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칼럼

조 은 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지난 5월27일 제6회 서울환경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이번 장편부문 대상에는 존 웹스터 감독의 ‘재앙을 위한 레시피’가 선정됐는데 이 영화는 탄소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중산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대세는 ‘저탄소’인 것이다. 이에 ‘경제성장’을 논하면서도 ‘저탄소’는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필수적인 항목이 됐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해 8?15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미래 국가 성장패러다임을 제시했고 산업계 전반은 ‘경제성장’과 ‘환경’이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두 가지 핵심단어를 선순환의 관계로 전환하려 골몰하고 있다. 이때 조용하게 부상하고 있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농업이다.

농업은 토양 내 유기물, 즉 탄소를 관리하는 산업으로 토양은 대기 중에 존재하는 탄소량의 2배, 지구상 동식물이 지닌 탄소량의 약 3배 정도를 저장하고 있다. 또한, 농작물은 대기 중의 탄소를 고정해 인류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나머지는 유기탄소의 형태로 토양 중으로 돌아가게 된다. 온실가스배출을 줄이고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자원순환형 농업기술개발을 적극 추진한다면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농업분야의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농업의 성장 잠재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농업에 BT·NT·IT·ET·CT 등 첨단산업을 융?복합 할 경우 고소득 창출이 가능한 새로운 녹색산업으로서의 발전도 이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누에의 사례를 살펴보자. 누에에서 추출된 실크는 섬유소재에 한정돼 왔다. 그마저도 중국에 선두를 내주며 양잠산업은 한동안 사양산업 취급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실크단백질을 활용해 건강식품,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한림대학교 의료원과 공동으로 실크단백질을 이용한 인공뼈를 개발하며 의료소재시장에 도전장을 내걸고 있다. 세계시장 규모는 5조 원, 국내시장 1천500억 원에 달하는 인공뼈는 매년 20% 정도 시장규모가 성장하고 있는 매력적인 분야이다.

또한, 얼마 전 김치의 세계화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식품연구원은 김치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AI) 억제에 뚜렷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공포를 확산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 ‘인플루엔자 A(H1N1)’형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김치의 어떤 성분이 AI 억제효과가 있는지 밝혀지고 신종 인플루엔자에도 억제효과가 입증된다면 ‘김치’는 단순 호감을 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지구온난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가 필요하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시설원예재배 시 농업용 LED 광처리 장치를 활용해 에너지 절감뿐만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농산물 고품질 및 생산량 증대 등의 효과를 동시에 얻고 있다. 또한, 축열식 수평형 지열 히트펌프를 개발해 냉·난방시스템으로 활용할 경우 자연에너지 비용 기준 대비 약 80% 가량 절감할 수 있다. 축산농가의 오염원이던 가축분뇨를 바이오가스로 활용하는 바이오매스타운을 건설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이외에도 첨단 로봇 농업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농업용 무인헬기’가 개발돼 실용화 단계에 있으며 도심 속 고층빌딩을 논밭으로 활용하는 미래형 수직농장(Vertical farm) 도입 역시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다.

농업은 그동안 ‘1차 산업’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홀대를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농업은 자연에서 시작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환경과 가장 가까운 산업이기에 ‘저탄소 녹색성장’의 시대를 선도할 핵심 산업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농업이 뜨고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 농업의 미래가 밝아질수록 경제도 세계의 중심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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