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 장용미씨

 

사람 좋아 떠나는 여행…60여 개 민족 만나 소통
여행은 거울 같은 것, 자신 돌아봄에 큰 의미

 

양쪽으로 발랄하게 묶은 머리, 개성 있는 액세서리와 자연스러운 옷차림을 보는 순간부터 무척이나 활발하고 대담할 것 같았던 그녀. 서바이벌 여행가 장용미(30)씨의 첫 인상이었다. 그녀를 마주한 순간 ‘자유로운 영혼’이란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마주앉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장용미 씨. 여행이 좋아 떠나던 여행은 어느새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길이 좋고 사람이 좋아 떠나는 여행이 되었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그 속에서 인생을 찾고 삶의 이유를 되짚어 그 안에서 자신을 찾는 장용미 씨. 여행은 거울 같은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녀에게서 여행이 주는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 되짚어 볼 수 있었다.

비행기 값 외에는 돈이 별로 들지 않는 서바이벌 여행을 다닌다고 하던데, 처음 여행을 계획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어릴 적 우연한 계기로 선교활동을 가게 됐어요. 선교목적으로 갔으나 어린마음에 선교의미보다 또래 친구들 만나고 새로운 세상에 접하는 게 마냥 신기하고 좋았죠. 그 뒤부터 여행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됐고 유학을 생각했습니다. 유학가기로 마음먹고 나서 외국학교 등록부터 작은 것 하나까지 다 조사했어요. 충분히 조사 후 리스트를 뽑아서 부모님께 보여드렸는데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가 중학교 때였어요. 그 당시 돈이 많아서 나를 후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는 고민도 했었어요. 그래서 정주영 회장님께 편지를 보내기도 했었어요.(웃음) 그러다 대학생이 되면 ‘기회가 많아지겠다’ 생각하게 됐죠.
근데 제가 대학생이 될 무렵 IMF가 터진 거예요. 가정적으로도 힘들었고 여행을 하기위해 경제적으로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으나 포기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특이하고 경험 삼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기 시작했어요. 영화간판그림도 그리고 병원 영안실에서 시체 닦기, 벽화 그리기, 유치원선생님 등. 미술은 제 취미이자 특기였어요. 예전부터 미술을 공부 했었거든요. 결국 돈을 모았죠. 여행가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일정도 시간별로 다 짰어요.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도 듣고 정리도 다 하고요. 저만의 여행 책을 만든 거죠. 부족한 돈으로 비행기티켓을 끊고 부모님께 허락을 맡기 위해 ‘제가 이렇게 준비를 했으니 믿어 달라’면서 정리한 노트를 보여드렸어요. 부모님도 제가 성인이 됐으니 걱정 하시면서도 보내주시더라고요. 20살 때 처음으로 장기간 워킹홀리데이로 뉴질랜드를 갔어요. 사실은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 것도 병이에요.(웃음) 저는 여행을 할 때 무조건 하는 게 아니라 테마를 가지고 했어요. 박물관, 미술관, 민족들의 생활을 볼 수 있는 곳을 많이 찾다보니 오지 같은 곳도 많이 다녀왔죠. 그렇게 다니다 보니 이제는 사람에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요. 여행에 대해서 좀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현지에서 다음 여행경비를 마련했다고 알고 있는데, 주로 어떤 일을 했나?
취미이자 특기인 그림이 많은 도움이 됐죠. 그림은 만국의 언어라고 하잖아요. 예술은 마음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니까요. 친구들과 함께 그림도 그리고 길에서 공연도 하고, 초상화를 그려서 팔기도 했어요. 오지에서는 주로 농장체험을 많이 했고요. 현지의 정보를 많이 가지고 가서 지내다 보니 여행 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하거나 맞춤여행을 기획해 안내하기도 했죠. 소소한 일거리를 찾으면 많은데 흔히 사람들은 두려우니까 당장 보이는 것들만 하게 되는 거예요. 저는 가급적 사람들이 몰려있는 도시보다 시골에서 생활했어요. 그 생활방식이 저한테는 잘 맞았거든요. 각자의 성향이 다르고 서로에게 맞는 일이 있듯, 저에게도 맞는 일이 있었던 거죠. 사실 이런 부분을 좋지 않게 보시는 분들도 있으세요. 왜 사서 고생 하냐고. 하지만 그에 반해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제가 힘을 내서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수많은 도시를 여행했는데?
여행을 다녀와서 다시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현지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정확히 몇 개국을 다녀왔는지는 잘 몰라요. 사실 여행하면서 알게 된 건 한나라에도 소수민족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그 민족을 다 같은 민족으로 볼 수가 없더라고요. 같은 땅에 있지만 사는 방식이 너무 달라 이 사람들을 같은 민족으로 봐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했죠. 저는 결국 개인적인 기준을 세워 다른 민족으로 구분했습니다. 저의 여행 중심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기준에 맞춰 통계를 내면 60개가 넘는 민족을 만나고 왔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얼마나 많은 곳을 다녀왔나 하는 것은 겉보기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그곳에 여전히 사람이 살더라’. ‘사람’ 이었어요. 고생했지만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라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거에요. 느리게 걸으면서 그 속에 만나는 사람들이 소중하고, 만나지 않아도 됐을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요. 저한테는 발 닿는 곳이 목적지고 매일 매일이 여행이에요.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제가 외국에 나갔을 때 해외로 입양된 친구들을 대변한 경우가 있었어요. 외국친구의 집에 갔는데 그 집에 한국 입양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를 입양한 외국부모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거예요. 자신들은 가지고 싶어 해도 가질 수 없는 아긴데 왜 이렇게 쉽게 아이를 입양 보내 냐는 거죠. 구체적인 내용이 이 사람들에게는 보고 되어있지 않은 상황인거에요. 외국부모가 상당히 답답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입양서류를 보고 통역을 해줬어요.
“이 아이는 10대 미혼모의 아인데 사랑하지만 한국의 현실상 키우기가 힘들어 보낸다. 많이 사랑해 주길 바라며 계속적인 연락을 바란다.”라는 내용이었어요. 이걸 말해주니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처음부터 이렇게 말을 해줬으면 서로에게 좋은 일 인거잖아요. 가족들이 저를 중심으로 둘러앉아서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더라고요. 그리고 서류에 그 아이의 친엄마가 직접 ‘당신은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사람’ 노래 가사를 써놨더라고요. 제가 노래도 알려주고 이러한 내용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니까 전부 눈물을 흘리면서 듣더라고요.

주로 혼자여행을 떠나는데 특별한 여행 노하우가 있나? 또 여행을 떠남에 앞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여행에 대해서 부담을 갖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거든요. 어느 나라 사람이건 외향과 말이 다르더라도 생각하는 건 다 똑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다 불리고 있잖아요? 이렇게 생각하면 쉬워요. ‘나랑 똑같은 사람 저쪽에도 살고, 저 반대편에도 살고, 그 사람들 만나러 간다’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요. 또 아는 만큼 보인다고 준비를 많이 해가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한달을 여행 할 거라면 최소한 6개월은 준비를 해야 돼요. 이 여행지를 왜 가야하는지, 왜 가고 싶은지를 상기해서 준비를 하는 거죠. 여행은 이미 여행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시작이에요. 내 몸은 여기 있지만 머리는 4차원에 가있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4차원적인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거예요. 사람의 능력이 이거잖아요. 그리고 시간조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24시간이지만 활용하는 건 자신의 몫이에요. 마지막으로 주변에도 충분히 여행할 곳이 많은데 멀리만 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솔직히 좋은 장소는 어느 곳이나 일주일만 보면 다 똑같아요. 근데 거기에 사람하나가 들어가 있으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감동이 있는 여행이 됩니다. 장소는 같은데 어느 순간 사람이 추억이 되는 거죠. 그런 것처럼 목적지를 장소로 두지 말고 ‘오늘은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이다’ 라며 목적을 작게 가지면서 여행을 하면 돼요.

여행이 주는 의미 무엇이죠?
거울이에요. 자화상 같은 거죠. 여행이 크다고 생각 하지 않고 일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말고 남들 보려고 가는 거예요. 지칠 때 다른 사람들 사는 거 보고 말 한마디 나누고 오면 엄청난 힘이 돼요. 솔직히 저는 사람들 기를 뺏으러 다니는 거예요.(웃음) 근데 그 사람들도 제 에너지를 받나 봐요. 에너지를 주고 받다보니 서로 힘이 나는 거죠. 공기도 순환이 필요하듯이 제가 직접 몸을 움직여서 공기를 순환시켜요. 서울사람이 강원도라는 곳에 바람을 넣어주고, 저 또한 그 바람을 가져와요. 그러다 보면 서로 순환 되고 함께 호흡하고 섞이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여행은 저에게 그런 존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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