와 품종을 잘 선택하면 김치에 들어가는 작물들이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랄 뿐 아니라 높은 수량을 내낼 수 있는 기술이 널리 보급돼 있고, 김치에 들어가는 해산물도 풍부하고 김치를 만드는 방법이 복잡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 값이 싼 것이다. 김치 같이 만인이 먹어야 하는 것은 값이 되도록 싸야 한다. 김치가 가령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효능을 갖는다 한들 그 값이 소수의 갑부들이나 먹을 수 있을 만큼 비싸다면 무슨 뜻이 있겠는가. 참으로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풍미 좋고, 기능성 좋고 위생성도 탁월한 김치를 국민 모두가 큰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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