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 ‘어버이날’의 슬픈 자화상

FOCUS - ‘어버이날’의 슬픈 자화상

<어버이 날 서울 종로 탑골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

 

경기불황 후폭풍 현대판 고려장 만연
노인 차별·경시, 학대도 매년 증가
우울증·자살 등 또 다른 문제 ‘양산’

 

5월 8일은 부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어버이날’이다. 곳곳에서 떠들썩하게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이날 더욱 서러운 이들이 있다. 자식이 있어도 함께 살지 못해 얼굴 한번 보기조차 힘든 홀몸노인들. 불편한 몸으로 좁은 방에서 간신히 생활하는 이들은 복지사가 달아주는 카네이션에 눈물을 훔친다.
최근 사회적으로 노인차별, 경시풍조가 만연해지고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노인 방치나 노인학대 등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금지옥엽 키운 자녀들로부터 버림받은 채, 홀로 아픈 몸을 지탱하며 살아가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버려지고, 학대받는 부모 늘어나
지난해 10월 경기지역에서 김난이(여·90) 할머니가 버려진 채 발견됐다. 김 할머니는 2008년 초 함께 살던 큰 아들이 사업체 부도에 이어 중풍을 맞으면서 작은 아들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작은아들은 “형님이 있는데 내가 왜 모셔야 하느냐”며 압류 때문에 비어있는 큰형의 집 앞에 할머니를 홀로 남겨두고 가버렸다. 그런가 하면 자식의 학대에 직접 노인요양소를 찾아온 할머니도 있다. 지난해 12월 오른쪽 눈에 멍 자국이 선명한 박아무개(여·83) 할머니가 한 노인요양소를 찾아왔다. 박 할머니는 일용직 근로자인 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는데 최근 일감이 줄어들자 걸핏하면 술에 취해 어머니를 폭행해온 것이다. 
늙고 병든 부모를 낯선 곳에 버리거나 학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인해 부모를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월부터 11월까지 해당 기관에서 파악한 노인 유기 사례는 3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33건보다 늘었다. 또 노인 학대 상담 건수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이 기관에 접수된 학대 상담 사례는 3만1973건으로 2007년 2만7492건보다 3371건이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노인 유기·학대가 증가한 원인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을 꼽았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이종준 소장은 “자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림받고 어렵게 생활하는 노인들이 많아 악순환이 반복된다.”면서 “자식들에게 버림받거나 학대받는 노인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상 등지는 노인들
노인 학대나 유기는 또 다른 문제를 양상하고 있다. 학대를 겪은 노인들은 심한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 충동을 느끼기 때문에 자식들로부터 방임된 노인들은 쓸쓸한 죽음을 맞기도 한다. 지난 1월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노인이 숨진 지 한 달여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 숨진 권 모(63)씨는 서울에 사는 아들과 오래전부터 연락이 끊어진 채 혼자 살고 있었으며, 이웃과의 왕래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응급실 손상환자 표본심층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1996년 28.6명에서 2006년 72.1명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특히 지난 5년간 70대 이상의 우울증 환자가 약 7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우울증을 비롯해 노인학대로 인한 육체·심리적 파괴는 노인들의 자존감을 상실하게 해 자살로 이어지게 하기도 한다.”면서 “심리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노인이 주위에 있을 경우 가족을 비롯한 이웃, 사회단체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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