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박사의 날씨이야기-19

 

찔레꽃이 일찍 피는 해는 소만절기에도 만발한다. ‘찔레꽃 가뭄’은 이 때 찾아온다. 이어서 망종과 하지에 이르는 동안은 장마 전이라 가뭄이 찾아올 때다. 이 기간은 낮 시간도 길뿐만 아니라 햇볕도 강하여, 곡식과 산천초목이 한창 무성해질 때다. 따라서 곡식들이 물을 많이 필요로 한다.

장마는 6월 하순 경에 시작하여 한 달가량 장마전선이 남북을 오르내리면서 비를 뿌린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얼마 동안은 비를 오게 하는 기압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 그 까닭은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남동쪽에서 발달하면 이에 맞서 처음에는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기단이 북서쪽에서, 다음에는 서늘하고 습한 오호츠크해기단이 북동쪽에서 다가와 버티기 시작한다. 이들 기단이 북태평양고기압을 상대로 힘겨루기를 하는 일선이 장마전선이다. 장마전선이 제주도 남쪽에 떨어져 있을 때는 시베리아 고기압 또는 오호츠크해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점령한다. 이 때 상층에는 분리된 고기압이 생겨 지상의 고기압이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다. 이렇게 되면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 비가 오지 않게 된다. 이 상층의 분리된 고기압의 세력이 뜻밖에 강하면 오호츠크해고기압이 팽창하여 장마가 매우 늦어지거나 흐지부지해지기도 한다. 그러면 가뭄이 온다. 1982년과 1994년의 남부지방의 가뭄이 그 좋은 예이다. 그 세력이 더욱 팽창하여 오래 지속되면 1980년과 1993년과 같은 저온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현상이 아니라도 장마가 오기 전 얼마 동안은 비가 오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온난화현상 이후에는 무슨 까닭인지는 몰라도 장마 전 가뭄이 뚜렷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되니까 장마의 시작과 끝이 실감나지 않을 때도 있다.
물이 부족한 때를 생각하면 다행스럽지만, 햇볕 쪼임이 지나치게 부족해서 일어나는 작물의 생육부진과 병의 만연은 그에 못지않다.
올해는 주기적으로 비를 내려 봄가뭄을 잊을만하지만, 장마 전에는 조금만 비가 뜸해도 가뭄이 들기 쉽다. 6월 중순과 하순에도 비가 주기적으로 내려주길 바라지만, 장마 전 가뭄은 이름값을 할지 모르니 이에 대한 대비를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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