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대장정

■  식품대장정 - 한식의 계승과 세계화 Ⅲ 
    한식의 뿌리를 찾아 (47)

<신당동 떡볶이 타운 모습.>

 

‘신당동떡볶이’ 브랜드가치 높이고 대중화에도 한몫

 

정부가 주도하는 한식세계화의 선두주자로 떡볶이가 꼽히기 훨씬 오래 전부터 서울의 ‘신당동떡볶이’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관광객들도 한번쯤은 들러 맛보고 입소문을 낼 정도로 유명해져 있었다. 그 덕에 4년여 전 테마관광 특구로 지정됐고, 떡볶이길·신당동떡볶이타운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8번 출구를 나서서 왼편으로 돌아서면 오른쪽에 자리한 중부소방서 앞 대로 50여미터 전방에 ‘신당동떡볶이타운’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푸른색 아치형 표지판이 무지개처럼 걸려 있다. 이곳부터 2차선 도로 양켠으로 떡볶이집들이 늘어선 1백여미터 정도 상점가가 테마관광특구로 지정된 떡볶이촌이다.
이곳 떡볶이집들은 대부분 떡볶이 한 가지 메뉴만으로 30~40년 간 대물림해가며 장사를 해온 사람들이다.

연탄불에 익혀내던 원조 ‘마복림 할머니’
이곳에서 ‘신당동떡볶이’의 원조로 호가 난 집은 ‘마복림 할머니집’이다. 마복림 할머니(89)의 큰아들과 삼형제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본점과 막내아들이 운영하고 있는 분점이 거리 한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가히 그 세를 가늠해볼 수 있다.
마 할머니가 처음 이곳에서 떡볶이 장사를 시작한 것은 56년 전인 1953년이라는 것. 33년 전인 1976년 마 할머니집에 시집와 지금은 시어머니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본점의 주방을 지키고 있는 첫째며느리 김선자(56) 씨의 말이다.
“일찍이 남편과 사별한 시어머니께서 아들 5형제를 이끌고 전라도에서 서울로 상경해 그야말로 호구지책으로 이곳에서 길거리 한 켠에 연탄화덕을 놓고 떡볶이 노점을 한 것이 시초였어요.”
그때의 떡볶이란 것이 가래떡에 고추장만 발라 연탄불에 익혀냈던 것인데, 6·25전쟁 후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이라 쏠쏠히 장사가 잘 됐고, 그 덕에 지금의 본점 자리에 연탄화덕 10개를 들여놓을 수 있는 가게를 얻게 되면서 본격적인 떡볶이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마 할머니집의 떡볶이가 입소문이 나자 그 주변에 떡볶이집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떡볶이도 과거 고추장만 발라내던 것에서 프라이팬에 야채를 가미해 맛을 업그레이드 시켰고, 80년대에 가스가 들어와 ‘구공탄 시대’를 마감하고 한층 규모화되면서 ‘신당동 떡볶이 전성시대’를 열게 되었던 것이다.

 

<30년 만인 4년 전에야 비로소 시어머니로부터 고추장양념소스 제조비법을 전수받았다며 웃는 ‘마복림할머니집’ 첫째며느리 김선자씨.>

 

아들 4형제·손자까지 대물림
“지금은 연세가 많아 가게에는 나오시지 않지만 어머니는 여장부세요. 우리집 떡볶이가 장안에 소문이 난 것은 물론 어머니만의 비법이 담긴 고추장 소스맛이 첫째이긴 하지만,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도 비결의 하나죠. 특히 고추장 양념만큼은 어머니께서 혼자 새벽에 만드시면서 아무에게도 그 비법을 알려주지 않으셨어요.”
30년 넘게 시어머니인 마 할머니의 떡볶이 장사를 곁에서 거들어 온 첫째며느리 김선자 씨는 4년 전에야 비로소 그 비법을 전수받았노라며 웃는다.
‘신당동떡볶이’로 브랜드화한 이 집 떡볶이의 기본재료는 우선 아이들 손가락 굵기의 가는 떡가래 토막과 어묵, 쫄면과 라면 사리, 튀김 만두와 구운 계란, 잘게 썬 양배추, 고추장 양념소스인데, 이 재료들을 사람수(2인 기본)에 맞춰 프라이팬에 넣고 가스불에 끓여 먹는다. 음식이 끓기 시작하면 먼저 면류를 건져 먹는데, 약불에 오래 졸일수록 걸쭉하면서도 달달한 양념맛이 진하게 우러나 입맛을 당기게 해 외국관광객, 특히 일본관광객들은 소주나 맥주를 즐겨 곁들여 먹는다는 것이다.
취재 중 만난 한 일본 여성관광객은 가이드 안내로 처음 이곳에 왔다면서 “매울 것 같아 조금 망설였는데, 먹어보니 쫄깃한 맛이 그만이다. 집에 돌아갈 때 사가고 싶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젊은층 사로잡는 ‘아이러브 신당동’
그런가 하면 ‘아이러브 신당동’이란 집은, 보다 현대감각적인 실내인테리어와 다양한 메뉴, 그리고 통기타 생음악 공연과 DJ쇼 등을 연출하며 24시간 영업해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소문난 떡볶이집이다. 특히 이 업소의 주주이자 DJ이기도 한 ‘허리케인 박’(본명 박두규)은 ‘마복림할머니’와 함께 신당동떡볶이촌의 대명사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업소는 원래 이곳에서 대물림으로 떡볶이집을 하던 일곱 명의 업주(꾸러기·다사랑·우리끼리·잘난이·토박이·고인돌)들이 한데 뭉쳐 주식회사(대표 최미옥)를 만들어 공동운영하고 있는 150평 규모의 대형 테마떡볶이 전문점으로 종업원 수만도 15명이다.
우선 이 업소의 메뉴는 이 떡볶이촌의 기본메뉴인 신당동떡볶이 외에 기본재료에 불고기를 가미한 궁중떡볶이, 모짜렐라 치즈떡을 가미한 치즈떡볶이, 각종 해물과 콩나물을 넣은 해물떡볶이, 빨간 고추를 넣어 맵게 한 눈물떡볶이 등 각 연령층의 기호에 맞춰 내놓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저녁 7시부터 새벽1시까지 통기타 생음악 공연과 함께 신청곡을 받아주는 DJ쇼가 뮤직박스에서 진행돼 젊은층의 인기가 단연 높고 주말에는 가족단위 단체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신당동떡볶이 상우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리케인 박’ 박두규(47) 씨는 “지금의 이 시장 기반을 보다 공고히 하는데 주력할 것이고, 이 시장에서 우리만의 특화된, 그리고 고유한 정체성을 찾고 지켜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고객층의 입맛을 고려해 퓨전화 시켜갈 것이다. 일반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세계화도 가능한 것 아닌가. 그를 위해 외국인들의 서울관광코스에 우리 떡볶이촌을 꼭 넣게 해 우리 떡볶이 맛을 알리는 데도 적극 힘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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