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동물이 하는 짓은 다 한다 - 58

<튤립 꽃잎의 아래 부분은 낮은 온도에서, 위 부분은 높은 온도에서 상대적으로 더 자라 꽃이 열리고 닫힌다. >

 

동물이나 식물의 몸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어디일까? 생식기관이 아닐까 싶다. 특히 식물에서 꽃보다 더 민감한 부분은 없을 것 같다. 꽃은 환경에 따라서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그리고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온갖 지혜를 다 동원한다. 우리 주변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해바라기처럼 꽃이 태양을 쫓아다니는 것도 지혜 중에 한 가지다.

추운 북극, 그것도 산악 바위틈에서 자생하는 드리아스(Dryas octopetala)는 꽃은 아주 특이한 식물이다. 장미과의 관목으로 흰 꽃잎이 8장인 이 식물은 해바라기와는 달리 꽃잎이 져도 꽃은 해를 쫓아다닌다. 꽃이 마치 위성안테나의 접시 모양으로 핀다. 태양을 따라 목을 움직이면서 모은 열을 담아두기 위한 때문이다. 꽃을 따뜻하게 덥혀 놓으면 벌과 곤충이 많이 모인다. 스웨덴의 룬드(Lund)대학의 학자들은 햇볕을 가린 꽃, 꽃잎을 모두 떼어버린 꽃, 모가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 꽃, 움직이게 놓아둔 꽃에 대해 기온과 암술의 온도차를 재보았더니, 순서대로 1.1, 1.8, 2.5, 3.2℃ 차를 보였다. 씨 한 개의 무게도 순서대로 0.42, 0.48, 0.53, 0.61mg이었다. 꽃이 태양을 따라 움직이면서 얼마나 에너지를 잘 모은 지 짐작할 수 있다.

꽃 모가지가 움직이지 않는 대신 온도에 맞춰서 꽃을 여닫는 화초가 있다. 요즘 만발한 튤립이 대표적인 꽃이다. 벌이 날아다니는 따뜻한 온도에서는 꽃을 열고,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떨어져 벌이 오지 않는 때는 꽃을 닫는다. 물론 한낮에도 온도가 떨어지면 즉시 닫는다. 이런 자동온도감지시스템은 튤립의 꽃잎에 있다. 튤립 꽃잎 아래 부분은 낮은 온도(3~7℃)에서 상대적으로 더 잘 자란다. 아래 부분이 위 부분보다 더 자라면 꽃은 닫힌다. 반대로 기온이 10~17℃ 로 높아지면 꽃잎 위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자라 꽃이 열린다. 크로커스나 튤립 꽃은 갑작스럽게 기온 차가 0.2~1℃ 변해도 즉시 꽃잎을 여닫을 정도로 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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