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 한식 세계화를 위한 방향 ②

■  전문가 기고 - 한식 세계화를 위한 방향 ②

김 상 보 교수
대전보건대학 전통조리과

 

한국의 음식문화는 ‘어머니의 정성’이 강조되는 특징을 갖는다. 그래서 다양한 발효음식의 발달을 가져왔다. 된장·간장·고추장·청국장, 젓갈, 김치류와 장아찌 등을 기본으로 하는 음식문화의 저변에는 어머니의 세심한 정성이 깔려있다. 계절적으로 언제 담으면 좋고, 또 맛을 잘 내기 위해 그 계절에서 좋은 날을 택일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음식을 둘러싼 다양한 민속신앙을 낳을 정도로, 우리 음식문화의 저변은 다양한 의미와 가치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음식과 음식에 포함되는 신앙을 먹는 가치체계가 됐으며, 그 신앙 중의 하나가 ‘어머니의 정성’이다.
그런데 어머니의 정성이라는 가치 속에는 정결함·정성·질 좋은 재료의 선택·양생론(養生論)과 직결되는 장수 음식으로 만들어야 되는 당위성 등이 포함돼 있어, 한 가지 음식을 만들어도 손이 많이 가고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특성을 지닌다.

재료의 선택, 다듬기, 정결하게 썰기, 양념해 조리하기, 정결한 그릇에 담기, 상차리기라는 겉으로 들어난 과정 외에, 사전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준비 과정인 양념용 발효음식을 만들어 저장하기, 밥상에 오르는 김치·장아찌·자반 등의 음식을 미리 갖춰 저장음식 만들기, 진한 탕(湯) 육수를 만들기 위한 준비 등등은 하나같이 시간과 일손이 많이 요구되는 것들로서, 인건비 등의 대가를 많이 지불해야만 한다. 다시 말하면 이익 창출과 관련되는 외식 산업에서는 매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왜 우리나라의 유명한 호텔에서 한식당이 각광 받지 못하고, 일식당이 각광 받는가에 대한 해답은 대가를 지불하는 음식인가 아닌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식을 세계화시키기 위해 다방면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세계화 방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마치 찬품(饌品)에 대한 규격화된 조리 분량과 조리 과정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느낌을 필자는 받고 있다.
조리하는 입장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음식의 세계화는 우리나라만이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 국가에서 부가가치 산업으로 모두가 다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 세계가 참여하고 있는 세계화 경쟁에서 대가를 많이 지불하는 한국 음식은 매력이 없는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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