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칼럼

채 희 걸
본지 발행인

1960년대 후반 경이다. 필자가 농촌진흥청에 근무할 시절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을 일으킨 이병철 회장(당시엔 사장)이 농촌진흥청에 자주 찾아왔다. 당시 필자는 공보과에 근무하였기에 이병철 회장이 공보과 시사실(試寫室)로 안내받아 칼라 슬라이드 영상자료를 통해 농촌진흥사업을 소개받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당시 농촌진흥청장이었던 김인환 청장과 면담을 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후일 듣게 된 이야기인데 이 회장이 농촌진흥청을 찾은 것은 농촌진흥청이 갖고 있던 터를 인수받기 위해 왔다는 이야기였다.
이 회장은 농촌진흥청 터를 얻지 못해 당시 용인군 포곡면 일원을 거의 통째로 매입, 오늘의 에버랜드 관광단지(당시는 용인자연농원)를 조성했다.

아름다운 풍광의 서호
농촌진흥청은 서호를 옆에 두고 있다. 그렇지만 서호엔 하수가 많이 유입돼 심한 악취가 난다.
그러나 그 당시엔 서호의 수질은 너무도 깨끗해 물속에 노는 물고기도 보였다.
향미정 앞에 설치된 물 여과 제방엔 서호물이 넘쳐 흘러 작은 폭포수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했다. 아마도 이병철 회장은 농촌진흥청 터를 불하받아 여기산에서 서호를 건너 지금의 식량과학원 답작(沓作)포장까지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매달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서호 주변에 네온사인으로 야경(夜景)을 연출하고, 농촌진흥청 경내와 여기산 주변 도처(到處)에 호텔, 극장, 야외무대, 각종 놀이시설 등을 두어 관광단지로 조성하고 싶었을 것이다.
만약에 그 당시 농촌진흥청 터가 이병철 회장 뜻대로 삼성으로 갔다면 농촌진흥청 밖 서둔동, 구운동 심지어는 화서동 일대 땅도 더 사들여 확장 개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 자리에 현재의 에버랜드를 개장했다면 큰 수익을 얻고 수원지역도 덩달아 경제 효과를 누렸을 것이다.
삼성은 전무급을 팀장으로 하여 부동산 잔문가 57명이 포진된 부동산개발 전담조직을 만들어 세계지도를 놓고 지구촌 곳곳의 좋은 땅을 찾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은 세계 도처에 현지공장, 매장, 연구소를 두어야 하고 심지어 몫 좋은 곳에 광고판 잘 달기 위해 부동산 팀을 운영해 온 것으로 안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전북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따라서 농촌진흥청의 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문제가 수원시민, 경기도민, 관계자들에게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이제 농촌진흥청 자리 개발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농촌진흥청 인근은 수도권 교통의 요지다. 전철 1호선이 접근하고 있다. 좀 있으면 인천과 분당선과도 열결된다. 게다가 전철 1호선은 멀리 충남 온양온천 근처 신창까지 연장 운행되고 있다. 
이렇게 기막히게 좋은 자리를 농촌진흥청이 최근 크게 부르짖고 있는 녹색기술 생활공감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가칭 ‘국립녹색체험농장’으로 조성·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농진청 터를 녹색생활 공간으로
‘국립녹색체험농장’을 설립하면 귀농학교, 농사체험교실, 베란다원예교실, 천연염색 실습교실, 전통공예교실, 전통발효음식 연수교실, 사찰음식연수, 국내외국인 및 세계 저명 저널리스트 초빙 한식세계화와 김치수출을 도모할 김치 아카테미 등 현장 체험교실 운영을 적극 도입할 수 있다. 답작 포장에 튤립, 국화 등 큰 화원(花園) 꾸미고 그 화원 내에서 꽃가꾸기 체험교실 운영할 수 있다.
우리 농업인구는 이제 6~7%에 불과하다. 이제 소비시민 대상, 대대적인 농촌지도사업을 할 시기가 왔다. ‘국립녹색체험농장’은 시대의 화두(話頭)인 녹색기술의 생활공감을 이끌어 내는 공간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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